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을 내리는 곳만 많았던 세월호 참사 구조 현장

조성은 기자 2019. 11. 28.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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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권한을 가진 일원화된 콘트롤 타워 필요"

[조성은 기자]

 
4.16 세월호 참사 당시 수색구조체계와 지휘조정체계가 혼선을 빚어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단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 임경빈 군 구조 지연 사건'과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현장지휘관의 명확한 업무나 권한관계가 구조본부 운영 훈령에 명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28일 서울시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해양 수색구조체계의 발전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장훈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는 현장 컨트롤타워를 123정 하나만으로 지정하고 304명의 책임을 123정 정장 한 사람에게만 물었다"며 "그러나 실제로는 명령을 내리는 곳이 너무 많았고, 이들 간의 일치도 없었다는 점에서 대형참사 발생시 구조 세력의 모든 지휘체계를 일원화해 현장의 구조세력이 일사분란하게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발제에 나선 하민재 한국해양대 교수는 "해상 인명사고 발생 시 의사결정과 대응에 관여하는 세력들이 너무 많아 최종 의사결정 및 현장 대응에 어려움이 발생한다"며 "일선 구조본부에 독립적인 지휘 권한을 부여하고 현장지휘관의 의사결정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시행된 수난구호법 및 수난구호법 시행령 등을 종합하면 지휘체계는 지역구조본부(김문홍 당시 목포해양경찰서장) → 광역구조본부장(김수현 당시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 중앙구조본부장(김석균 당시 해양경찰청장) 3단계로 이루어졌다.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문제였던 당시 상황

이정일 변호사(법무법인 동화)가 밝힌 당시 상황에 따르면 참사 당일 오전 9시 쯤 목포해양경찰서(이하 목포해경)는 해양경찰청(이하 해경본청)과 서해지방해양결찰청(이하 서해해경)에 각각 세월호 침몰 상황을 보고한다.

9시 23분경 진도VTS가 서해해경에 승객의 비상탈출을 문의했지만 서해해경은 "선장이 결정할 문제"라고 회신한다. 이정일 변호사(법무법인 동화)는 "해경 지휘부가 세월호 선내 진입을 지시하거나 선내 탈출을 지시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다"고 설명했다.

9시 36분경 해경본청은 현장에 도착해 세월호에 접근한 123정에 상황을 보고받는다. 123정은 "구명벌 투하도 없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며 "아마 선상 안에 있는 것 같다"고 전하지만 해경본청은 선내 진입해 승객을 구조하라거나 퇴선방송을 하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 9시 59분경 김문홍 목포해경 서장이 김경일 123정장에게 세월호 승객에게 퇴선지시 할 것을 지시하나 김 정장은 이를 따르지 않는다.

이정일 변호사(법무법인 동화)는 "현장 지휘자의 우선순위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그 순서와 책임자에 혼선을 가져왔다"며 "해경 지휘부가 123정장 또는 구조헬기에 세월호 선내 진입을 지시하거나 탈출명령을 하는 등 구조지시를 하지 못한 것이 참혹한 결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해양수색구조는 초동대응의 신속성과 현장지휘 활동에서의 의사결정 신속성이 생명인 만큼 해양수색구조체계의 중복문제는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복된 수색구조구역, 그리고 지휘조정체계...단순화해야

우리 정부의 구조 시스템은 24개 수색구조구역이 중복된 지휘체계 하에 운용되고 있다. 지역구조본부를 기준으로 19개로 세분화되어있고 이 19개의 수색구조구역은 다시 한 번 5개의 광역구조본부로 나누면서 구조본부 간 중복된 지휘조정체계를 구죽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임채현 목포해양대 교수는 "구조본부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해 현장 지휘의 판단에 혼선을 주어서는 안 된다"며 "현재의 계층적 구조본부의 운영을 완화하고, 해양구조세력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서는 지휘체계를 2단계로 줄여 지휘체계상 혼선 등을 최소화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나 영국 등 해양선진국들은 단일한 지휘체계 하에 수색구조활동의 통제·지휘·조정 업무를 운용하면서, 해양 수색구조 구역을 미국의 경우 13개 구역으로, 일본은 11개 구역, 영국은 9개 구역 등으로 편재하여 운영하고 있다. 지휘조정체계도 광역구조본부와 중앙구조본부의 2단계 체제로 단순화돼있다. 상하 기관별로 혼선이 적고 광역 구역 내 자원 동원 절차가 간단하고 효율적이다.

전 중앙119구조본부장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교수는 "현장지휘관은 사고 현장 및 현장 주변에서 대응 활동 중인 모든 유관기관들의 중심점 역할을 해야한다"며 "사고현장을 관찰하기 용이하고 쉽게 식별할 수 있는 곳에 통합현장지휘소를 설치해 전반적인 조정역할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당초 이날 토론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해양경찰청 수색구조본부장은 독도헬기 추락사고 대응과 최근 잇따라 발생한 대성호 화재 및 시종사고, 청진호 침몰 사고 등의 대응 때문에 불참했다.

▲지난 13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세월호 피해자 가족. 노란 조끼의 뒷면에는 '부모이기에 포기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써 있었다. ⓒ프레시안(조성은)


조성은 기자 (p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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