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시간을 뺏어라! 차세대 산업 'OTT' 전쟁

박종훈 2019. 12. 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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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콘텐츠의 제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디즈니가 드디어 OTT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디즈니 플러스는 일단 북미와 캐나다 등에서 시작해 점차 서비스 지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계획이 나와 있지 않지만,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OTT 서비스란 오버 더 탑(Over The Top)의 앞글자를 딴 약자로, 셋톱박스로 TV를 보는 것을 넘어선다는 뜻하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다. 지나간 방송을 나중에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몰아서 보는 것도 가능하다. 이 같은 특성 덕분에 OTT 전용 콘텐츠는 드라마 한 시즌 분량을 동시에 올려놓기도 하고 있다.

현재 OTT 시장의 절대 강자는 2007년에 처음으로 OTT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의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190여 개국에 서비스가 되고 있고, 구독자는 이미 1억 5천만 명을 넘어섰다. 게다가 4만 개가 넘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어서 가히 업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디즈니 플러스는 3천여 개의 콘텐츠만 보유하고 있어서 콘텐츠 개수만 놓고 보면 훨씬 뒤처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디즈니는 스타워즈, 마블 시리즈 등 블록버스터급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 하나하나의 파괴력은 넷플릭스를 능가한다.

OTT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이 같은 콘텐츠 업체만이 아니다.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IT 기업들도 OTT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난 1일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TV 플러스는 전 세계에 보급된 애플의 다양한 단말기와 싼 가격을 무기로 넷플릭스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OTT 전쟁은 결국 고객의 시간을 차지하기 위한 제로섬 게임이다.

한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여가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이 때문에 OTT는 사실 고객의 시간을 빼앗고, 선점하기 위한 싸움이다. OTT의 성장은 결국 기존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인 영화나 TV, 그리고 게임과 경쟁하는 제로섬 게임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OTT의 성장은 기존 미디어 산업에는 커다른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OTT와 기존 미디어의 싸움을 가를 결정적인 변수는 결국 콘텐츠가 될 것이다. 넷플릭스는 10조 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자금을 콘텐츠 개발에 쏟아 붓고 있다. 흥미로운 콘텐츠를 많이 갖고 있을수록 더 많은 사람의 ‘시간’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콘텐츠의 제왕인 디즈니 플러스의 등장은 OTT 산업의 발전에 강력한 촉진제가 될 것이다.

넷플릭스는 고객의 다양한 취향을 저격하는 다채로운 성향의 프로그램을 보유한 특성을 갖고 있다. 대신 가족들이 다 함께 즐길만한 콘텐츠는 조금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에 비해 디즈니 플러스는 블록버스터를 대거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족 친화적이기 때문에 디즈니 플러스의 등장은 기존 넷플릭스의 단점을 보완하고 나아가 OTT산업 전체를 성장시키는 촉매가 될 가능성이 크다.

OTT 등장, 콘텐츠 산업의 국경이 사라졌다

지금까지 방송 산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 국경에 의해 보호를 받는 산업이었다. 방송은 언어 장벽뿐만 아니라 정부의 주파수 경매나 할당, 그리고 다양한 규제 등을 통해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OTT의 등장은 국가 간 장벽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더구나 OTT가 국경을 넘는 거대자본으로 성장하면서 천문학적인 콘텐츠 투자를 시작했기 때문에 전 세계 미디어 산업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이 같은 거대한 흐름은 기존의 구 미디어 산업에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OTT 산업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미디어 산업의 부가가치의 대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갈 위험성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제는 누구라도 뛰어난 아이디어만 있으면 OTT를 활용해 전 세계를 상대로 자신의 콘텐츠를 팔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셈이다.

박종훈 기자 ( jongho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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