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지소미아 외교' 왜 실패했나
청와대는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지소미아가 차지하는 의미와 비중을 오독해 화를 키웠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외교가에서는 지소미아 탄생에 미국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게 정설이다. 미국은 이명박정부 시절부터 지소미아 체결을 요구해 왔으나 여론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박근혜정부 들어 2016년 탄핵 정국을 틈타 국무회의에서 지소미아가 어렵사리 통과됐다. 중국을 봉쇄하고자 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은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이 핵심이고 지소미아가 3각 협력을 떠받친다. 미국이 지소미아에 공을 들인 까닭이다. 한국이 일본처럼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지만 그 비중과 무게는 확연히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선언을 강행했다. 일본이 신뢰 훼손을 이유로 수출 규제 등 경제보복 조치를 가했으니 그런 나라와 민감한 군사정보를 교환할 수 없다는 논리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소미아는) 한·일이 풀어야 할 문제로 한·미동맹과 전혀 관계없다”고 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미 측과 수시로 소통하고 협의했다”고 했다. 오판의 대가는 혹독했다. 미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가 번갈아 가며 격한 비판을 쏟아냈다. 종료 시한이 다가오자 미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인도·태평양사령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이 줄줄이 방한해 유례없는 압박을 가했다. 주한미군 철수까지 거론될 지경이었다.
미국발 뒤끝까지 작렬했다. 미 국무부는 “지소미아를 갱신하는 한국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조건부 종료 연기라는 청와대의 발표를 무력화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차관보는 지소미아 연기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연계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다”고 으름장을 놨다. 뺨 맞고 돈까지 물어내야 하는 판이다. 일본은 ‘완전한 승리’라며 기세등등하다. 아베 신조 총리는 “아무것도 양보한 게 없다”고 했고 가지야마 히로시 경제산업상은 “대화 재개 이외에 합의한 것이 없다”고 둘러댔다. 이에 정의용 실장이 일본의 꼼수 외교를 비판하고 “대통령의 원칙과 포용의 외교가 판정승했다”고 항변했다. 그런데 우리가 무엇을 얻었는지, 얻은 게 있기나 한 건지 알 길이 없다. 지소미아 사태는 반일자주노선 등 독단적 이념과 정세 오판이 빚어낸 외교 실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정부는 현 상황을 방치하다가 박근혜정부 시절 외교 대참사의 전철을 밟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소미아 사태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 외교안보팀을 교체하고 실종된 대일·대미 외교력을 복원해야 한다. 실사구시와 역지사지의 지혜를 지닌 베테랑 인재가 중용돼야 한다. 이것이 문재인 외교가 사는 길이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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