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범민주파 압승' 이후 "민심 이반 쓰나미 휩쓸어"..캐리 람 '퇴진 압박' 거세질 듯

정환보 기자 2019. 11. 25. 22: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체포자 석방·직선제 시행 등
ㆍ민주화 ‘분수령’ 될지 주목
ㆍ경찰 강경 대응도 변화 예상

“우리가 이겼다” 25일 홍콩 범민주 진영 지지자들이 전날 구의원 선거에서 대표적 친중파 의원인 주니어스 호 의원이 낙선한 것을 기뻐하고 있다. 홍콩 | AP연합뉴스

“민심 이반의 쓰나미가 홍콩 전역을 휩쓸어버렸다. 친중파에겐 산사태 같은 참패였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24일 실시된 홍콩 구의회 일반선거에서 범민주파 진영이 직접 투표로 선출하는 452석의 86.1%인 389석을 석권했다. 이전까지 친중파가 모두 장악하고 있던 18개 선거구 가운데 단 1곳을 제외한 17곳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명실상부한 압승이었다. 범민주 진영인 공민당은 전체 36명 후보 중 32명이 승리했으며, 노동당은 7명 후보자 전원이 승리를 거뒀다. 친중파 정당 중 최대 세력인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은 181명 후보 중 160명이 낙선했다.

범민주진영의 완승은 전날 구의원 선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투표율(71.2%)에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특히 투표 참여 인원 기준으로는 2015년 선거(147만명)의 2배에 이르는 294만명이 이번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홍콩에서는 선거 전 유권자 등록 절차가 필요한데, 등록 유권자 숫자가 4년 전보다 44만명 증가하면서 곱절의 인원이 투표에 참여한 것이다. 해외 유학생마저 귀국해 투표할 정도였다.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부의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추진, ‘복면금지법’ 강행 등 강압적 조치, 실탄 발사까지 불사하는 경찰의 초강경 진압 등이 유권자들의 분노를 키웠다. 날로 시위가 격화되는 와중에도 인민해방군을 홍콩 도심에 노출시키는 등 강경 일변도로 초지일관해 온 중국 본토에 대한 반발 심리도 작용했다.

향후 홍콩 민주화의 중대 분수령으로 기록될 선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선거는 캐리 람 행정장관 신임과 홍콩을 대하는 중국 공산당의 시각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이 강한 선거였다. 게다가 구의원은 정치적 위상이 높지 않지만 선거인단 간접선거로 치러지는 행정장관(행정수반)·입법회(국회) 선거와 달리 유일하게 ‘주민 직선’으로 뽑힌다.

민심이 표출된 이번 선거 결과로 당장 체포자 석방과 직선제 시행 등 ‘5대 요구사항’을 줄기차게 주장해 온 시위대 측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4000명 이상 체포자를 양산했던 경찰의 강경 대응 기조에도 어느 정도 변화가 예상된다. 친중파 내부에서도 비난 여론이 커지는 등 람 장관에 대한 퇴진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022년 행정수반 선출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이번에 선출된 구의원 452명 가운데 117명은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선거인단 1200명에 포함된다. 비율은 전체의 9.8%에 불과하지만 구의회 내부 선출로 대의원을 뽑기 때문에 117명 전원을 범민주진영이 독식할 수 있다.

직능별로 구성된 기존 선거인단에 민주파 인사들까지 포함하면, 범민주진영은 전체 선거인단의 40% 가까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장관 직선제가 실시되지 않는 한 여전히 중국 본토 입김이 강한 구조이지만, 정치개혁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보여 이들의 의견이 선거에 일정 부분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