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제가 살아봤는데요..외국 한 달 살기의 기술

김선식 입력 2019. 11. 28. 09:36 수정 2019. 11. 2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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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ㅣ외국 한 달 살기
타이, 필리핀, 미국, 동유럽 '한 달 살기'한 4인
물가, 공기, 여유, 영어, 문화 등 떠난 이유 제각각
'짐은 무엇을?' '아프면 어떻게?' '비용은 얼마나?' 등
깨알 같고 현실적인 외국에서 한 달 살기 조언들
지난해 7월7일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삼중교에서 김상오씨의 부인과 딸이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사진 김상오 제공

그들은 ‘여행 고수’들처럼 보였다. 숙소 선정, 일정 짜기, 짐 싸기, 비용 절감, 현지 병원 이용 등에 이르기까지 술술 이야기를 풀어냈다. 동남아, 유럽, 미국,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돌아온 이들이다. 지난 22~23일 전화통화로 한상임(39), 김상오(39), 민영진(40), 한윤진(41)씨에게 ‘한 달 살기 여행의 기술’을 들었다. 여행에 왕도는 없고 방법은 정하기 나름이다. 그런데도 타인의 여행담은 늘 우리에게 결정적인 힌트를 준다.

프로필 경기 수원에 사는 한상임(39)씨. 프리랜서 강사다. 지난 1월10일부터 33일 동안 타이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 여행을 했다. 아이 2명(7·10살)과 동행했다. 서울 사는 김상오(39)씨. 육아휴직하고 지난해 6~9월 넉 달 동안 유럽 네 나라를 여행했다. 본격적인 한 달 살기 여행은 7월부터다.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폴란드 바르샤바, 체코 프라하에 한 달씩 머물렀다. 부인과 아이 2명(당시 14개월·6살)이 동행했다. 경기 용인에 사는 민영진(40)씨. 지난 1월20일부터 30일간 필리핀 세부 한 달 살기를 했다. 당시 전업주부였던 민씨는 아이 2명(4·7살), 고등학교 동창 친구, 친구의 아이 3명(5·7·9살)과 동행했다. 2017년 12월 필리핀 클락 한 달 살기에 이어 두 번째다. 서울 사는 회사원 한윤진(41)씨. 육아휴직을 쓰고 올해 7월부터 5~6주 미국 마이애미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두 아이(6·9살)와 같이 갔다. 앞서 지난해 1월 호주 멜버른 한 달 살기 경험이 있다.

외국으로 간 까닭은 한상임씨는 앞서 4년간 매해 제주도와 경남 통영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그는 “제주는 안전하지만, 생활하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올랐다”며 “4년 전쯤 한 달 50~60만원이던 제주 전통가옥 숙박비가 최근엔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고 말했다. 김상오씨는 “육아휴직을 쓴 마당에 집에서 지지고 볶는 육아 대신 여유로운 육아를 하고 싶었다”며 “국내 미세먼지를 피하면서도, 안전하고 물가가 저렴하지만 자주 가긴 어려운 동유럽 나라들로 떠나기로 했다”고 했다. 민영진씨는 “2년 전 필리핀 클락에 갔을 때 아이 비염 증상이 사라질 만큼 공기가 좋아서 다시 필리핀 ‘한 달 살기’에 나섰다”고 했다. 한윤진씨는 “지난해 호주 멜버른에서 ‘한 달 살기’ 하는 동안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현지인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영어권 문화를 접하는 모습이 좋았다”며 “이번엔 미국 마이애미에서 4주간 여름학교를 보냈다”고 말했다.

타이 치앙마이. <한겨레> 자료 사진

숙소 고르기 기준 김상오씨는 숙소 예약 사이트 ‘에어비앤비’와 ‘부킹닷컴’ 후기를 꼼꼼히 확인했다. 숙소는 모두 에어비앤비를 통해 부엌 딸린 집으로 구했다. 그는 “동유럽 류블랴나에서 4주간 숙소 한곳에 머물렀더니 지루해서 바르샤바와 프라하에선 5~7일마다 숙소를 옮겼다”고 말했다. 류블랴나, 바르샤바에 머물 때 7월 중순~8월 중순 성수기엔 1박에 10만원 이상이었다. 성수기가 지나니 바르샤바에선 1박에 5만원 이하로도 집을 구할 수 있었다. 프라하는 예상과 달리 9월에도 10만원 이상 들었다. 한상임씨는 세탁에 신경을 썼다. “치앙마이엔 세탁기 없는 숙소들이 많아서, 동전 세탁기가 1층에 구비된 콘도형 숙소를 선택했다.” 미국 마이애미에 다녀온 한윤진씨는 “처음 1주 반은 사촌 언니 집에서 머물렀고 나머지 한 달 정도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레지던스 한 곳을 빌렸다”며 “‘슈퍼 호스트’로 지정된 주인들의 숙소는 상대적으로 믿을 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세부에 다녀온 민영진씨는 시내 주변에 있는 콘도를 한 달 동안 빌렸다. 그는 “아이들 어학원 셔틀 차량이 정차하고 시내에서 가까워 생활이 편리한 위치에 있는 집을 골랐다”고 했다.

일정 짜기의 기술 김상오씨는 “숙소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현지에 가서 밤마다 구글 사이트에서 갈만한 곳을 검색했다”고 말했다. 치앙마이에 다녀온 한상임씨도 “한 달 치 일정을 다 짜는 건 무리”라며 “꼭 하고 싶은 일 몇 개만 추렸다”고 말했다. 그는 “경험자들 얘기를 들으면, 첫 숙소도 교통 상황 등을 점검해 결정하기 위해 일단 현지에 가서 마사지 숍에 짐을 맡겨두고 알아보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마이애미에 다녀온 한윤진씨와 세부 다녀온 민영진씨도 날짜별 일정을 짜진 않았다. 평일에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되는대로 현지 놀이터, 키즈 카페, 박물관, 시티투어 등을 이용했다.

폴란드 바르샤바. 사진 스카이스캐너 제공

짐 싸기의 노하우 한상임씨는 “일단 5일만 산다고 생각하고 짐을 쌌다”고 말했다. 그는 “가방 부피를 고려해 입을 옷의 수를 줄이고, 대신 식비를 아끼려고 소형 전기밥솥(2인용)과 냄비, 쌀, 김치, 장아찌를 가져갔다”며 “우리 쌀과 타이 찹쌀을 절반씩 섞어 밥을 하면 우리 밥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한씨는 샤워기와 싱크대 물을 걸러 쓸 수 있는 필터와 휴대용 정수기도 챙겼다. “치앙마이 수돗물엔 보통 석회질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숙소에 청소기가 없어 챙겨 간 ‘건티슈’와 청소용 ‘막대 봉’이 매우 유용했다”고 말했다.

그 밖에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알레르기약, 안연고, 안약은 필수 준비물이라고 강조했다. 동유럽에 다녀온 김상오씨는 아이 먹거리 준비물에 신경을 썼다. 식사 대용품을 잔뜩 챙겼다. 김씨는 “유럽에 흔한 동남아 쌀로 지은 ‘냄비 밥’이 맛이 없어 유독 전기밥솥이 아쉬웠다”며 “초밥용 쌀이나 이탈리아 식료품점에서 판매하는 쌀은 그나마 나았다”고 덧붙였다. 세부에 다녀온 민영진씨는 “수저와 냄비 2개, 망고 원액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는 키트도 챙겼다”고 말했다. 한윤진씨는 “짐을 최대한 가볍게 싸려고 했다”며 “칫솔, 치약도 현지 물건을 써본다는 생각으로 따로 챙기지 않았다”고 했다.

자주 쓰는 앱·웹사이트 한윤진씨는 구글맵(지도)과 구글 사이트, 에어비앤비(숙소 예약), 익스피디아(렌터카) 앱 등을 이용했다. 그는 “구글 사이트에서 검색해서 좋은 프로그램을 갖춘 현지 여름학교를 찾을 수 있었다”며 “구글 맵은 현지 버스 정보가 꽤 유용하다”고 말했다. 한상임, 민영진씨는 동남아시아에서 자주 이용하는 ‘차량 공유 서비스’ 앱 ‘그랩’을 이용했다. 김상오씨는 “현지에 가서 알게 된 정보나 사이트가 유용했다”고 말했다.

비용은 대강 얼마? 치앙마이에 다녀온 한상임씨는 항공권 약 200만원(3명)을 포함해 총비용 380만~390만원이 들었다. 마이애미에 다녀온 한윤진씨는 5~6주 동안 항공권 300여만원(3명)을 포함해 총 1000만원가량 쓴 것으로 기억했다. 세부에 다녀온 민영진씨는 항공권 약 200만원(3명), 숙박비로 약 200만원을 지출했다. 유럽 네 나라를 넉달간 여행한 김상오씨는 성인 1인 기준 바르샤바행 왕복항공권 100만원가량에, 동유럽 기준 생활비가 하루 평균 5만원 정도 들었다.

필리핀 세부 해변. <한겨레> 자료 사진

비용 절감의 기술 치앙마이에 다녀온 한상임씨는 “항공권 싸게 사는 법은 (검색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출국 1년 전부터 검색해, 낮은 금액대 항공권이 나온 날짜에 맞춰 예약했다. 현지에서 매일 가계부를 작성했고, 값싼 로컬 버스 ‘썽태우’를 이용했다. 인터넷 카페 ‘아이러브 치앙마이’에 가입해 ‘원데이 투어’ 등 행선지가 같은 여행객과 렌터카를 공유했다. 아이들도 자발적으로 여행비를 보탰다. 둘이 모은 용돈으로 숙소비 80만원가량을 지불했다. 마이애미에 다녀온 한윤진씨는 경비를 아끼려고 하루에 쓰는 식비 등 기본 생활비를 5만원으로 정했다. 민영진씨는 “평일 아침과 저녁은 거의 집에서 먹었다”며 “반찬용 김을 많이 가져갔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에 20만원을 지불하면 한 주에 6일간 청소, 설거지, 빨래를 해주는 현지인을 고용할 수 있어 엄마들이 집안 일 부담을 덜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현지에서 아플 때 대처법 유럽에 다녀온 김상오씨는 숙소를 늘 병원과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 그는 “병원을 검색해두고 집주인에게도 병원에 관해 물어봤다”고 말했다. 류블랴나에선 당시 두 돌이 안 된 둘째가 사흘 동안 열이 펄펄 끓었다. 그는 여권을 들고 주변 공중보건소를 찾아갔다. 한씨는 “의사가 영어를 잘 못했지만, 간호사 통역 도움을 받아 진료를 잘 마쳤다”며 “병원비 18유로는 여행자보험을 통해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한상임씨도 치앙마이에서 둘째가 열이 잘 안 내려서 대학병원을 찾았다. 한씨는 “한국인 통역이 지원되는 병원이었다”며 “여행자보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민영진씨도 여행 마지막 주에 첫째가 팔이 부러져 종합병원을 찾았다. 그는 “병원비가 우리 돈 5~10만원 나왔는데, 여행자보험으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한 달 살기가 준 선물 치앙마이에 다녀온 한상임씨는 “한 달 살기는 여러 문화를 경험하면서 아이와 친해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민영진, 한윤진씨도 아이와의 여유로웠던 시간으로 한 달 살기를 기억했다. 김상오씨는 “쫓기지 않고 편하게 하나씩 누리며 지내는 점”을 한 달 살기의 매력으로 꼽았다. 그는 “한 달 살면서 자신의 취향이 스스로 알던 것과 많이 다르단 걸 알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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