층간소음 윗집도 한번 당해봐라.. '골전도 스피커'가 해결사 될까

이영빈 기자 2019. 11. 2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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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쿵쾅 소리에 성난 아랫집의 반란
위층에 소음 흘려주고 고무망치로 천장 '쿵쿵'
사적 복수 정당화 어려워.. 사람들끼리 팁 공유
층간소음 피해자가 골전도 스피커를 보복 수단으로 삼고 있다. 천장에 스피커를 압착시켜야 한다. /인터넷 캡처

석 달간 위층의 발 구르는 소음에 시달리던 류모(32·서울 마포구)씨는 최근 고통에서 해방됐다. 층간 소음을 해결하는 도구라 소문이 자자한 '골전도(骨傳導) 스피커'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석 달 전 이사 온 윗집의 아이들이 말썽이었다. '쿵쿵'이 '쾅쾅'이 됐다. 망치질 소리, 의자 끄는 소리까지 들렸다. 저녁때도 계속됐다. 경비실에 조치를 부탁했다. 나아지지 않자,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이웃사이 층간소음중재위원회'에 의뢰했다. 담당자들이 아파트를 방문해 위층에 주의를 줬다. 조용해진 건 2~3일 정도. 류씨는 "민원에 대한 복수라도 하려는 듯 더 시끄러워졌다"고 했다.

지난달 23일 층간 소음 '복수' 전용이라는 '골전도 스피커'를 17만원에 샀다. 골전도는 음파를 두개골의 뼈를 통해 내이(內耳)로 보내는 기능이다. 보청기나 헤드셋에서 주로 사용하는데, 한 업체가 이 원리를 이용해 아래층에서 천장을 통해 위층으로 소음을 보내는 기계를 만들었다. 265㎝까지 늘어나는 기다란 봉 끝에 스피커가 달려 있다. 이 스피커를 천장에 압착시킨 뒤 휴대폰으로 연결해 음악 파일을 재생한다.

류씨는 스피커를 이용해 데시벨 높은 헤비메탈 음악을 틀었다. 소음이 들리면 스피커를 켜는 식이었다. '소음 전쟁'을 한 지 5일쯤 지났다. '쾅쾅'이 '콩콩'으로 바뀌었다. 류씨는 "'묵음'까지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층간 소음은 서로 조심하고 있다는 암묵적 합의가 중요한 것 같다"며 "언제든 '쾅쾅'이 되면 다시 스피커를 꺼낼 것"이라고 했다.

'골전도 스피커'는 위층의 층간 소음을 아래층 거주자가 보복하는 수단 중 최신이다. 처음은 고무망치였다. 고무로 만들어진 망치로 천장을 두드려서 소음을 되돌려준다는 의도였다.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이 많다. 애꿎은 층 사이 콘크리트 마감재를 치다가 천장 도배만 벗겨진다. 다음은 저음파를 이용하는 '우퍼 스피커'. 벽, 바닥을 타고 전달되는 원리로 주목받았지만, 소리가 작아지고 위·아래층 전부에 소음을 전하기 때문에 또 다른 가해자가 된다는 부작용이 있었다. 최신 장비가 골전도 스피커. 인터넷상에는 '탁월하다'는 후기가 가득하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골전도 스피커를 이용한 효과적인 보복 팁이 공유된다. 하나는 층 사이 약 20㎝ 두께의 마감재를 뚫어야 큰 소리를 보낼 수 있다는 후기다. 천장에 있는 전등이나 스프링클러를 해체해서 깊은 구멍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 골전도 스피커를 가져가야 위층에 큰 소음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음악 파일은 국악가 황병기의 괴작(怪作)이라 불리는 '미궁'을 사용하라고 추천한다. 가야금 연주와 함께 웃음, 울음, 신음, 불경 외는 음성이 차례대로 나오는 곡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황병기의 미궁'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귀신 소리' '층간 소음'이 나온다.

위층이 반대로 아래층의 층간 소음을 신고하는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나온다. "경비실에서 전화가 올 경우 '위가 조용하면 나도 그럴 필요 없다'고 하면 된다" 등 공공기관을 회피하는 다양한 수단을 열거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장에 가도 중재 수준이다. 법적으로 집으로 들어가 소음 원인을 찾을 수도 없고, 만약 찾는다고 해도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했다.

층간 소음 민원은 꾸준히 증가한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층간 소음 민원은 2014년 2만641건에서 2018년 2만8231건으로 증가했다. 서울시 '층간소음 전문 컨설팅단'에 따르면 전체 민원 중 10%가량은 보복 소음에 해당했다. 소음 전문가 나노빅엔지니어링 박영환 대표는 "입주자가 건물의 층간 소음이 얼마나 되는지 수치로 알 수 있었다면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현행법상 건물주는 소음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물론 이런 사적 복수가 정당화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모든 맥락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또 다른 폭력일 뿐, 관련 제도를 개선·보완해가는 방향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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