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에도 정치권 침묵.. 시민들이 목소리 내야" [차 한잔 나누며]
이지언(37)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국제적으로 협상해왔지만 30년이 흘렀음에도 문제는 계속 악화했고, 아직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급격하게 진행되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선 ‘기후시민’ 양성과 이를 토대로 한 ‘기후정치인’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국내 에너지 정책 및 기후문제 전문가인 이 국장은 차세대를 이끌어갈 젊은 환경운동가로 꼽힌다. “사회를 굴러가게 하는 에너지원을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소비되는지를 보면 그 사회의 건강성과 지속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이 국장은 “단순히 개발이냐 보호냐의 문제를 떠나, 화석연료를 캐서 태우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기후위기 문제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변화를 넘어 위기로 격상된 기후문제는 이제 전 세계인의 주요 화두가 됐다. 지난 9월에는 185개국 700만여명의 시민이 각국 정부에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공동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 국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전국 13개 도시에 7000여명의 시민이 모였다”며 “하나의 이슈로 이만큼 많은 인원이 동시다발적으로 행동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평했다.
이 국장은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개인 차원의 문제로 환원해버린다는 점도 문제로 꼬집었다. 기상청의 기후위기 관련 홍보 영상을 예로 든 이 국장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해결방안은 결국 ‘일회용을 적게 쓰자’와 같이 개인의 사소한 실천 문제로 빠지곤 한다”며 “임시방편인 개인의 실천만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건 거짓말에 가깝고, 오히려 이는 ‘나쁜 침묵’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온실가스를 다배출하는 기업들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라 정부가 내년까지 제출해야 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서’ 관련 논의 상황에 대해서도 이 국장의 쓴소리는 이어졌다. 이 국장은 “원래 취지는 ‘1.5도 제한’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비전을 보여달라는 것인데, (정부에서는) 이를 작은 옵션 정도로만 여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지만, 가장 강한 것조차도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는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약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강력한 온실가스 규제책 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기후위기가 촉발할 사회 시스템 변화에 대응할 정부 내 ‘컨트롤 타워’ 구축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국장은 “기후위기에는 경제와 산업, 일자리, 교통시스템 모두를 바꾸는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환경부뿐만 아니라 산업부, 국토부, 기재부의 영역까지도 함께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기후위기 문제를 들여다보면 그 엄청난 내용에 좌절을 맛보지 않을 사람은 없지만, 그렇다고 좌절해 있을 수만은 없다”며 “중요한 건 아직 바꿀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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