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해경, 세월호 최초 피해자 '구조내역' 없다

김원진 기자 2019. 11. 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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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선체 기울며 떨어진 단원고 양승진 교사 ‘추락 신고’만 남아
ㆍ검찰 조서·항적·통신자료 어디에도 수색·구조 시도 안 보여
ㆍ탑승자들 생존 가능성 외면…“수사단, 부실 구조 밝혀내야”

해경이 세월호가 기울기 시작할 때 바다에 떨어진 최초 피해자에 대한 구조·수색을 하지 않은 정황이 처음 확인됐다.

25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검찰 진술조서, 해경 통신자료, 항적자료 등을 종합하면 세월호 참사 당시 최초 피해자로 알려진 단원고 교사 고 양승진씨가 해경 구조·수색에서 방치된 정황이 여럿 나온다.

세월호가 최초로 기울어진 시간은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49분쯤이다. 최초 신고는 전남 119 종합상황실에 오전 8시52분 들어왔다. 오전 9시4분엔 122(해양사고 긴급신고전화)로 세월호 선원이 “배가 기울어서 사람 한 명이 바다에 빠졌다”고 해경에 전했다. 세월호에 탑승한 화물차 운전기사, 단원고 학생들도 세월호가 기울어졌을 때 양씨가 바다에 빠졌다고 증언했다. 배가 급격히 기울어진 시간과 122 신고 시간을 종합해보면 양씨가 떨어진 곳은 세월호 최종 침몰 지점과는 약 6㎞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경의 통신자료, 해경 관계자들의 검찰·감사원 진술조서 등에는 해경이 양씨를 구조·수색하려고 시도한 정황이 없다. “사람이 바다에 떨어졌다”는 신고 접수기록만 남아 있다. 희생자 고 박수현군 아버지 박종대씨(55)는 “최근 해경에 ‘최초로 바다에 추락한 양승진 선생님 수색기록’의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해경은 ‘정보 부존재’라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참사 직후 나온 해양수산부 보도자료에도 세월호 침몰지역 수중 수색, 선내 수색이나 유실 방지 펜스 설치 안내만 있다.

해경의 해상수색구조 매뉴얼에는 “해수온도 20도 미만이면 사고 발생 후 3일 이내 집중 수색, 그 이후는 경비병행으로 전환”이라고 쓰여 있다. 해경이 양씨의 수색·구조를 하지 않았다면 매뉴얼 위반이다.

세월호 참사 최초 피해자인 양씨는 검찰의 세월호 1차 수사 이후 이뤄진 재판의 쟁점 중 하나였다. 검찰이 세월호 선원들을 살인죄로 기소하면서 피해자 명단에 양씨까지 포함시켰다. 하지만 재판부는 양씨는 침몰 전 배에서 떨어졌다며 피해자 명단에서 뺐다.

검찰은 항소이유서에서 “사고 해역 인근 수온은 12.6도였기에 바다에 추락하자마자 (양씨가) 즉사 내지 사망하였다고 볼 사정이 없다. 피고인이 구조조치를 하지 않음으로써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익사한 것으로 보는 게 상당하다”고 했다. 해경이 신속한 구조·수색에 나섰다면 양씨를 구할 수 있었다고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2017년 해수부의 세월호 선내 수색에서도 양씨 유해를 찾지 못했다. 해경의 양씨 구조·수색 외면 문제는 검찰 세월호 특별수사단이 밝혀야 할 대목 중 하나로 꼽힌다.

박종대씨가 이 문제를 오래 추적했다. 박씨는 내년 초 출간할 ‘세월호 사건 기록 연구’(가제)에 구조·수색 문제를 다룬다. 박씨는 “국가는 양 선생님이 해상으로 추락하고 수색을 마무리하는 시점까지 끝까지 구조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구조 실패를 인정하고 유족분들께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경 측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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