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송인택 "황운하 선거 망친 수사, 조국에 잘 보이려 한 것"

김준희 2019. 11. 2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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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김기현 전 울산시장 수사는 흠집내기"
"조국에 잘 보이려고 한 것 같다" 주장도
황운하 "경찰청 첩보, 법·원칙대로 수사"
청와대 "정상 절차에 따라 첩보 넘긴 것"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이 지난 7월 19일 울산지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누구를 죽이기 위한 수사를 한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 자기 출세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선거를 망치고 국가의 기본을 무너뜨렸다."

송인택(56) 전 울산지검장은 27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청와대 하명(下命)을 받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수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황운하(57) 대전경찰청장을 두고 이렇게 비판했다. 송 전 지검장은 황 청장이 울산경찰청장으로 있을 때 울산지검장이었다.

그는 지난해 울산경찰청이 직권남용·뇌물수수 혐의로 김 전 시장 측근 3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을 올해 3월 모두 '혐의없음' 처분했다. 울산지검은 당시 95쪽에 달하는 불기소 결정문을 통해 "수사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수사권 남용의 논란을 야기한 수사"라며 이례적으로 경찰 수사를 지적했다.

송 전 지검장은 "(황 청장이) 증거 없는 수사를 했다"며 "(당시 이철성) 경찰청장까지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사실상 인사권자인 조국(당시 민정수석)에게 잘 보이려고 수사를 한 거나 다름없다"며 청와대를 겨냥했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황 청장은 "청와대 하명은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했다"고 반박했다. 황 청장은 내년 총선 때 고향인 대전 중구에 출마하기 위해 명예퇴직을 신청한 상태다. 송 전 지검장과 황 청장은 모두 대전이 고향이다.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이 27일 오후 대전경찰청 기자실에서 지난해 울산경찰청장 재직 중 이뤄진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수사를 둘러싼 청와대 하명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뉴스1]

다음은 송 전 지검장과의 일문일답.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경찰 수사에 관여했다면 사건이 커질 것 같다. 당시 수사에 문제가 있었나.
"경찰이 그렇게 수사하면 안 된다. 누구를 죽이기 위한 수사를 한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 기소되든 말든 상관없이 한 수사로 비칠 수 있다. 경찰이나 검사가 돈 받고 누구 사건을 해결해 주나. 그런 것과 비슷하다. 자기 출세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수사를 한 것으로 의심받기 충분하다."(※황 청장은 '공천을 대가로 수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소설이다.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반박했다.)

-선거를 앞두고 결과에 영향을 미치거나 오해를 살 수 있는 수사는 미루거나 신중히 접근하는 게 상식인데.
"현행범 아니면 함부로 수사하는 게 아니다. 남들은 작심하고 흠집 내기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들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이유는.
"(황 청장이) 증거 없는 수사를 했다. 검사가 중간중간에 '죄가 안 된다'며 수사하지 말라고 지휘해도 바득바득 우겨 가면서 계속 밀어붙였다. (불기소) 결정문을 90페이지 넘게 쓴 이유다. 이것은 영구 보존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 (19)50년대도 아니고 2000년대에 이런 수사를 경찰이 했다. 일개 하위직도 아니고…. (당시 이철성) 경찰청장까지 책임져야 할 일이다."(※황 청장은 "울산경찰청은 경찰청(본청)으로부터 첩보를 하달받았을 뿐 첩보의 원천이 어디인지 생산 경위가 어떠한지는 알지 못한다"며 "여러 범죄 첩보 중 내사 결과 혐의가 확인된 사안에 대해서만 절차대로 (수사를) 진행했고, 기소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검찰에) 송치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 수사를 왜 그리 심각하게 보나.
"뇌물을 받으면 그 사람 하나의 문제인데 그게 아니잖나. 선거를 망치는 건 국가의 기본을 허물어뜨리는 일이다. 그래서 (황 청장이 한 수사는) 국기 문란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여당 도와주세요'라고 했다가 탄핵 심판에 회부됐다. 이건 말로 '도와주세요'가 아니고 칼질을 해댄 거다. 그러면 안 된다. 더한 거다."

-황 청장은 당시 수사 개시 전 송철호 변호사(현 울산시장)를 수차례 만난 것과 김 시장 수사는 전혀 관계없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상 인사권자인 조국(당시 민정수석)에게 잘 보이려고 한 수사나 다름없다."(※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청와대는 비위 혐의에 대한 첩보가 접수되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관련 기관에 이관한다. 당연한 절차를 두고 하명 수사가 있었던 것처럼 보도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당시 수사는 황운하 청장 개인이 할 수 있는 사안인가.
"그렇게 안 본다."(※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지난 25일 울산지검으로부터 황 청장에 대한 고발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에 들어갔다. 청와대와 경찰이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 김 전 시장의 재선을 막기 위해 사실상 표적 수사를 했을 가능성을 살펴볼 예정이다. 검찰은 당시 황 청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김 전 시장의 비위 첩보를 넘겨받아 수사를 개시한 정황을 뒷받침하는 물증과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고, 그는 2014년 울산 남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온 송 시장의 후원회장을 지냈다.)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2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낙선했던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 권력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 청장은 여전히 검찰을 공격하는데.
"그 사람은 그것 가지고 승진하고 여기까지 온 사람이다. 고래(사건)도 그가 (검찰 공격에) 활용한 거다. 검사든 누구든 수사기관은 공무원 수사 의뢰가 오면 혐의가 인정되거나 수사할 만하면 일주일 내에 수사개시를 통보한다. 그런데 (황 청장은) 그것도 안 하고 2년 넘게 (이 사건을) 우려만 먹었다. (해당 검사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 어떡할 거냐. 죄가 안 되는 걸 자기가 더 잘 알 거다. 범죄 현장에서의 (고래) DNA가 아닌데 DNA 확보율이 70%도 안 되는 걸 검사해 봐야 의미가 없다. 기소하면 100% 무죄다. 내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언론은 검·경 갈등으로만 봤다."(※경찰대 1기인 황 청장은 경찰 내 대표적인 '수사권 독립론자'이자 '검찰 저격수'로 불린다. 검·경 갈등을 빚은 '고래 고기 환부 사건' 수사의 책임자였다. 이 사건은 2016년 울산경찰청이 압수한 고래 고기를 검찰이 유통업자에게 돌려주자 동물구호단체가 이를 고발해 경찰이 담당 검사를 수사하면서 두 기관이 대립한 사건이다.)

-황 청장과 고향(대전)이 같다.
"무슨 상관이냐. 난 검사로서 일한 거고, 그 사람은 경찰로서 일한 거다. 고향 사람끼리 서로 봐주면 공무원이 아니다."

-둘이 만난 적 있나.
"(울산에서) 기관장 모임 등에서 몇 번 봤다. 개인적인 대화는 나눈 적 없다."

-이 사건은 어떻게 될 것 같나.
"잘될 거다. 진실대로 밝혀지는 게 잘되는 거다."

-황 청장이 내년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겠나.
"불가능하다. 공무원이 수사를 받는 중일 때는 선거에 못 나간다. 헌법소원을 한다고 해도 어렵다. (※황 청장은 공무원 의원면직 제한 규정 등에 대한 헌법소원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수정 : 2019년 11월 28일 보도 이후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은 기사 일부 내용이 본인 취지와 다르다고 알려와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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