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단식하는 野 대표 비하, 도 넘었다

최은영 2019. 11.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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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을 시작하자, 일부 여권 정치인과 언론은 ‘지금 왜 단식을 하느냐’고 비아냥거렸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주장에 동조하기 어려웠다. 왜냐하면 황 대표가 단식 이유로 꼽은 첫 번째가 바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이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지소미아 종료가 ‘보류’됐지만, 지난 금요일 오후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지소미아는 연장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만일 지소미아가 연장되지 않았더라면, 안보상의 문제 뿐 아니라 경제적 차원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야당 대표로서는 당연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제1야당 대표가 단식을 하는 것은 어색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뜬금없는 단식”으로 평가한 것이라면, 지소미아 문제의 중대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지소미아 연장 여부가 중대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뜬금없는 단식이라는 주장을 폈는지, 아니면 어차피 연장이 안 될 텐데 단식은 해서 뭐하냐고 생각한 것인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황 대표의 단식이 지소미아 연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뜬금없는 단식”이라는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 듯하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대표님이 단식도 하고 촉구도 하고 입장도 내고 강하게 지소미아 말씀을 해 (일본과) 협상하는 데 있어 ‘협상의 지렛대’라는 간단한 분석도 내부에서 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외교에 있어서 정부와 야당이 각기 다른 주장을 할 때 오히려 협상력을 높일 수 있고 한 국가의 외교적 결정에 명분을 줄 수 있다. 바로 이번 경우가 그런 전형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외교적 상식을 무시하고 무조건 야당 대표의 단식을 폄훼했다면, 과연 이런 주장을 한 이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야당에 대한 비하는 이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황 대표와 청년들의 만남에서, 이런 모임의 취지보다는 청년들의 한국당에 대한 날선 비판이 부각된 것을 보면, 이 또한 야당 비하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여기서도 궁금한 점이 있다. 요새 정치권에 자주 회자된 ‘각본 없는 대화’란 과연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서다. 각본 없는 만남 혹은 대화의 목적은 가감 없이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래야만 자신들의 잘못된 점을 고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새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과 정부의 잘못된 점이 잘한 점보다 많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본 없는 대화’를 위해 ‘무작위’로 참여 대상자를 선정했을 경우에는, 대화를 주관한 정치권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는 것이 정상이다. 얼마 전 영국에서 있었던 총리와 야당 대표간의 TV토론을 봐도 그렇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황교안 대표와 청년들의 만남은 오히려 이런 종류의 만남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하는 것이 맞다. 오히려 ‘칭찬 일색’인 대화가 문제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야당 대표와 청년들의 만남을 희화화한다면, 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특정 진영 논리에 너무나 물든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청와대를 비롯한 여야 정당들은 칭찬보다는 비판을 받을 점이 많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런 차원에서 여야 모두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함은 당연하다. 건전하고 튼튼한 야당이 있어야만 건강한 여당이 존재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야당에 대한 비판도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도를 넘을 경우에는 야당에 대한 비판이 야당에 대한 비하로 비쳐진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하고자 하는 점은 야당의 존재란 원래 정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정권의 발목을 잡는 존재라는 점이다. 야당의 존재와 그에 따른 역할을 인정하고 이들이 건강한 야당이 될 수 있도록 매서운 비판은 가하되, 비하는 하지 말자. 야당의 존재는 여당 못지않게 중요하다.

최은영 (eun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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