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선거 후 첫 주말 집회서 격렬 충돌..'2주간 휴전' 끝나(종합2보)

2019. 12. 2.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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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 프린스에드워드역 사건' 3개월 맞아 시위대-경찰 충돌
시위대, 화염병 던지고 中 점포 공격..바리케이드 치우는 시민 폭행
경찰, 최루탄·고무탄 등으로 진압 나서..8일 대규모 집회 불허할 듯
중국계 점포 공격하는 홍콩 시위대 로이터통신=연합뉴스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지난달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둔 후 처음으로 벌어진 주말 시위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해 선거 후 '휴전'이 사실상 깨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시위대는 자신들의 5대 요구 사항을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콩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은 오는 8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지만, 경찰이 이를 허가할지는 불투명하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 송환법 공식 철회 ▲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 '8·31 사건' 3개월 추모 시위서 경찰-시위대 충돌

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전날 밤 홍콩 몽콕 지역의 프린스에드워드 지하철역 인근에서는 '8·31 사건' 3개월을 맞아 경찰의 시위 강경 진압을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지난 8월 31일 프린스에드워드 역에서 경찰은 지하철 차량 내부까지 들어가 시위대와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구타하며 체포했는데, 당시 경찰의 구타로 실신한 시민을 응급구조원이 도우려고 하자 이를 저지하고 역내 진입까지 막았다.

이후 프린스에드워드 역에서 시위대 3명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져나갔다. 홍콩 정부와 경찰, 소방청 등이 수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사망설을 부인했지만 별 효과가 없는 실정이다.

전날 밤 수백 명의 시위대는 폐품과 철제 난간 등으로 몽콕경찰서 인근 도로를 막고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구호 등을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몽콕 지하철역 입구와 도로 위에 폐품 등을 쌓아놓고 불을 질렀다.

이에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벌어졌다.

경찰은 도로 한복판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외국 기자를 향해 페퍼볼(pepper ball)을 발사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전날 시위에서 여성 한 명이 눈을 다쳤는데, 이 여성이 다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가운데 한 53세 남성이 시위대가 도로 위에 세운 바리케이드를 치우려다가 시위대에 의해 구타당했다.

시위대가 휘두른 하수관 커버에 맞은 이 남성은 머리를 크게 다쳐 피를 흘렸다.

전날 밤 충돌은 지난달 18일 홍콩 시위대 '최후의 보루'로 불렸던 홍콩이공대와 그 인근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한 후 2주 가까이 이어져 온 '휴전 상태'를 깨는 것이어서 우려를 낳는다.

18일 충돌 후 시위대는 지난달 24일 구의원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폭력시위를 자제했고,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한 후 홍콩 경찰의 시위 대응도 눈에 띄게 온건해졌다.

지난달 29일에는 홍콩 경찰이 지난달 17일부터 13일간 이어온 이공대 봉쇄를 해제하고 완전히 철수하기도 했다.

시위 진압에 나선 홍콩 경찰 (EPA=연합뉴스)

◇시위대 '화염병'-경찰 '최루탄' 또다시 등장…격렬 충돌

이날 오후 침사추이 지역에서는 시위 현장에서 추락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지난달 8일 끝내 숨진 홍콩과기대 2학년생 차우츠록(周梓樂) 씨를 기리고 지속적인 투쟁을 촉구하는 '초심을 잃지 말자'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38만 명(경찰 추산 1만6천 명)이 참여했다.

시위대는 홍콩문화센터에서 이공대 인근까지 행진하면서 "5대 요구 하나라도 빼놓을 수 없다", "경찰을 즉각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홍콩 민주화 시위의 주역 중 한 명인 조슈아 웡은 "이번 선거에서 홍콩인들은 연대의식을 잘 보여줬다"며 "우리는 5대 요구 쟁취를 위한 긴 싸움을 계속해야 할 것이며, 이는 거리시위, 사회적 조직, 국제 연대 등 3가지 싸움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캐리 람 장관이 '독립 검토 위원회'를 통해 송환법 반대 시위의 원인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것을 일축하면서 "경찰 개혁은 홍콩인들의 공동 목표가 됐으며, 독립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경찰의 과잉 진압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시위에는 정체불명의 괴한들로부터 쇠망치 공격을 받는 '백색테러'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구의원 선거에 출마, 당선된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岑子杰) 대표도 목발을 짚고 참석했다.

집회 주최 측은 이날 시위를 평화롭게 진행하자고 시민들에게 호소했고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오후 늦게 일부 시위대가 경찰이 허용한 행진 대열에서 이탈하자 충돌이 빚어졌다.

경찰은 최루탄, 고무탄, 페퍼볼 등을 발사하면서 시위 진압에 나섰고, 시위대는 연막탄, 돌, 화염병, 유리병 등을 던지며 이에 맞섰다.

이날 저녁 왐포아, 훙함 등에서 벌어진 시위에서는 극심한 반중국 정서가 다시 표출됐다.

시위대는 중국 통신기업 '차이나모바일', 중국 본토 폭력조직과 연계됐다는 소문이 난 '베스트마트 360', 홍콩 경찰에 대한 지지를 나타낸 일본 패스트푸드 체인점 '요시노야' 등을 공격해 기물을 파손했다.

경찰 차량 1대는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에 불이 붙었다. 시위대는 남녀 한 쌍이 자신들의 얼굴을 찍는다며 이들을 구타하기도 했다.

시위가 격화하자 경찰은 길거리에 있는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검문검색해 시민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홍콩 시위대 EPA통신=연합뉴스

◇평화시조 기조 완전히 깨지진 않아…8일 대규모 시위

다만 이번 주말 집회에서 구의원 선거 이어져 온 최근의 평화시위 기조가 완전히 깨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날 오후 홍콩 도심 센트럴의 차터가든 공원에서는 주최 측 추산 3천500여 명이 모여 민주화 요구 집회를 열었는데, 중고교생과 노인들이 공동 주최한 이 집회는 평화롭게 진행됐다.

전날 밤 웡타이신 지역에서는 구의원 선거에서 이 지역구 25석을 모두 범민주 진영이 친중파 진영에게서 '탈환'한 것을 축하하는 집회가 열렸는데, 이 집회도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이날 오전 센트럴 에든버러 공원에서는 경찰의 최루탄 남용을 규탄하는 '아이들은 최루탄을 원치 않는다' 집회가 열렸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200여 명의 부모는 경찰의 최루탄 사용 중단과 최루탄 화학성분 분석 및 공개, 홍콩 거리 곳곳의 최루탄 잔해 제거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애드머럴티 지역의 홍콩정부청사 인근까지 행진한 후 평화 행진을 마무리했다.

오후에는 센트럴 차터가든 공원에서 미국의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홍콩인권법) 시행에 감사하는 집회가 열려 주최 측 추산 6천여 명의 시위대가 주홍콩 미국 총영사관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미국 의회의 홍콩인권법안 통과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법안 서명에 감사의 뜻을 나타내면서 이 법에 따라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 등을 제재할 것을 촉구했다.

많은 시위대는 성조기를 들고 미국 국가를 부르기도 했으며, 일부 시위자는 다른 나라들도 홍콩인권법과 유사한 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대규모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해 온 민간인권전선은 오는 8일 '세계 인권의 날' 기념집회를 사상 최대 규모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8일은 홍콩과기대 2학년생 차우츠록 씨가 숨진지 1개월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주말 집회가 평화롭게 진행된다면 8일 집회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이번 주말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이 벌어지면서 경찰이 8일 집회를 허용할지는 불투명해졌다.

홍콩 정부는 지난 6월 초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지금껏 5천890명의 시위대를 체포했으며, 이 가운데 18세 미만 910명을 포함해 40%가량이 학생이라고 밝혔다.

'미국 지원 감사' 행진하는 홍콩 민주화 시위대 (홍콩 EPA=연합뉴스) 홍콩 민주화 시위대가 1일 홍콩 센트럴 차터가든 공원에서 미국의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 시행에 감사하는 집회를 갖고 미 영사관을 향해 행진하는 가운데 한 시민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가면을 쓴 채 함께 걸어가고 있다. ymarshal@yna.co.kr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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