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전광훈 피고인과 황교안 변호사

이진성 입력 2019. 11. 26.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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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단식 7일째…건강 악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 7일째를 맞았습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 20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철회와 공수처 설치법 포기, 패스트트랙 법안 포기 등을 요구하면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단식 7일째를 맞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단식 7일째를 맞은 황 대표는 초겨울 추위 속에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은 탓에 체력이 급격히 저하돼 누운 채 농성을 이어갔습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오늘(26일) 황 대표를 찾은 뒤 기자들에게 황 대표가 거의 말을 못하고 고개만 끄덕일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황 대표가 단식에 돌입한 이후 여야 인사들이 잇따라 농성장을 찾아 황 대표에게 단식 중단을 촉구했지만 황 대표는 오히려 "죽기를 각오하겠다", "고통마저 소중하다"며 단식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소명의식' '고통' 강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페이스북 (2019.11.25.)


황 대표는 단식을 시작하면서 "저에게는 이제 자유민주세력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고 싶은 소명의식 밖에 남은 것이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단식 6일째인 25일 오전 페이스북엔 "고통은 고마운 동반자입니다" "육신의 고통을 통해 나라의 고통을 떠올립니다. 저와 저희 당의 부족함을 깨닫게 합니다"라고 썼습니다.

황 대표가 구사한 언어 가운데 눈에 띄는 단어는 '소명의식'과 '고통' 입니다. 기독교에서 '소명의식'은 일반적으로 어떤 특별한 목적을 위해 부름을 받았다는 개인의 믿음을 지칭합니다. 또 '고통'은 신의 은혜를 경험하게 하는 선물입니다. 이 단어들은 독실한 기독교(개신교) 신자인 황 대표가 정치를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단식 시작하며 가장 먼저 전광훈 목사 찾아

전광훈 목사 찾은 황교안 대표 (2019.11.20.)


이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황교안 대표의 단식 과정에서 주목받은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회장 전광훈 목사입니다. 황교안 대표는 단식을 선언한 뒤 가장 먼저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를 찾았습니다. 전광훈 목사가 대표로 있는 대표적인 보수단체로, 지난 9월부터 청와대 앞에서 농성 중이었습니다.

무대에 오른 황 대표가 단식 취지를 설명하자 전광훈 목사는 농성 장소는 청와대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황 대표는 전광훈 목사와의 만남 직후 기자들이 기독교 집회 참가가 적절했냐고 묻자 "특정 종교에 편향돼서 얘기 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모든 분들이 한때 힘을 모으자는 뜻" 이라고 답했습니다.

황 대표는 단식 5일째인 지난 24일에도 전광훈 목사를 찾았습니다. 일요일인 이날, 농성장 인근에서 전광훈 목사가 주재하는 예배에 부인과 함께 참석한 겁니다.

황교안 대표 한기총 방문 (2019.03.20.)


황교안 대표와 전광훈 목사, 두 사람은 언제부터 친분을 맺은 걸까요? 정치권에서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대표가 전 목사에게서 조언을 구하는 등 꾸준히 관계를 맺어왔다는 이야기가 나돌았습니다. 실제로 지난 3월 20일 황 대표가 한기총을 방문하자 전 목사는 "위기적 상황에서 우리 하나님께서 일찍이 준비하셨던 황교안 대표님을 자유한국당의 대표님으로 세워주시고(…) 제 개인적 욕심으로는 이승만 대통령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에 이어가는 세 번째 지도자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하는 그런 욕심을 가지고 저는 기도하고 있습니다."라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전광훈-황교안 2012년부터 친분…피고인과 변호인

대법원 홈페이지 화면


그런데 KBS 취재 결과 둘의 관계는 단순히 덕담과 조언을 주고 받는 사이 이상이었습니다. 전광훈과 황교안, 두 사람의 만남은 최소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2년이면 황 대표가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검사복을 벗고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기였습니다.(황교안 대표는 2011년 9월부터 2013년 1월까지 법무법인 태평양의 변호사였습니다.)

2012년 전광훈 목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습니다. 전 목사가 부산 등 전국 4곳에서 강연을 하며 "총선에서 기독교계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말한 혐의입니다. 법원은 "4차례에 걸쳐 사전선거운동을 한 것은 죄질이 불량하고 같은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도 있다"라며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고, 대법원도 이를 확정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검찰 수사를 받을 때부터 1심 재판을 거치는 단계까지 전광훈 목사 측 변호인이 바로 당시 황교안 변호사였습니다.

같은 해 전 목사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명예훼손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는데 이 또한 검찰 수사 단계에서황 대표가 전 목사의 변호를 맡았습니다. 전 목사는 "전교조 안에 성을 공유하는 사람이 만 명이 있다" "전교조가 대한민국을 인민공화국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등 발언을 한 혐의로 약식기소됐고결국 벌금 500만 원을 물어야 했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전광훈 목사 수임한 내용 공개 안 돼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2015.06.09.)


황 대표는 2013년 법무부장관, 2015년에는 국무총리에 지명되면서 각각 인사청문회를 거쳤습니다. 그런데 두 차례의 인사청문회에서 본인이 전광훈 목사의 변호인이었다는 사실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법무부장관 후보자 시절, 황교안 대표는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101건의 사건을 수임해 모두 선임계를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황 대표는 총리 후보자가 되면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다시 변호사 시절 수임사건 자료 공개를 요구받았고,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101건이라던 수임 사건이 실은 119건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황 대표는 119건 가운데 19건의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100건의 자료만 제출했습니다. 그래서 19건의 자문 사건은 끝까지 공개하지 않아 몰래 변론한 경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KBS 취재진은 황교안 대표가 변호사 시절 수임한 사건 119건 가운데 전광훈 목사의 변호를 맡은 사건이 2건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 황 대표에게 자초지종을 직접 물어보려 했지만 황 대표가 단식으로 건강이 악화돼 불가능했습니다. 황교안 대표 비서실장인 김도읍 의원은 두 사람 관계가 문제가 되고 안 되고는 국민이 판단할 일이라면서 선임 내역은 반드시 내야 하는 게 아니며 말도 못하는 분한테 물어봐 줄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진성 기자 (e-gij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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