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2' 노키즈존 논란 "진짜 미치겠다" vs "아동 혐오"

한승곤 2019. 11. 2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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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2' 500만 돌파 인기몰이
관람 중 아이들 떠드는 소리 등 관람 방해 논란
성인 관객들 아예 '아이들 관람관' 만들어 달라 하소연
사진=영화 '겨울왕국 2' 스틸 이미지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 30대 직장인 A 씨는 최근 극장을 찾아 '겨울왕국2'를 관람하던 중 불쾌한 일을 겪었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초등학생이 "올라프 올라프!" 하면서 연신 환호하며 관람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뒷자리 앉은 초등학생은 A 씨 좌석을 발로 연신 차면서 영화를 관람했다. 결국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없던 A 씨는 초등생 부모들에게 항의했지만, 상황은 그대로였다. A 씨는 "이럴 거면 키즈관에 가서 영화를 봐달라" 하소연했지만, '겨울왕국2'는 전체관람가라는 말만 돌아왔다.

지난 21일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가 개봉 6일 만에 누적 관객 수 5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 관람 등급도 전체관람가이다 보니 어린이 관객들도 많이 몰려 영화를 즐기고 있다.

문제는 일부 어린이들의 '관크' 행위다. '관크'는 '관객 크리티컬'의 줄임말로 타인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를 뜻하는 신조어다. 주로 온라인 게임에서 상대에게 결정적인 피해(critical)를 입힐 때 쓰였던 말인데, '관객'이라는 말과 붙어 '관크'로 불리게 됐다.

관련해 이를 둘러싼 각종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퇴근 후 저녁 시간을 이용해 '겨울왕국2' 관람 계획을 세웠다가 취소했다고 밝힌 20대 중반 B 씨는 "트위터를 보니 겨울왕국 관크 피해 사례가 너무 많았다"면서 "일부러 심야 시간에 예매했다. 좀 피곤하긴 하겠지만, 내 돈 내고 영화 관람을 망치는 것보다는 좋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30대 중반 C 씨는 "애들이 영화 관람 중 큰소리로 소리 지르는 것은 기본이고, 아예 화장실 가고 싶다며 수시로 들락날락한다"면서 "이 정도면 거의 환불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이어 "영화가 전체관람가라서 애들과 함께 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관람 방해는 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니냐"면서 "겨울왕국 키즈관을 만들던가, 노키즈존을 만들어 달라"고 토로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 개봉 첫날인 2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영화관 전자매표소에서 시민들이 영화표를 발권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겨울왕국2'는 이날 오전 6시 기준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예매량 110만장(예매율 93%)을 넘어섰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노키즈 존'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성인 중 10명 중 6명(66.1%)은 '노키즈 존'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자녀를 둔 기혼자 2명 중 1명꼴인 54.8%의 응답자도 찬성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노키즈 존'의 도입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요즘 자녀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는 부모들이 많고(79.3%), 손님으로서 불편함을 느끼거나 피해 입지 않을 권리가 있다(75.3%, 중복응답)는 의견을 밝히며 ‘노키즈 존'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어린이와 부모도 원하는 매장에 방문할 권리가 있으며(56%), '노키즈 존' 도입은 사회적 차별이 될 수 있다(52%)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노키즈 존'이 차별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9.2%가 '차별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또 '노키즈 존'이 필요한 이유로 전체의 76.5%가 '일반 고객권리를 위해서'라고 답했으며, '노키즈 존' 도입 여부 문제는 '업주의 자유(78.6%)'라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소수의 아이와 부모들 때문에 전체 아동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53.2%)도 동시에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초등학생 학부모 40대 직장인 D 씨는 "일단 겨울왕국2의 경우 모두가 관람할 수 있는 전체관람가다"라면서 "이 때문에 키즈관을 만들거나 노키즈존을 만들거나 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는 아이들의 관람 예절인데, 이는 부모가 계속해서 교육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등학생을 둔 40대 학부모 E 씨는 "영화 자체가 만화 영화다 보니 아이들이 박수치고 환호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면서도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자기 돈을 내고 와서 짜증 날 수밖에 없으니 좀 답답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키즈존'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국가위원회는 (인권위)는 지난 2017년 ""노키즈존' 식당 운영은 '나이를 이유로 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 행위"'라는 판단을 내렸다. 인권위는 아동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영업의 자유보다 우선한다고 봤다.

헌법 제15조에 따라 '영업의 자유'는 보장되지만, 특정 집단을 서비스 이용에서 배제할 땐 합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권위 판단을 종합하면 현행법상 노키즈존 구성은 차별에 해당할 수밖에 없고, 결국 영업을 하는 쪽에서 내부 규정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운영을 해야 하는 셈이다.

예컨대 '겨울왕국2' 관람 중 일부 어린이가 영화 관람을 방해할 정도의 수준 행동을 보여 관람객들의 거친 항의를 받으면, 내부 규정에 따라 퇴장 조처를 하는 식이다. 다만 이 역시 법률적 강제성은 없어 논란이 여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노키즈존 논란에 대해 서로 배려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심리발달상담센터 관계자는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예절 교육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이해해줄 수 있는 어른들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업주들도 중요하다. 상황에 맞는 공지와 안내가 전제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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