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가품관리 구멍에 표절 시비까지.."상도 선 넘었다"

서지영 2019. 11.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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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서지영]
최근 중·고등학생 사이에 인기를 끄는 아웃도어·라이프 패션 브랜드가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이하 내셔널지오그래픽)'이다. 국내에서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은 다큐멘터리 채널과 매거진을 운영하는 미국 비영리재단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대중은 이 단체를 떠올리면서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로고가 박힌 옷을 구매한다.

하지만 패션잡화 브랜드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더네이쳐홀딩스라는 국내 업체가 판권을 사들여 만든 국산 패션 브랜드다. 연 매출 수천억 원대를 돌파했고, 해외 진출은 물론 상장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상도의를 넘어섰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의류와 신발 디자인이 표절 시비를 겪는 가운데 마케팅까지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길거리에서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본떠 만든 의류 가품도 버젓이 거래되고 있어서 'K패션'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구멍 뚫린 가품 관리…K패션 이미지 악영향 미칠 수도

지난 2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먹자골목'. 오후 8시 무렵 골목 한 쪽에 좌판 하나가 열렸다. 검은색 천으로 덮은 좌판 위에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이라는 로고가 적힌 상의와 패딩, 트레이닝복 등이 여러 벌 놓여 있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 3~4명이 다가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판매상은 "원래 가격은 30만원 대인데 오늘은 절반도 안 받는다. 내놓으면 다 팔리는 물건이다. 얼른 가지고 가라"면서 호객을 했다. "혹시 가품이냐"고 묻자 이 판매상은 정교한 로고를 보여주며 말했다. "똑같은 거다. 어렵게 가지고 왔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의류의 가품 여부를 묻는 글은 온라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 '내셔널지오그래픽 가품'이라고 검색하면 "내셔널지오그래픽 후리스 가품인데 이런 디자인이 정품에도 있나"라는 내용의 글이 다수 상단에 뜬다. 지난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의류는) 가끔 길거리에서 가품을 판다"는 글도 올라왔다.

더네이쳐홀딩스는 지난 9월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홍콩 1호점을 내고 해외 진출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업계는 한국 대표 패션 브랜드로 해외까지 진출한 국내 브랜드가 가품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K패션 전반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울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아웃도어 업체 A사 관계자는 "요즘에도 그렇게 가품으로 길거리에서 팔리는 브랜드가 있나. 굉장히 놀랐다. 이렇게 관리를 못 하면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물론 K패션 전반에도 좋을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 의류 업체 B사 관계자는 "아직도 이런 식으로 가품이 거래된다는 것이 놀랍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표절 의혹 중심…"상도의 넘었다"

비단 가품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디자인 표절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출시한 패딩과 신발, 맨투맨 등 일부 제품 디자인이 타 아웃도어 브랜드의 '시그니처(특징이나 상징)' 디자인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이다.

'뉴트로' 열풍이 불면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숏패딩의 경우 노스페이스의 '눕시 다운'과 디자인 면에서 닮았다. 특히 앞면 왼쪽 가슴 부분과 뒷면 오른쪽 어깨 부분의 브랜드 로고 위치는 의도성이 짙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맨투맨은 명품 브랜드 '스톤아일랜드'의 대표 디자인인 와펜을 차용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패션 업계는 내셔널지오그래픽 때문에 가장 골머리를 앓는 곳은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이하 디스커버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디스커버리는 패션제조·유통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F&F가 전개하는 브랜드다. 더네이쳐홀딩스보다 한발 빠른 2012년 다큐멘터리 채널 디스커버리의 판권을 사들여 패션에 접목해 성공을 거뒀다.

국내 의류 OEM(주문자위탁생산) 업체 C사 관계자는 "다큐멘터리 채널 판권을 사서 국내에서 패션 브랜드를 론칭한 히스토리는 물론 주요 제품 디자인이 굉장히 비슷하다"고 귀띔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믿고 사는 베스트 아이템'이라면서 자랑하는 제품 중 일부가 디스커버리와 흡사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가령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올겨울 신제품인 '타루가 덕 다운 점퍼'는 디스커버리의 '숏 마운틴쿡 다운 자켓'과 주요 디자인이 유사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해론 라이트 덕 다운 경량 점퍼' 역시 디스커버리의 '픽시버 G 넥리스 튜브 다운자켓'과 닮은꼴이다.

C사 관계자는 "나도 업계에 있으니 디자인을 보면 알지 않나. 타루가 덕 다운 점퍼는 점퍼 아랫부분이 모이는 것 등 디자인이 굉장히 비슷하다. 경량 점퍼도 넥이 없는 스타일까지 비슷해서 마치 한 브랜드라고 느껴질 정도"라며 "내셔널지오그래픽에도 디자이너가 있을 텐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A사 관계자는 "업계 전문가로서 내셔널지오그래픽 때문에 속을 끓는 곳은 디스커버리가 아닐까 싶다"며 "다큐멘터리 채널 판권을 사와 국내에서 패션 브랜드를 론칭한 것도 닮았는데, 디자인도 상당히 비슷한 제품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F&F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디스커버리와 디자인이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러나 현행법상 디자인 표절을 법적으로 제재하기 어려울뿐더러, 내셔널지오그래픽과 부정적인 이슈로 엮이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디스커버리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디스커버리가 올해 아웃도어 의류 업계에서 선도적으로 어글리슈즈인 '버킷 디 워커' 선보였다. 그런데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비슷한 콘셉트와 디자인의 어글리슈즈인 '트리핀 라이노'를 내놨다"며 "억울한데 어떻게 제재할 수 없어서 속상하지만 참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상장 앞두고 쏟아지는 업계 우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해외 디지털 소형 가전을 수입하던 더네이쳐홀딩스가 2013년 론칭한 신생 브랜드다. 더네이쳐홀딩스는 과학·탐험·문화 비영리재단인 내셔널지오그래픽과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판권을 사와 패션잡화 부분에 접목했다.

성공적이었다. 론칭 초기 홈쇼핑을 통해 선보인 여행용 가방 세트가 날개 돋친 듯 팔리면서 사세를 키웠다. 2014년 24억원이었던 매출이 2018년 1412억원(영업이익 202억원)으로 증가했다. 현재 속도라면 올해 매출은 2000억원 대를 돌파하리라는 것이 더네이쳐홀딩스의 전망이다. 국내 아웃도어 패션 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한 가운데 거둔 놀라운 성과다.

상장도 준비 중이다. 더네이쳐홀딩스는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 상장을 노리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업계에는 상도의가 있다. 그런데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상도덕을 지키지 않고 제품 관리에 허점이 노출되면 결국 자신들에게도 좋을 게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본지는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수차례 연락해 입장을 요청했다. 전화를 받은 사측 관계자는 "담당자에게 질의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답했지만, 끝내 입장을 보내지 않았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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