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호의 직격인터뷰] 김종인 "내가 겪어봐서 안다..문대통령, 문제가 뭔지 모른다"
야 유승민·안철수 통합? 약발 없어
내일 총선 치르면 여야 1:1 가능성
30·40대 제3신당이 약진할 공산 커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
2019년이 한 달밖에 남지 않은 28일 광화문의 한 오피스텔. 여야를 넘나들며 총선·대선을 지휘해 잇따라 승리를 끌어낸 전략가인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만났다. 패스트 트랙 갈등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 청와대발 감찰 무마·하명수사 파동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경륜 깊은 김 전 대표의 진단이 긴요하리란 판단에서다.
Q : 지금 시국에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나.
A : “여당이 선거법을 개정하고 공수처인가 뭔가를 만든다는데 왜 필요한지 납득을 못 하겠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연비제)는 독일이 대표적인데 2차대전 패전국이란 특수성 때문이다. 다시는 히틀러 같은 독재자가 나오지 못하도록 특정 정당의 권력 독점을 막기 위해 연비제를 한 거다. 왜 그런 제도를 굳이 가져오나. 집권당이 총선에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닌가. 패하고도 패했다는 말을 안 하려고 말이다. 정의당도 꿈을 깨야 한다. 연비제 한다고 의석이 확 늘어난다고 볼 수 없다.”
Q : 왜 그런가.
A : “본인들은 득표율이 10%까지 오를 것으로 착각하는 듯한데, 지금 정의당은 정체성이 없다. 민주당의 부속물로 격하됐지 않나. 그래서 진짜 ‘좌파’ 유권자는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민중당을 찍지, 정의당엔 표를 안 줄 거다. 2016년 총선 당시 민주당 비대위 대표인 내게 한완상 전 총리 등 정의당 측이 ‘이대로 가면 야권(당시)이 100석도 못 얻는다’ 며 연합 공천을 하자고 했다. 그러나 나는 관훈클럽 회견에서 ‘정체성 맞지 않는 정당과 어떻게 연합하나’며 일축했다. 그 결과 민주당이 총선에서 1위를 하지 않았나. 집권당이 국정을 잘하면 총선 걱정할 필요가 없다. 뭐가 두려워 선거제를 이상하게 고치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Q : 공수처는 어떻게 보나.
A :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이상한 기관을 만들어 뭘 하겠다는 건가. 요즘은 선거로 당선된 사람들이 권위주의 정권으로 바뀐다. 이 정부도 처음 시작한 게 사법부, 언론 장악 아닌가. 자신들이 욕하던 과거 정권과 다른 게 하나도 없다. 어떻게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그리 막강한 힘을 휘두를 수 있나. 이렇게 상식을 벗어난 정치를 하면 나쁜 결과가 따른다. (프랑스 대혁명 때) 로베스피에르가 기요틴(단두대) 만들어 공포정치 하다 본인이 단두대의 이슬이 됐지 않나.”
Q : 더불어민주당은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를 강조해왔는데.
A : “사실 민주당의 뿌리는 보수다. 다만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 운동권과 386을 대거 영입해 진보 정당처럼 돼 있다. 그러나 추구하는 근본 가치가 없는 점에서 보수 정당이나 똑같다. 내가 2016년 민주당 대표할 때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궤멸한다’고 하니 그 당 사람들이 ‘당 정체성에 위배되는 소리’라 했다. 내가 ‘민주당의 정체성이 도대체 뭐냐’고 물으니 답을 한마디도 못 하더라.”
Q : 한국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통합을 하면 이긴다고 하는데.
A : “한국당이 지금처럼 전형적인 과거형 정당에 머무는 한 합쳐봐야 의미가 없다. 표를 줄 데가 없다. 민주당도 싫고 한국당도 싫은 상황이다. 야권 통합으로만 뭘 해보려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나라 현실을 직시하고 국민이 바라는 바를 제시하면 절로 통합이 된다.”
Q : 한국당은 유승민 의원과 합치고, 안철수까지 가세하면 승산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A : “효과 없을 것이다. (국민) 의식 수준이 높은데, 웃기는 소리다. 2017년 대선에 그 사람들 출마했는데 정말 (대통령) 되려고 나온 거였나? 그리고, 안철수가 뭔가? 안랩이 뜨니까 대단한 사람으로 여겨져서 그렇지, 그가 정치적으로 뭘 할 수 있나.”
Q : 2016년 총선에서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약진했지 않았나.
A : “국민이 속은 거다. 왜 30대에 프랑스 대통령이 돼 나라를 살린 마크롱 같은 인물이 우리에겐 안 나타나는지 안타깝다. 마크롱 같은 7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국회에 들어가야 정치가 바뀐다. 지금 국회의원 중 30·40대는 20명뿐이다. 사고가 경직될 수밖에 없다. 다만 지금은 안 보이지만, 총선 앞두고 자연발생적으로 마크롱 같은 청년 세력이 제3정당을 띄워 판을 뒤흔들 수 있다. (총선이 5개월밖에 안 남았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경험 있는 정치인들이 합세를 해줘야지.”
Q : 국민이 한국당에 바라는 것은.
A : “한국당이 특히 30~40대에 인기가 없다. 20년 넘게 확대되온 양극화에다 0.8%까지 출산율이 떨어지는 등 청년들에게 미래가 안 보이는데 그걸 해결할 비전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Q : 황교안 대표가 병원까지 실려 가며 단식을 강행 중이다. ‘50% 공천 물갈이’도 던졌는데.
A : “답답하니까 그랬겠지. 분위기 바꾸는 데는 작용을 하겠지만 큰 흐름을 주도할 수는 없다고 본다. 또 물갈이만으로 승리할 순 없다. 한국당이 시대적 과제와 국민의 정서에 부응해야만 이긴다. 2002년 대선 때 다들 이회창이 이긴다고 했지만 난 노무현이 이긴다고 예측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외환위기를 해결한다며 양극화를 확 늘려놨다. 그럼 서민적인 노무현이 먹히지, 도도한 이회창은 안 된다고 봤다.”
Q : 만약 내일 총선이 치러진다면 판세는 어떨까.
A : “민주당과 한국당 의석이 비슷비슷할 거다. 틈새를 노리는 정의당, 바른미래당은 재미를 못 볼 거다. 대신 7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주도하는 제3의 정당이 선전해 민주·한국당과 의석을 3분의 1씩 균점할 가능성이 있다. 90석에서 100석까지 본다. 지금 분위기를 보면 민주당은 선전하기 어렵다. 지금은 진보가 30%, 보수가 30%, 중도는 40%다. 핵심 지지층만으로는 절대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진 이유가, 핵심 지지층(보수)만 신경 썼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이 딱 그렇다. 그래선 절대 못 이긴다.”
Q : 그러면 두 당은 어떻게 해야 하나.
A :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이긴 이유는 대표를 맡은 내가 당을 중도로 끌고 갔기 때문이다. 2012년 총·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이긴 것도 마찬가지다. 당 행복추진위원장을 맡은 내가 ‘보수 꼴통’ 인 당을 좌클릭해 중도로 밀어냈기 때문이다. 반대를 무릅쓰고 당 정강·정책을 경제민주화, 복지로 확 바꾸고 65세 이상 국민에 기초연금 20만원 준다는 공약을 밀어붙였다. 투표율 낮은 노인층을 투표장에 유인해야 이긴다는 전략이었다. 딱 먹혔다. 선거 당일 오후 노인들이 투표장에 몰려들었다. 투표율이 높아지니까 민주당은 자기들이 이기는 줄 알고 좋아했다가 땅을 쳤다. 며칠 전 불출마를 선언한 한국당 김세연 의원과 신상진 공천개혁위원장 등이 날 찾아왔길래 이 얘기를 해주며 길을 찾으라고 했다. 즉 사람만 바꾸는 정치공학이 아니라 당의 외연을 확장하는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 민심을 사야만 이기는 거다.”
Q : 30·40대가 주도하는 제3 정당에 기대를 거는 듯한데 본인이 역할을 할 생각은.
A : “두고 보자. 12월 중순쯤 (총선 구도가) 투명하게 드러날 거다. 하느님이 내게 ‘나라 위해 뭐라도 해봐라’는 계시를 내리신다면(하하)….”
Q : 윤여준 전 장관은 ‘김종인이 경제 총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당신과 접촉했다는 설이 나왔는데.
A : “나는 한 번도 그 사람들(손학규) 만나본 적 없다. 총리? (문 대통령과) 소신이 맞지 않는데 어떻게 맡나?”
Q : 문 대통령에게 주문하고 싶은 게 있다면.
A : “임기 절반이 지났다. 특이한 제도나 정책은 삼가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상식에 맞는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
강찬호 논설위원, 정리=장서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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