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 틸만 러프 교수 "IOC, 일본의 '후쿠시마 재난 종료' 주장 믿어선 안돼"
[경향신문] ㆍ러프 교수 방한…‘도쿄 올림픽과 방사능 위험’ 토론회서 주제강연
후쿠시마 5차례 직접 점검…폐기물 하치장에 선수단 숙소 건설
피폭 허용치도 20배나 높여…어린이·임신부는 각별한 주의를
“일본의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는 일본 정부의 거짓말로 성사된 것입니다. 후쿠시마 상황이 괜찮아졌다는 일본 정부의 공식적 발표는 회의적인 시각으로 봐야 합니다.”
틸만 러프 호주 멜버른대 교수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과 방사능 위험’ 토론회에서 “저는 (일본 정부가 발표한) 공식적 방사선 수치를 신뢰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중보건 및 전염병 예방 전문의인 러프 교수는 1985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핵전쟁 방지 국제의사회(IPPNW)’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그가 공동 설립한 ‘핵무기 폐기 국제 캠페인(ICAN)’은 2017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러프 교수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총 5번 일본을 방문해 사고 현장을 점검했다. 그는 최근 일본을 방문했을 때 방사성 폐기물 임시 하치장이 있는 이타테 지역에 새 스포츠센터가 세워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이 센터는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이 올림픽 기간 중 숙소로 사용할 예정이다.
그는 “성화봉송도 후쿠시마 지역에서 이뤄지고, 소프트볼 경기도 후쿠시마시에서 열린다”면서 “일본 정부는 ‘재해는 이제 다 끝났고, 모든 것은 정상적으로 복구되었다’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이 시설들은 여전히 대기 중 (방사성) 물질 방출이나, 추가적 재난, 지진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일본 정부와 일본 올림픽위원회가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오염 상황을 무리하게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방사성 오염으로 인한 건강 위험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축소해 말하고 있다”면서 “어린이와 임신부를 포함한 인구 전체의 최대 피폭 허용 방사선량을 20mSv/y(밀리시버트)로 정한 국가는 일본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해 피폭 허용치를 1MSv/y에서 20배나 높여 유엔 인권위조차 우려를 표했다. 러프 교수는 “후쿠시마 원자로에서 사용된 원료의 양은 체르노빌의 10배 이상 되는 양이었다. 방출된 방사성 물질의 양은 굉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올림픽위원회들을 향해 “일본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호소하면서 “올림픽 선수들은 후쿠시마의 상황에 대해 제대로 된 브리핑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또 “선수와 선수의 가족, 특히 아이들이나 임신부의 경우에는 올림픽 참가 시 방사선 노출 위험에 대해 각별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또 다른 재난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것”이라며 “올림픽 기간 중 추가적 방사선이 방출된다고 하면,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도 미리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일 IPPNW지부는 오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후쿠시마에 있는 시설을 이용하는 올림픽 종목은 (장소를) 이동해달라고 청원했다“고 밝혔다.
러프 교수는 방사능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일본을 개최지로 선정한 IOC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지난 1월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일본 올림픽위원회 회장인 다케다 스네카즈 회장이 2020년 올림픽 개최지로 도쿄를 뽑아달라며 IOC 내 아프리카 출신 위원들을 매수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러프 교수는 “IOC 내 다양한 부정부패가 있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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