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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도 디자인 카피 '논란'..'한인신화' 포에버21 '카피캣'에 발목

배지윤 기자,이승환 기자 입력 2019.11.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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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 제국]④유니클로·자라 넘보던 포에버21, 파산보호 신청

[편집자주]"이른바 '짝퉁'(위조 상품)보다 심각한 게 '카피 상품'입니다." 주요 패션업체 관계자의 말입니다. '카피 상품'이란 말 그대로 특정 브랜드 제품 디자인을 고스란히 베낀 제품을 의미합니다. 상표까지 도용해 누구나 불법임을 아는 '짝퉁'과 비슷한 듯하지만 다릅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디자인 도용을 일종의 '관행'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디자인 카피도 명백한 법적 처벌 대상입니다. <뉴스1>은 국내 패션업계의 '경각심'을 일깨우도록 디자인 카피의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구찌 가죽 항공 재킷(왼쪽),과 포에버21의 메탈릭 인조가죽 항공 재킷. 포에버21 제품이 구찌 제품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가격은 왼쪽 구찌 제품이 3600달러(약 420만원), 오른쪽 포에버21 제품이 34.90달러(약 4만원)다..©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이승환 기자 = "패션기업 포에버21은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라고 스스로 자부했었다. 이 때문에 '파산보호 신청'은 이 업체에 '충격'(blow)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지난 9월 '포에버21'의 파산보호 신청을 이같이 보도했다. 포에버21은 한국으로 치면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회생 법원에 신청한 것이다. 자체적인 회생이 불가능하므로 법원이 개입해 구조조정을 비롯한 회생 절차를 진행해 달라는 '구제 요청'이다.

'한인 기업'으로도 유명한 포에버21은 유니클로·자라·H&M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글로벌 '패스트 패션' 브랜드였다. '아메리칸 드림' 포에버21을 무너뜨린 것 중 하나가 자신들이 대량 생산·유통했던 '카피 의혹 제품'이었다.

◇'브랜드 정체성 구축 못해'…예고된 '몰락'

25일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포에버21의 창업자는 한국계 이민자 장도원·장진숙 부부다. 장씨 부부는 지난 1981년 미국 로스엔젤레스로 건너가 접시닦이·경비·주유소 종업원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3년 뒤 모은 자금으로 LA한인타운에 82.6㎡(약 25평)짜리 의류매장 '패션21'를 열었다. 포에버21의 모태가 된 곳이다.

지난 2016년 10월 장씨 부부 사진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표지를 장식할 정도였다. 부부의 자산규모는 6조원대로 추정됐다. 이들의 성공 스토리는 국내 언론에서도 여러 번 소개됐었다. 부부에게는 '한인 신화'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화려한 수익어가 따라 붙었다.

지난 2015년 아디다스는 자사 브랜드 상징 ‘삼선 줄무늬’ 디자인을 도용했다면서 포레버21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해외 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아디다스 ‘삼선 줄무늬’ 레깅스(왼쪽), 오른쪽은 포에버21 ‘두줄 무늬’ 레깅스.© 뉴스1

그러나 미국 패션계 내부에선 '카피캣'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었다. 카피캣이란 유명 제품의 디자인을 모방한 제품을 비하하는 영어 단어다. 포에버21은 구찌·푸마·아디다스 등의 디자인을 상습적으로 베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구찌와는 지난 2017~2018년 격렬한 소송 공방까지 벌였다. 카피 의혹 상품은 넘쳤으나 정작 브랜드 고유의 색깔을 담은 상품은 부족했다.

쉽게 말해 '포에버21이라고 했을 때 딱 떠오르는 디자인'이 없었다. 각종 카피 논란·소송 과정에서 브랜드 이미지도 크게 훼손됐다.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까지 포에버21를 상대로 120억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포에버21이 자신의 노래 '7링스'(7Rings) 뮤직비디오 의상과 헤어스타일 등을 무단으로 도용한 모델을 앞세워 광고했다는 이유였다. 포에버21은 상표권 침해 소송만 무려 50여 차례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채 규모 100억달러 수준…350여개 매장 철수 예정

포에버21은 미국 178개 점포를 포함한 전 세계 350여개 매장을 철수할 예정이다. 포에버21의 국내 마지막 매장 명동 엠플라자점도 지난 24일 문을 닫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포에버21의 총 부채(자회사 포함)는 최대 100억달러(11조7800억원) 수준이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미국 언론들은 포에버21이 공격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한 게 화근이었다고 진단한다. 정작 대세였던 온라인몰 투자에는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다. Z세대(1995년 이후 출생 세대)를 비롯한 젊은 세대가 주고객층인데도 가족 단위 고객을 겨냥해 오프라인 투자를 무리하게 단행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약 2538평 규모의 초대형 매장을 열었지만 젊은 고객들은 이미 온라인몰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특히 주 고객층 미국 Z세대의 이탈이 눈에 띄었다. 이들 세대는 소비 과정에서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브랜드 정체성이 모호한 포에버21 제품을 사는 게 '지속 가능한 소비'인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포브스는 지난 8월 '포에버21, 무엇이 잘못됐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주 구매층이었던 10대들의 쇼핑 형태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들은 '지속 가능'한 상품을 구입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젊은 세대가 포에버21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카피 수사대'도 등장…남의 디자인 베꼈다가 생존 장담 못해

세계 최대 패션 시장 미국에서도 '카피'는 뜨거운 감자다. 브랜드 간 법적 다툼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미국 법원도 한국 법원과 마찬가지로 '처벌'이 아닌 '합의 또는 조정'으로 디자인 카피 분쟁을 결론짓는 경우가 많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구찌와 포에버21의 분쟁도 지난해 2월 '합의'로 마무리됐다. 구찌는 또 지난 10년간 미국과 프랑스, 중국 등에서 데님 브랜드 게스와 상표권 소송을 벌였으나 이 역시 지난해 '합의'로 결론 났다.

다만 소비자 중심으로 카피 제품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명품 브랜드의 '카피 수사대'를 자처하는 곳도 생겼다. '다이어트 프라다'(@diet_prada)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이다.

미국 예술 대학교 졸업생 토리 리우가 친구와 함께 지난 2014년 개설한 다이어트 프라다는 패션업체가 다른 브랜드 디자인을 도용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를 계정에 올려 폭로하고 있다. 구찌·알렉산더왕·톰포드 등 쟁쟁한 명품 브랜드도 폭로 대상에 올라 망신을 당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포에버21 같은 '카피 의혹 업체'들은 더 이상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국내 주요 패션업체 관계자는 "미국의 다이어트 프라다를 볼 때마다 참으로 부럽다고 생각하는데 국내에도 그런 곳 하나 있으면 패션계 전반에 걸쳐 '카피'에 대한 경각심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법으로 디자인 카피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 다이어트 프라다처럼 감시·단속 기능을 갖춘 곳이 생겨 적극 대응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덧붙였다.

'디자인 카피 수사대 ' 로 유명한 다이어트 프라다’ 인스타그램 계정. 해당 포스팅은 포에버21의 화장품 브랜드 '라일리 로즈'가 아리아나 그란데의 이미지 등을 도용했다는 의혹으로 논란이 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뉴스1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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