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억 버셨어요, 인출에 3000만원" 법 구멍 노린 신종 피싱

박진만 2019. 11. 27.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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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일 광고문자 한 통에 주부 A(59)씨 마음이 혹했다.

이 사람 말 믿어도 되나 싶었지만, 일단 한번 5만원이라도 넣어보라 해서 넣었다.

'2억원 지급'이 설사 거짓이라 해도 어쨌든 이 돈을 받기 위한 입금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

최근 인천지역에서도 '재테크 코치'라는 이가 '경영지도사'와 똑같은 수법으로 지역 맘카페를 통해 30여명에게 8억여원을 뜯어낸 뒤 잠적하는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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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등서 “경영지도사” “재테크 코치” 이름으로 비대면 사기

“쉽게 돈 버는 투자” 주부 유인… 맘카페 30여명 8억원 피해도

지난달 2일 A씨가 접속한 '경영지도사' 사기 홈페이지. 실제 경영지도사의 업무와는 관련이 없고, 현재 이 사이트는 사라졌다. 인터넷 캡처

“언제까지 가난 속에 있으실 건가요?”

지난달 2일 광고문자 한 통에 주부 A(59)씨 마음이 혹했다. ‘경영지도사’란 사람과 카카오톡 대화를 시작했다. 주식전문 사이트에서 선물ㆍ파생상품에 투자하면 손쉽게 돈 벌 수 있다 했다. 주식 메커니즘을 설명하자면 복잡하니 간단하게 ‘홀’, ‘짝’ 두 곳을 시키는 대로 클릭하라 했다. 이 사람 말 믿어도 되나 싶었지만, 일단 한번 5만원이라도 넣어보라 해서 넣었다. 그랬더니 10만원이 돌아왔다. 실제 통장에 찍혔다. 10만원은 20만원으로, 20만원은 30만원으로 금세 불었다.

그러자 ‘대표’라는 이가 나서서 실적 좋은 회원이니 수익률이 더 높은 투자를 해보자 했다. 대신 500만원부터 시작하고 수익금엔 인출 수수료가 붙는다 했다. 몸이 바짝 단 A씨는 신용카드의 카드론까지 동원, 돈을 끌어대 댔다. 수익금은 이틀 새 2억원이 됐다. ‘대표’는 축하 인사와 함께 “2억원 인출하려면 수수료가 3,000만원 정도 붙는다”고 했다. 겨우 구한 돈을 입금했더니 세금 정산에 필요하다며 추가로 돈을 더 요구했다. A씨는 수상하다 싶어 중간에 입금을 멈추자 그들은 연락이 끊겼다. 이미 3,700만원을 송금한 뒤였다.

그 다음이 더 문제였다. A씨는 황급히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범죄가 아니어서 계좌를 막을 수 없다 했다. 수사기관에 신고해 정식 수사가 이뤄지면 가능하다 해서 부랴부랴 ‘성명불상자’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고, 관할 경찰서로부터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발급받은 뒤에야 은행에다 지급정지 신청을 했다. 범죄 계좌에 있던 돈은 이미 다 빠져나간 뒤였다. A씨는 자기 같은 피해자가 여럿이라는 걸 그제야 알았다.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우회하기 위한 ‘신종 비대면 사기’가 번져 나가고 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보이스피싱 범죄가 사회문제화 되자 2010년 제정됐다. 금융기관이나 검찰 등 국가기관을 사칭한 대출권유 등에 대해 별도의 조치 없이 곧바로 문제 계좌를 틀어막은 뒤 피해금액을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신종 비대면 사기는 이를 피하기 위해 ‘2억원’ 같은 실제 대가를 내세운다. 법상 보이스피싱은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된다’는 단서가 붙어있다. ‘2억원 지급’이 설사 거짓이라 해도 어쨌든 이 돈을 받기 위한 입금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

이런 유형의 범죄는 슬금슬금 확장되는 추세다. 최근 인천지역에서도 ‘재테크 코치’라는 이가 ‘경영지도사’와 똑같은 수법으로 지역 맘카페를 통해 30여명에게 8억여원을 뜯어낸 뒤 잠적하는 일이 있었다. 서울 일선 경찰서 경제팀 소속의 한 수사관은 “이런 범죄는 수사관 한 두 명이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수준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진화하는 범죄 수법을 따라갈 수 있도록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규정을 조금 더 포괄적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범죄는 피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은행 거래 단계에서 수상한 거액이 오갈 경우 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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