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즈관".."아동혐오"

김희진 기자 2019. 11. 26.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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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겨울왕국2 상영관 시끄러워” 누리꾼 트윗글로 갑론을박
ㆍ“참을 의무 없다” “성인의 잣대”…카페·식당 논란 연장전
ㆍ‘민폐 딱지’ 사회적 검열 지적…인권위선 “차별” 시정 권고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 개봉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노키즈(No Kids)관’을 두고 누리꾼들이 갑론을박하고 있다. 시끄러운 아동 때문에 영화 관람이 힘들다며 노키즈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아동혐오’와 ‘차별’이라는 반박이 이어졌다.

논쟁은 한 누리꾼이 23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그는 <겨울왕국2> 상영관에서 아이들이 너무 시끄러웠다며 “애들이 영화관에 오면 민폐다. 맘카페나 키즈카페를 대관해 보라”고 했다. “전체관람가나 7세관람가 영화도 노키즈관을 만들어 달라” “내 돈 주고 간 영화관에서 떠드는 아이들을 참아야 할 의무는 없다” 같은 동조 글이 올라왔다.

노키즈관을 반대하는 이들은 “성인의 잣대를 들이대 영화관에서 아이를 쫓아내려는 건 아동혐오”라고 했다.

트위터엔 “어른에게 ‘피해 끼치지 않는’ 완벽하고 어른스러운 아이는 없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린이가 거치는 사회화 과정에 관용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같은 글이 달렸다. 지난 23일 트위터 실시간 검색어 3위에 ‘#아동혐오’가 올랐다. 논란이 커지자 최초 ‘노키즈관’을 제안한 누리꾼은 트윗을 삭제했다.

노키즈관은 노키즈존 논란의 연장선에 있다. 노키즈존은 어린이 출입을 금지하는 카페·식당 등을 뜻한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나이를 이유로 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행위”라며 노키즈존에 대한 시정을 권고했다. 노키즈관도 소수자, 약자에 대한 차별의 단면을 드러낸다. 공공공간에서 아동 입장을 제한하는 시도는 많다. ‘말 잘 듣는 조용한’ 아이와 ‘완벽하게 아이를 통제하는’ 부모 모습을 사회가 강요하는 측면도 있다. 한 누리꾼은 “어린아이는 원래 시끄럽고, 참을성 없고, 조용하지 않은 게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며 “미성숙한 부분이 여과 없이 드러나기 쉬우며, 보호자도 감당하기 힘들 때가 많다”고 했다.

어린이와 성인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공간 활용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키즈관을 이용하면 아이와 부모, 다른 관객도 편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는 “아이 입장 자체를 제한하는 노키즈관은 ‘아동혐오’에 가깝지만, 아이를 위한 키즈관을 제공하는 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여러 상영관을 갖춘 영화관에서 ‘어린이 도서관’처럼 아이를 위한 장소를 마련하면 갈등 조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키즈관’처럼 공간을 분리하는 방식이 역설적으로 아이와 부모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소수 ‘키즈 전용관’이나 ‘키즈카페’가 있다고 그 공간 밖에 나온 부모와 아이에게 ‘민폐’ 딱지를 붙이는 분위기를 경계해야 한단 뜻의 우려다.

사회학자 오찬호씨는 “부모와 아이가 키즈관에 가면 잠시 혐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지만, 그 외 공간에선 더욱 검열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생겼다. 사람들이 ‘키즈관에 가면 될 걸 왜 굳이 나와서’라며 본인의 자유가 침해당했다고 생각하기 쉬워졌다. 키즈관에 가야만 ‘예의 있는 부모’가 되어버린 사회”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관에는 무례한 어른도 많은데, 아이의 작은 행동이 트집 잡을 대상이 되곤 한다”고도 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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