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쇠고기 마블링 적어도 1++.."농가 경영비 1161억 절감"

장서우 입력 2019. 11. 25. 11: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편된 쇠고기 등급기준 시행..1++ 마블링 17→15.6% 이상 하향
마리당 생산되는 고기양 측정 계산식도 개선.."생산량 증대 효과"
연도관리 시스템 내년부터 시범사업..중·장기 근본 개선방안 마련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서울시가 지난 28일 추석 명절을 앞두고 시·자치구 공무원, 전국한우협회, 소비자명예감시원과 쇠고기 판매업소 일제 단속에 나선다고 밝혔다. ‘한우 둔갑판매 행위’는 미스터리 쇼퍼가 한우 판매업소를 방문해 가짜 한우로 의심되는 육류에 표시된 이력번호를 조회한다. 사진은 1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 정육코너의 모습. 2019.09.01. dadazon@newsis.com

[세종=뉴시스]장서우 기자 = 쇠고기의 유통·판매 과정에서 가격, 품질 등의 주요 지표가 되는 등급 기준이 다음달부터 바뀔 예정이다.

앞으로는 쇠고기의 '마블링'(marbling·근내지방도, 육류를 연하게 하고 육즙이 많게 하는 지방의 분포)이 적어도 1++, 1+ 등급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 같은 제도 개편이 농가의 생산비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다음달 1일부터 쇠고기 등급 기준이 개편 시행된다고 25일 밝혔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12월 축산법 시행 규칙과 축산물 등급 판정 세부 기준(고시) 개정을 통해 시행근거를 마련한 후 생산자와 유통 업계가 대비할 수 있도록 11개월간 유예를 거친 상태다.

쇠고기 등급 제도는 시장 개방에 대응해 국내산 쇠고기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993년에 도입됐다. 국내산 쇠고기의 고급화, 수입산과의 차별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마블링 중심의 등급 체계가 장기 사육을 유도해 농가의 생산비 부담을 늘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 사육 기간은 31.2개월로, 미국(22개월), 일본(29개월) 등 주요국에 비해 길다.

제도가 개편되면서 고기의 품질을 나타내는 육질 등급 중 1++ 등급의 지방 함량이 현행 17% 이상(근내지방도 8, 9번)에서 15.6% 이상(근내지방도 7, 8, 9번)으로 조정된다. 1+ 등급의 지방 함량 역시 13~17%(근내지방도 6, 7번)에서 12.3~15.6%(근내지방도 6번)로 내려간다.

[세종=뉴시스]쇠고기 육질 등급의 근내지방도 기준 변경 내용. (자료 =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이번 개편으로 농가가 최고(1++) 등급을 받기 위한 사육 기간을 줄여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가의 소 사육 기간이 31.2개월에서 29개월로 2.2개월 단축될 것으로 예상한다. 마리당 생산비를 44만6000원으로 계산했을 때 연간 1161억원의 경영비가 절감될 전망이다.

근내지방도를 기준으로 육색·조직감·지방색 등의 결격 수에 따라 등급을 하향 조정하던 현행 방식도 변경된다. 근내지방도·육색·조직감·지방색 모든 항목을 각각 평가한 후 항목별로 가장 낮은 등급을 최종 등급으로 적용해 소비자의 다양한 품질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설명이다.

소 한 마리당 생산되는 정육량이 얼마나 될지 더욱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 육량지수 계산식도 개선한다. 2004년에 개발된 현행 계산식은 품종별(한우, 육우·젖소), 성별(암, 수, 거세) 구분 없이 적용돼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앞으로는 품종별·성별을 고려해 개발한 6개의 계산식을 토대로 육량지수별 등급 구간에 따라 육량 등급(A, B, C)을 판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암컷 한우의 육량지수가 61.83으로 산출되면 한 마리당 먹을 수 있는 고기의 양이 61.83%임을 의미하며 등급은 A를 받게 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육량지수는 농가와 중·도매인 등 중간 상인 간 거래 시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라며 "보다 정확한 지표를 제공해 고기 생산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농가의 생산 관리를 유도함으로써 생산량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세종=뉴시스]쇠고기 육질 등급 판정 방식 변경 내용. (자료 =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정부는 앞으로도 지속해서 쇠고기 등급 제도를 보완해 갈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숙성육 선호도 증가 추세에 부응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해 '연도'(tenderness)관리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가공·판매 단계에서 쇠고기의 부위별·요리방법별 숙성 정도에 따른 소비자 선호도를 등급화해 제공하는 제도로, 현재 호주·미국 등에서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내년부터 일부 가공·판매 업체를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진행한 후 평가 등을 거쳐 본 사업 추진 방안을 마련할 예정에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소비자의 요구와 쇠고기 산업의 국내외 여건, 발전 방향 등을 고려해 등급 제도 전반을 재검토한다. 비육 기간 단축, 등급 체계 및 근내지방도 기준, 고급육·일반육 구분 등급 체계 도입 등에 관해 현재 추진 중인 연구 용역 결과와 함께 해외 사례, 전문가·생산자·소비자 의견 등을 토대로 더욱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제도 시행 후에도 생산자·소비자단체, 식약처, 축산물품질평가원 등과 긴밀히 협조해 현장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개편된 등급 기준이 차질없이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농가와 유통업계, 도매시장 등에서도 철저히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wu@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