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백원우 특감반원의 죽음..그의 메모엔 "윤석열에게 미안"

김수민 2019. 12. 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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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수사관 "청와대 관계자 유재수 관련 수사 물어 괴롭다" 토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뉴스1]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운영한 이른바 '백원우 별동대'에서 근무한 검찰 수사관이 1일 검찰 조사를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수사관은 유서 형식의 메모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미안하다"고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핵심 참고인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조사 받기 3시간 전… 숨진 채 발견

중앙일보 취재 결과 백 전 비서관이 별도로 조직한 민정비서관실 산하 공직 감찰 전담 조직에 속했던 A수사관(48)은 이날 오후 3시 9분쯤 지인이 운영하는 서울 서초동의 한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 조사를 받기 약 3시간 전이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휘하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검찰 수사관 A씨가 1일 오후 숨진채 발견된 서울 서초구 한 사무실. [연합뉴스]
A수사관이 자필로 작성한 유서엔 "윤 총장에게 미안하다"고 적힌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수사 중인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의 개입 사실을 일정 부분 인정한 것이란 해석이 나올 수도 있다. A수사관은 가족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유서에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A수사관의 가족과 지인들은 경찰 조사에서 "최근에 아들이 명문대 면접을 봤는데 믿을 수 없다" "기쁜 일이 있었는데 안타깝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수사관은 이날 오후 6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출석하지 않았다. 해당 일정은 수사팀과 미리 조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수사관 등이 근무했던 이른바 '백원우 별동대'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의 권한을 넘어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첩보를 위법하게 수집했다는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 일각에서는 논란이 된 해당 첩보 문건을 A수사관이 작성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앞서 A수사관은 울산지검에서도 한 차례 조사를 받았다.

게다가 A수사관을 포함한 백 전 비서관 산하 특감반이 울산경찰청을 방문했던 상황이 드러나면서 위법성 논란은 증폭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특감반은 고래고기 사건 때문에 다투는 검찰과 경찰 간의 불협화음을 어떻게 해소할지 알아보려고 울산경찰청을 방문했다"고 해명했다.


A 수사관 "청와대 관계자 '유재수 수사 연락' 괴롭다" 토로

그러나 A수사관 역시 관련 활동의 위법 가능성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주변에 이와 관련된 불안감을 털어놨다고 한다. 특히 활동 범위의 위법성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비서관실의 업무는 ‘국정 관련 여론 수렴 및 민심 동향 파악’ ‘대통령 친인척 등 대통령 주변 인사에 대한 관리’다. 그러나 김 전 시장은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이자 국회의원 출신의 정치인으로 대통령의 임명 여부나 대통령과의 관계 등에서 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변선구 기자
복수의 지인에 따르면 A수사관은 최근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수사 상황을 묻는 연락을 수차례 받았다며 지인들에게 괴로움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A수사관은 청와대 파견 근무를 마치고 난 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에서 일하고 있다. A수사관은 해당 수사엔 참여하지 않았다. 수사 기밀을 빼내 청와대에 수사 상황을 보고하는 것은 공무상 비밀 누설 등 위법성 소지가 큰 만큼 A수사관의 부담감이 컸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앙일보는 사실 확인을 위해 해당 청와대 관계자에게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A수사관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을 만큼 검찰 내 첩보 수집 관련 '에이스'로 꼽혀 왔다. 신망도 두텁다고 한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별도의 언급은 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檢 "강한 책임감, 성실 근무 안타깝다"
[연합뉴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오랫동안 공무원으로 봉직하며 강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성실하게 근무해 오신 분으로 이런 일이 발생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은 최근까지도 소속 검찰청에서 헌신적으로 근무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인의 사망 경위에 대해 한점 의문이 없도록 철저히 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기정‧김수민‧정진호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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