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와 번역이라는 이름의 저주

홍성윤 입력 2019. 11. 2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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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서브컬처-81] 번역은 반역이다. 어떤 글을 다른 언어로 옮기는 작업이 얼마나 어렵고 불완전한 일인지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탁월한 번역과 유려한 문장으로 명성이 높은 고(故) 이윤기 작가(1947~2010) 역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수차례 다시 번역하고 개정판을 내며 스스로의 오독과 오역을 고백하고 이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마르케스의 영역본 번역으로 유명한 그레고리 라바사는 저서 '번역을 위한 변명'에서 1만명의 독자는 1만개의 다른 책을 만들어내며, 태생적으로 반역자일 수밖에 없는 번역자 역시 독자이자 작가로서 자신만의 읽기로 또 하나의 진실된 작품을 내놓는다고 강조했다. '번역 예찬'이란 책을 펴낸 번역가 이디스 그로스먼 역시 번역은 완성된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무수히 많은 경우 속에서 최선의 수를 찾아가는 조율의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원문을 충실히 전달하는 직역과 텍스트의 맥락과 의미에 충실해 두 언어권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는 의역 사이에서 번역자들은 선택을 한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게으른 직역 혹은 동떨어진 의역이라는 반역자의 멍에를 뒤집어쓰곤 한다. 무혈(無血)의 쿠테타는 존재할 수 없듯이 모든 반역, 아니 번역에는 유혈이 낭자하기 마련이다.

세상에는 많은 책이 있고, 그보다 많은 번역본이 존재하며, 개중에는 '반역'이라는 치열한 수식조차 아까운 오역과 졸역(拙譯)도 있기 마련이다. 번역 논란은 순문학 작품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번역에 많은 시간과 재원을 투자하기 힘든 대중문화 콘텐츠(상업영화, 게임 등)부터 장르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전제되지 않으면 오역으로 이어지기 십상인 장르문학에서 번역이 도마에 올라온 경우가 많았다.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된 '해리 포터' 시리즈 20주년 개정판(문학수첩) 역시 번역 문제로 시끄럽다. 원작 팬들은 분노하고, 인터넷 커뮤니티마다 지탄의 글들이 올라왔다. 잘못된 번역이라고 속단하기엔 이르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해리 포터를 비롯해 장르문학과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화제가 된 번역 사례들을 모아봤다. 번역된 문장 인용은 편의를 위해 겹낫표(『』)로 표기하며 괄호 안의 출간·개봉·출시 연도는 한글 번역본 기준이다

☞해리 포터 20주년 개정판(2019) 및 초판(1999)

1권 첫 문장부터 매운맛이다. 원작의 어휘를 최대한 살리면서 번역한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한글로 된 문장 자체가 어색하고 딱딱하다는 것. 기존 개정판에서는 1권의 첫 문단을 다음과 같이 번역했다. 『프리벳 가 4번지에 사는 더즐리 부부는 자신들이 정상적이라는 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기이하거나 신비스러운 일과는 전혀 무관해 보였다. 아니, 그런 터무니없는 것은 도저히 차마 내지 못했다.』 20주년 개정판의 새 번역본은 다음과 같다. 『프리빗가 4번지에 사는 더즐리 부부는 우리는 완벽하게 평범합니다, 그럼 이만, 하고 말할 수 있어서 자랑스러웠다. 이들은 결코 그 어떤 이상하거나 신비로운 일에 연루될 리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터무니없는 것에는 애당초 귀를 기울이지 않았으니까.』

팬들이 특히 어색하다고 지적하는 문장은 『…그럼 이만, 하고 말할 수 있어서…』 부분이다. 원문(Mr. and Mrs. Dursley, of number four, Privet Drive, were proud to say that they were perfectly normal, thank you very much)의 직역하는 과정에서 'thank you very much'를 『그럼 이만』으로 번역한 것. 국어 문법적으로도 부적절한 것이 '~하고'는 다른 사람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는 직접 인용에서 인용격 조사 '(이)라고' 대신 쓰이는 어휘다. 즉 인용문을 큰따옴표로 묶어 『…"우리는 완벽하게 평범합니다, 그럼 이만." 하고 말할 수 있어서 자랑스러웠다』고 쓰거나 아예 간접인용 형식으로 '하고' 대신 '(이)라고'를 사용해 『…그럼 이만이라고 말할 수 있어서…』라고 쓰는 게 한글 맞춤법에 부합하는 문장이다.

하지만 1999년 출간된 초판 번역본의 오역과 오류가 너무 심각한 수준이었기에, 그 부분을 바로잡은 데에서 20주년 개정판 완전 재번역본의 의의를 찾는 팬도 많다. 특히 머글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마법사를 가리키는 멸칭 『잡종』은 이번 새 번역본에서 아예 원작을 'mudblood'를 그대로 음차해서 『머드블러드』로 바로 잡았다. 기존의 『잡종』이란 표현이 확실히 멸칭처럼 들리기는 하지만 머글과 마법사 사이에서 태어난 머글 혼혈(half-blood)과 혼동의 소지가 다분하다. 또 번역자 스스로도 이종 간 교배로 태어난 'half-breed'도 잡종으로 번역하면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이 밖에도 케드릭 디고리를 세드릭 디고리로 바꾸는 등 사람 이름의 음차 오류도 수정했으나,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같은 경우는 명백한 오류임에도 불구하고(허마이어니가 옳은 표기) 시리즈의 주인공 3인방으로서 너무나도 확고하게 굳어진 탓에 20주년 판본에서도 수정되지 못했다.

초판 번역본에서는 마지막 작품인 7권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에서는 팬들이 손꼽는 명대사이자 세베루스 스네이프라는 캐릭터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결정적 대사를 오역하기도 했다. 암사슴 패트로누스를 소환한 스네이프에게 덤블도어가 『"결국 이제야?"』라고 묻자 스네이프가 『항상 그랬습니다』라고 답변한 장면이다. 원래는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릴리 포터를 사랑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After all this time?)에 '언제나(Always)'라고 대답하는 스네이프를 통해 그의 순정과 진심을 보여주는 강렬한 장면이다. 하지만 오역 탓에 이제야 해리를 좋아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항상 좋아했습니다"라고 답하는 장면으로 오인하게 만들어 팬들의 분노를 샀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

2018년을 가장 뜨겁게 달군 오역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나왔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지난 10년을 집대성하는 역작이자 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준 작품이지만, 번역에서만큼은 박평을 면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극장 자막 번역을 맡은 박지훈이 영화를 관통하고 후속작의 방향을 암시하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핵심 대사 "We're in the endgame now"를 『이젠 가망이 없어』로 번역하면서 오역의 역사를 새로 썼다. 최종 단계(endgame)라는 단어를 '가망이 없다'로 해석하는 우를 범하면서 작품의 톤이 완전히 달라졌고, 한국 관객에게 돌이킬 수 없는 오해를 심어줬다. 원래 대사가 타노스에게 이기는 미래로 가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사실을 알려준다면 극장 자막은 꿈도 희망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 끝났다는 점에서 자막으로만 뜻을 파악한 한국 관객들은 영화를 180도 다른 방향으로 감상하게 됐다.

이 밖에도 의미를 왜곡한 수많은 오역이 있지만 쿠키 영상에서 닉 퓨리가 가루로 변해 사리지면서 남긴 "motherf…"를 『어머니…』로 번역한 부분이 특히 유명하다. 닉 퓨리를 연기한 새뮤얼 L 잭슨의 전매특허 대사인 'motherf**ker('이런 씨×' 혹은 '이런 젠장')'를 차용한 배우 개그인 셈인데 이 부분을 전혀 잡아내지 못한 것. 덕분에 닉 퓨리는 갑분효(갑자기 분위기 효자)가 되어버렸다.

오역을 인정하고 발 빠르게 수정하는 대신 번역가를 옹호하는 입장을 취한 디즈니코리아의 대응도 불에 기름을 부었다. 디즈니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마블 영화는 해석의 차이기 때문에 그 부분의 해답이 어려울 것 같으며, 답은 어벤져스 4편에 있을 것"이라고 답하며 오역에 대한 사과나 수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팬들은 분개했고, 월트디즈니에 항의 서한을 보내는 등 적극 대응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박지훈 퇴출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후속작 제목이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결정되면서 "지금 번역이 문제가 없다면, 다음 작품 제목은 '어벤져스: 가망 없음'이냐"며 비판의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거센 반발 덕분인지 자막판 VOD, 넷플릭스, 블루레이 등은 오역이 수정돼 출시됐다.

☞마리 앙투아네트(2007)

2018년 영화 자막 번역 논란의 지분은 박지훈 번역가가 독차지했지만, 오역의 역사에는 일찍이 홍주희가 있었다. 의역 수준을 넘어 재창조하는 수준으로 왜곡하거나, 전문용어나 고유명사를 잘못 들은 대로 옮겨 적거나, 관객이 이해하기 쉽게 돕는다는 명분으로 영화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톤의 자막을 쓰는 등 복합적이고도 총체적인 난국을 선사한다.

특히 소피아 코폴라가 연출한 2007년작 '마리 앙투아네트'에서는 『겁나 피곤해요(I'm exhausted)』 『대략 난감이네요(This is ridiculous)』 『탐나는 킹카』 『짱나』 『헤어가 세련되시다!』 『정말? 완전 쇼킹이다』 등 당시 유행어와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쓰이던 인터넷 은어를 사용한 자막이 논란이 됐다. 영화 자체가 현대적인 감각으로 당대 프랑스 궁정과 패션 스타 마리 앙투아네트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18세기 실존 인물들의 대사를 멋대로 한국식 유행어로 바꾼 부분은 이해하기 어렵다. 박평식 영화 평론가는 '철딱서니 없는 한글 자막부터 손봐라'며 대놓고 비판했다.

☞로봇 앤 프랭크(2013)

번역가의 자의적인 해석이 작품성을 해한 것은 물론 흥행에 찬물을 끼얹은 경우도 있다. 2013년에 개봉한 영화 '로봇 앤 프랭크'가 대표적이다. 번역가 모모c는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 VGC-60L의 말투를 모두 『너님』 『방가』 『○○했삼』 『그러삼』 따위의 통신체로 바꿨는데, 원작의 정중한 말투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자막으로 빈축을 샀다. 관객과 언론, 평론가들은 재앙과도 같은 자막에 비판을 쏟아냈고 영화 자체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국내 흥행(전국 관객 수 1만21명)에서 참패했다. 여기에 더해 번역가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해명을 통해 "(음삼체와 회화체로 구분한 것은) 분리된 세대의 괴리감과 불협화음을 명확히 표현하고자 한 설정"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을 키웠다.

모모c 번역가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2011)의 극장 자막을 담당하기도 했는데, 이 작품 역시 오역으로 악명이 높았다. 라이프랩스에서 출시하고 이후 플레인 아카이브에서 재출시한 국내판 블루레이에서는 모든 자막을 완전히 새로 작업하고 여러 번의 감수를 거쳐 내놨다.

번역가 모모c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로봇 앤 프랭크` 자막에 대한 해명.

☞전국 바사라 난세난무 1권(2007)

오경화. 만화책 덕후 사이에서는 유명한 번역가다. 들끓던 구매 의욕마저 사라지게 만드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번역가로서 빠른 작업 속도와 이해하기 쉬운 의역은 장점이나 오역, 저속하거나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활용, 출판사 편집부에서 잡아내지 못한(=않은) 한글 맞춤법 오류 등은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힌다. 앞서 언급한 장점 덕에 작업량이 많은 것도 비판을 키우는 이유가 된다.

대표적인 오역으로 '자웅(雌雄)을 겨루다'라는 표현을 『암수를 가릴 때가 됐다』로 번역한 '전국 바사라 난세난무' 1권이 있다. 오경화 번역가의 별명은 오경화수월. 만화 '블리치'에 등장하는 악역의 기술명이자 완전최면으로 상대를 속이는 환술 '경화수월'에 따온 별명이다. 오 번역가는 블리치를 번역하기도 했다.

오역의 새로운 경지 혹은 지경 `암수를 가릴 때가 됐다`.

몬스터(1998)

만화 '몬스터'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대표작이자 누계 2000만부 이상 팔린 명작이지만 한국(세주문화사 판본)에서는 수준 이하의 번역으로 악명이 높다. 번역가 박련에 의해 번역 당했는데(당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1권 첫 페이지부터 오역이 쏟아져 나온다. 뇌동맥(脈)류를 뇌동파(派)류로 번역하다던가 터키인을 토루코(トルコ·터키의 일본식 명기)인으로 쓰는 등 상식적인 영역에서 오역이 잦다. 타블로이드는 터부로이드, 스텔스기는 스테르스기로 쓰는 등 일본어 발음을 그대로 적는 경우도 태반.

☞마이트 앤 매직 6(1998)

뉴 월드 컴퓨팅에서 제작한 PC용 RPG 게임이자, 발번역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작품. 국내 발매 당시 메디아소프트에서 제공한 한글 패치의 수준이 매우 낮은 것을 넘어 기괴할 정도라 이후 디시인사이드 등지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다. 여러 번역자가 번역 작업을 나눠서 한 뒤 합치는 과정에서 어휘 등을 통일하지 않아 발생하는 오류, 게임 장르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에 대한 몰이해, 수준 이하의 번역 능력이 시너지를 최대한 발휘한 결과물이다. 후술할 대표적인 오역 때문에 마이트 앤 매직 6식의 어색한 번역 말투를 두고 '왈도체(體)'라고 부른다.

"Hello there! Mighty fine morning, if you ask me! I'm Waldo"를 『안녕하신가! 힘세고 강한 아침, 만일 내게 물어보면 나는 왈도』로 번역한 대사가 가장 유명하다. 이 밖에도 괴물 종족인 오우거(Ogre)는 글자 그대로 읽은 『오그레』로 번역했고, 강력한 리치(언데드 마법사)를 뜻하는 'Power Lich'는 『힘센 이끼(lichen)』로 둔갑시켰다. 게임 전체를 통틀어 제대로 된 번역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전체가 엉망이다. 유명세에 힘입어 디시인사이드 회원들이 주축이 된 PC게임 한글화팀 '팀 왈도'가 있다. 왈도체의 맛을 살린 캐치프레이즈는 '우리는 한다 번역을'.

☞다키스트 던전(2018)

다키스트 던전은 레드 훅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인디게임이다. 요즘 게임답지 않은 고난도와 독특한 그래픽, 작가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에서 영감을 얻은 매력적인 세계관, 아군도 적군도 무작위 요소에 고통받고 한 번 죽으면 되돌릴 수 없는 불친절한 시스템으로 호평을 받았다. 2016년 정식 출시 전부터 한국어 현지화 계획을 밝혔지만, 출시 이후 2년 넘게 기약 없이 미루다가 2018년 6월이 돼서야 공식 한글화 패치가 적용됐다. 그런데 그 퀄리티가 충격적이었다. 애초에 하청을 거치는 과정에서 게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역자가 작업을 담당하고, 이후에도 검수는커녕 초벌 번역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수준 이하의 결과물이 나왔다.

기습(Surprised)을 『놀랐습니다!』로 번역해 게이머들을 놀라게 했고, 활력(Vigor)을 『성욕』으로 오역하는 바람에 스킬의 효과가 『사냥개의 성욕을 크게 증가시킵니다』라는, 천지개벽할 수준으로 변했다. 사냥개 조련사가 졸지에 번식업자로 업종 변경한 셈. 게임을 실행시키면 나오는 첫 문장부터 오역이다. 원문의 "Ruins has come to my family(파멸이 우리 가문에 닥쳤다)"를 『유적이 우리 가족이 되었다』로 번역했는데, 이는 다키스트 던전의 발번역을 상징하는 문장이자 인터넷 밈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팬들은 분노했고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의 유저 평가에 비추천 폭탄을 날리는 등 보이콧을 행사했다. 놀란 제작사 측에서는 번역 수정을 예고하고, 유저한글화팀인 팀 왈도 소속 번역가와 새롭게 계약을 체결해 부랴부랴 전면 재번역에 나섰다.

게임 `다키스트 던전`의 유명한 오역과 스팀의 유저 평가 항목. 한글 번역이 공개된 2018년 6월에만 1000개에 육박하는 부정적 평가가 달렸다.

☞도달할 수 없는 '완벽한 번역' 대중문화를 향하다

할리우드 영화, 일본 만화, 그리고 게임까지…. 전 세계를 무대 삼아 유통되는 대중문화와 번역은 불가분의 관계다. 하지만 그 중요성만큼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중문화, 서브컬처 업계에서 아쉬운 번역을 접하게 되는 이유는 많다. 정확한 번역보다 빠른 번역을 요구하는 시장 논리는 번역의 질적 성장을 저해한다.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비전문 번역자에게 외주를 주는 관행도 마찬가지다.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번역가가 드문 것도 아쉬운 일이다. 작품을 직접 접하면서 번역하는 게 아니라 스크립트(대본)만 보고 어림짐작으로 번역해야 하는 게임 번역의 태생적인 한계도 있다.

모두의 말처럼, 완벽한 번역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최선의 번역을 찾아내는 과정이 헛된 일은 아니다. 대중문화에 아로새겨진 오역의 흉터를 되짚어 보는 일은 그래서 가치가 있다.

[홍성윤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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