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고성이 산불서 살아남은 푸른 소나무 싹 베는 이유

박진호 2019. 12. 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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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주민들 영랑호 주변 멀쩡한 소나무 왜 베나 항의
지난달 21일 이후 속초시청에 항의 민원 줄이어
"산불 스쳐간 나무 멀쩡해보여도 결국 고사 꼭 베어내야"
지난 4월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 강풍을 타고 인근 속초까지 번졌다. [중앙포토]

“속초시 영랑호 주변 멀쩡한 나무를 왜 베어내는 건가요.” 최근 속초시청에 영랑호 주변 나무를 베지 말아 달라고 주민들이 넣은 민원 내용이다.

지난달 28일 속초시청에 따르면 비슷한 내용의 민원이 지난달 21일 이후 4~5건 접수됐다. 속초시는 지난 4월 발생한 고성·속초 산불 피해지역인 영랑호 주변 나무를 베는 작업을 지난달 21일부터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사한 나무부터 비교적 멀쩡해 보이는 나무까지 산불이 지나간 위치에 있는 나무는 모두 베고 있다.

나무는 모두 산주의 동의를 얻어 제거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죽은 나무만 제거하면 되는 것 아니냐, 왜 잎이 푸른 살아있는 나무까지 베어내느냐. 보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영랑호 주변은 나무가 많은 데다 산책로가 잘돼 있어 주민이 자주 찾는 곳이다.
지난 4월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에 피해를 본 산림을 복구하는 작업이 속초와 고성지역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외관상 멀쩡한 나무까지 베어내자 주민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삼척 산불 잔족목 모니터링 결과 26.7% 고사
속초시가 이처럼 아직 살아있는 나무를 제거하는 건 산불에 노출된 나무의 경우 대부분 결국엔 고사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 때문이다. 속초시 관계자는 “지금은 멀쩡해 보여서 살았다고 생각되지만, 시간이 흐른 뒤 고사할 가능성이 커 제거했다”며 “영랑호 주변의 경우 산책로이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고 고사하면 안전사고 위험도 있어 산주의 동의를 얻은 뒤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제거하지 않으면 2~3년 뒤에 고사한 나무를 다시 한번 치우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며 “그땐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산주가 직접 자비를 들여 제거해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립산림과학원(이하 과학원)이 연구 중인 ‘삼척지역 산불피해지 소나무 잔존목 모니터링’ 자료를 보면 2017년 5월 6~9일 나흘간 발생한 삼척시 도계읍 산불의 경우 피해 정도가 ‘경’인 지역을 조사한 결과 2년여 만인 지난 9월 26.7%의 나무가 고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산불 피해 나무의 경우 피해 강도를 심·중·경으로 분류한다. 심의 경우 나무의 잎과 가지가 시커멓게 탄 것을, 중은 잎 전체가 갈변한 상태를, 경은 불이 스치고 지나가 잎의 일부만 갈변되고 대부분이 푸른 것을 말한다. 과학원은 당시 잎이 푸른 나무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4월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인근 속초까지 번진 모습. [중앙포토]


현재 산주 동의 얻어 100㏊ 피해목 제거 완료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육성복원연구과 강원석 박사는 “불이 살짝 스치고 지나가는 등 피해가 작은 나무들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인데 2년여 만에 30% 가까이 고사했다”며 “산불 발생 이후 3~5년이 지났을 때 100%는 아니겠지만, 고사율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0년 발생한 동해안 산불의 경우 일부 지역은 2년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50%의 잔존목이 고사하기도 했다”며 “현재 산불의 영향을 적게 받은 나무가 고사하는 원인을 찾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속초지역의 경우 지난 4월 발생한 산불로 327.6㏊의 산림이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160㏊는 산주가 피해목 제거를 동의해 현재 100㏊가량은 피해목 제거를 완료했다.

속초=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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