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부금 정말 잘 쓰이는 것 맞죠?" 구세군 자선냄비, 온정으로 가득 찰까

한승곤 2019. 11. 2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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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는 하겠지만, 내 기부금이 어디로 어떻게 쓰일지 솔직히 찝찝하네요."

2017년 일명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이후, 자선냄비는 물론 기부금 사용처에 대한 싸늘한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평소 자선냄비에 기부를 한다고 밝힌 30대 중반 직장인 A 씨는 "구세군 냄비를 보면 자연스럽게 어금니 아빠(이영학)가 떠오른다"면서 "물론 구세군 여러분들이 알아서 잘해주시겠지만 내 기부금이 정말 불우한 이웃으로 향하는지 조금은 의심스럽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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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민들 기부금 사용처 의구심
'깜깜이 기부금' 되는 것 아닌지 걱정
자선냄비 올해는 목표액 없어
한 시민이 구세군 자선냄비에 기부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기부는 하겠지만, 내 기부금이 어디로 어떻게 쓰일지 솔직히 찝찝하네요."

불우이웃을 돕는 구세군 자선냄비는 29일 서울 광화문 북측광장에서 열리는 시종식을 시작으로 12월31일까지 전국 350여곳에서 모금 활동을 전개한다.

자선냄비는 올해 새로운 시도를 한다. 신용카드를 대면 1000원씩 기부할 수 있는 '스마트 자선냄비'를 도입했다. 올해는 서울 지역 100곳에서 시범 운영할 생각이다. 1회 금액을 1000원으로 정한 것은 부담없이 이웃을 돕는 마음을 표현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매년 목표액을 정했던 자선냄비는 올해의 경우 '자선냄비 모금 목표액 폐지'를 선언했다. 국민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결정이다.

문제는 자선냄비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다. 2017년 일명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이후, 자선냄비는 물론 기부금 사용처에 대한 싸늘한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이영학은 불특정 다수의 후원자를 속여 불법으로 후원금을 모집(기부금품모집사용에관한법률 위반)했다.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총 12억여 원의 후원금을 불법 모집했고 카드로 6억2000여만 원을 결제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아동과 청소년, 노인, 장애인, 여성, 위기가정 등을 떠올리며 베풀어진 사람들의 온정이 한 개인의 비틀어진 욕망에 쓰인 셈이다.

이렇다 보니 내 기부금이 과연 알맞게 쓰이는지 소위 '깜깜이 기부금'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평소 자선냄비에 기부를 한다고 밝힌 30대 중반 직장인 A 씨는 "구세군 냄비를 보면 자연스럽게 어금니 아빠(이영학)가 떠오른다"면서 "물론 구세군 여러분들이 알아서 잘해주시겠지만 내 기부금이 정말 불우한 이웃으로 향하는지 조금은 의심스럽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 20대 후반 직장인 B 씨는 "사용처에 대해 충분히 다 알 수 있음에도,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무래도 극히 일부지만 기부금 횡령하는 나쁜 사람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렇지만 올해 자선냄비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으로 가득 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계청 사회조사(2016)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33.1%가 2015년 한 해 동안 기부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6.9%는 한 번도 기부하지 않은 셈이다. 10명 가운데 6.7명이 기부를 외면한 셈이다.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가 64.6%로 가장 많았다. 이어 △관심부족 14.8% △기부단체 불신 11.7% △직접적인 요청을 받은 적이 없어서 6.4% △기부방법을 몰라서 2.5% 등으로 나타났다.

기부방식을 보면 △현금을 기부한 시민이 24.5%로 가장 많았고 △현금과 물품을 모두 기부한 경우가 5.1%, △물품기부가 3.6%로 나타났다. 현금기부자의 연평균 기부 횟수는 8.1회로 집계됐다.

종합하면 경제적 사정도 있지만 결국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이 기부에 참여하지 않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30대 후반 직장인 C 씨는 기부 참여에 대해 "기부금이 제대로 불우한 이웃에게 잘 전달 되는지가 가장 신경쓰인다"면서도 "그래도 구세군 등 사람들을 믿고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 전문가는 기부금 사용처 검증 강화를 통해 기부 문화를 확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사회복지사업 관계자는 "기부 문화는 반드시 꼭 필요한 문화"라며 "문제는 기부금 사용에 대한 투명한 집행 절차다. 보다 안전한 기부를 위해선 복지단체가 정부 및 지자체에 등록 되었는지, 내외부 감사를 받는 단체인지 확인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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