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호의 직격인터뷰] 김종인 "내가 겪어봐서 안다..문대통령, 문제가 뭔지 모른다"

강찬호 입력 2019. 11. 29. 00:34 수정 2019. 11. 2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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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개정, 총선 겁먹은 여당 꼼수
야 유승민·안철수 통합? 약발 없어
내일 총선 치르면 여야 1:1 가능성
30·40대 제3신당이 약진할 공산 커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
김종인 전 대표는 여야를 막론하고 당이 어려울 때마다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러브콜을 받아왔다. 내년 총선에는 기성 정당 대신 청년층이 주도하는 제3의 신당이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 전망해 이목을 모은다. 최승식 기자
“국정 전반에 어디 하나 편한 곳이 없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문제 자체를 모르는 게 더 문제다. 문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나라가 잘 돌아간다’고 한 건 자기 생각이 아니고 참모들이 써준 걸 얘기하는 것이다. 북한 말마따나 ‘아랫사람이 써주는 것만 줄줄 읽는다’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본다. 나는 문 대통령이랑 같은 당에 있으면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경험해본 사람이다.”

2019년이 한 달밖에 남지 않은 28일 광화문의 한 오피스텔. 여야를 넘나들며 총선·대선을 지휘해 잇따라 승리를 끌어낸 전략가인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만났다. 패스트 트랙 갈등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 청와대발 감찰 무마·하명수사 파동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경륜 깊은 김 전 대표의 진단이 긴요하리란 판단에서다.

Q : 지금 시국에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나.
A : “여당이 선거법을 개정하고 공수처인가 뭔가를 만든다는데 왜 필요한지 납득을 못 하겠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연비제)는 독일이 대표적인데 2차대전 패전국이란 특수성 때문이다. 다시는 히틀러 같은 독재자가 나오지 못하도록 특정 정당의 권력 독점을 막기 위해 연비제를 한 거다. 왜 그런 제도를 굳이 가져오나. 집권당이 총선에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닌가. 패하고도 패했다는 말을 안 하려고 말이다. 정의당도 꿈을 깨야 한다. 연비제 한다고 의석이 확 늘어난다고 볼 수 없다.”

Q : 왜 그런가.
A : “본인들은 득표율이 10%까지 오를 것으로 착각하는 듯한데, 지금 정의당은 정체성이 없다. 민주당의 부속물로 격하됐지 않나. 그래서 진짜 ‘좌파’ 유권자는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민중당을 찍지, 정의당엔 표를 안 줄 거다. 2016년 총선 당시 민주당 비대위 대표인 내게 한완상 전 총리 등 정의당 측이 ‘이대로 가면 야권(당시)이 100석도 못 얻는다’ 며 연합 공천을 하자고 했다. 그러나 나는 관훈클럽 회견에서 ‘정체성 맞지 않는 정당과 어떻게 연합하나’며 일축했다. 그 결과 민주당이 총선에서 1위를 하지 않았나. 집권당이 국정을 잘하면 총선 걱정할 필요가 없다. 뭐가 두려워 선거제를 이상하게 고치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Q : 공수처는 어떻게 보나.
A :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이상한 기관을 만들어 뭘 하겠다는 건가. 요즘은 선거로 당선된 사람들이 권위주의 정권으로 바뀐다. 이 정부도 처음 시작한 게 사법부, 언론 장악 아닌가. 자신들이 욕하던 과거 정권과 다른 게 하나도 없다. 어떻게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그리 막강한 힘을 휘두를 수 있나. 이렇게 상식을 벗어난 정치를 하면 나쁜 결과가 따른다. (프랑스 대혁명 때) 로베스피에르가 기요틴(단두대) 만들어 공포정치 하다 본인이 단두대의 이슬이 됐지 않나.”

Q : 더불어민주당은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를 강조해왔는데.
A : “사실 민주당의 뿌리는 보수다. 다만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 운동권과 386을 대거 영입해 진보 정당처럼 돼 있다. 그러나 추구하는 근본 가치가 없는 점에서 보수 정당이나 똑같다. 내가 2016년 민주당 대표할 때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궤멸한다’고 하니 그 당 사람들이 ‘당 정체성에 위배되는 소리’라 했다. 내가 ‘민주당의 정체성이 도대체 뭐냐’고 물으니 답을 한마디도 못 하더라.”

Q : 한국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통합을 하면 이긴다고 하는데.
A : “한국당이 지금처럼 전형적인 과거형 정당에 머무는 한 합쳐봐야 의미가 없다. 표를 줄 데가 없다. 민주당도 싫고 한국당도 싫은 상황이다. 야권 통합으로만 뭘 해보려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나라 현실을 직시하고 국민이 바라는 바를 제시하면 절로 통합이 된다.”

Q : 한국당은 유승민 의원과 합치고, 안철수까지 가세하면 승산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A : “효과 없을 것이다. (국민) 의식 수준이 높은데, 웃기는 소리다. 2017년 대선에 그 사람들 출마했는데 정말 (대통령) 되려고 나온 거였나? 그리고, 안철수가 뭔가? 안랩이 뜨니까 대단한 사람으로 여겨져서 그렇지, 그가 정치적으로 뭘 할 수 있나.”

Q : 2016년 총선에서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약진했지 않았나.
A : “국민이 속은 거다. 왜 30대에 프랑스 대통령이 돼 나라를 살린 마크롱 같은 인물이 우리에겐 안 나타나는지 안타깝다. 마크롱 같은 7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국회에 들어가야 정치가 바뀐다. 지금 국회의원 중 30·40대는 20명뿐이다. 사고가 경직될 수밖에 없다. 다만 지금은 안 보이지만, 총선 앞두고 자연발생적으로 마크롱 같은 청년 세력이 제3정당을 띄워 판을 뒤흔들 수 있다. (총선이 5개월밖에 안 남았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경험 있는 정치인들이 합세를 해줘야지.”

Q : 국민이 한국당에 바라는 것은.
A : “한국당이 특히 30~40대에 인기가 없다. 20년 넘게 확대되온 양극화에다 0.8%까지 출산율이 떨어지는 등 청년들에게 미래가 안 보이는데 그걸 해결할 비전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Q : 황교안 대표가 병원까지 실려 가며 단식을 강행 중이다. ‘50% 공천 물갈이’도 던졌는데.
A : “답답하니까 그랬겠지. 분위기 바꾸는 데는 작용을 하겠지만 큰 흐름을 주도할 수는 없다고 본다. 또 물갈이만으로 승리할 순 없다. 한국당이 시대적 과제와 국민의 정서에 부응해야만 이긴다. 2002년 대선 때 다들 이회창이 이긴다고 했지만 난 노무현이 이긴다고 예측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외환위기를 해결한다며 양극화를 확 늘려놨다. 그럼 서민적인 노무현이 먹히지, 도도한 이회창은 안 된다고 봤다.”

Q : 만약 내일 총선이 치러진다면 판세는 어떨까.
A : “민주당과 한국당 의석이 비슷비슷할 거다. 틈새를 노리는 정의당, 바른미래당은 재미를 못 볼 거다. 대신 7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주도하는 제3의 정당이 선전해 민주·한국당과 의석을 3분의 1씩 균점할 가능성이 있다. 90석에서 100석까지 본다. 지금 분위기를 보면 민주당은 선전하기 어렵다. 지금은 진보가 30%, 보수가 30%, 중도는 40%다. 핵심 지지층만으로는 절대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진 이유가, 핵심 지지층(보수)만 신경 썼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이 딱 그렇다. 그래선 절대 못 이긴다.”

Q : 그러면 두 당은 어떻게 해야 하나.
A :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이긴 이유는 대표를 맡은 내가 당을 중도로 끌고 갔기 때문이다. 2012년 총·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이긴 것도 마찬가지다. 당 행복추진위원장을 맡은 내가 ‘보수 꼴통’ 인 당을 좌클릭해 중도로 밀어냈기 때문이다. 반대를 무릅쓰고 당 정강·정책을 경제민주화, 복지로 확 바꾸고 65세 이상 국민에 기초연금 20만원 준다는 공약을 밀어붙였다. 투표율 낮은 노인층을 투표장에 유인해야 이긴다는 전략이었다. 딱 먹혔다. 선거 당일 오후 노인들이 투표장에 몰려들었다. 투표율이 높아지니까 민주당은 자기들이 이기는 줄 알고 좋아했다가 땅을 쳤다. 며칠 전 불출마를 선언한 한국당 김세연 의원과 신상진 공천개혁위원장 등이 날 찾아왔길래 이 얘기를 해주며 길을 찾으라고 했다. 즉 사람만 바꾸는 정치공학이 아니라 당의 외연을 확장하는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 민심을 사야만 이기는 거다.”

Q : 30·40대가 주도하는 제3 정당에 기대를 거는 듯한데 본인이 역할을 할 생각은.
A : “두고 보자. 12월 중순쯤 (총선 구도가) 투명하게 드러날 거다. 하느님이 내게 ‘나라 위해 뭐라도 해봐라’는 계시를 내리신다면(하하)….”

Q : 윤여준 전 장관은 ‘김종인이 경제 총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당신과 접촉했다는 설이 나왔는데.
A : “나는 한 번도 그 사람들(손학규) 만나본 적 없다. 총리? (문 대통령과) 소신이 맞지 않는데 어떻게 맡나?”

Q : 문 대통령에게 주문하고 싶은 게 있다면.
A : “임기 절반이 지났다. 특이한 제도나 정책은 삼가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상식에 맞는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
강찬호 논설위원, 정리=장서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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