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휴대폰 개통시 '얼굴 정보' 의무화..'빅브라더' 가속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2019. 12. 2. 15: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 육성도 '시진핑 통치력 강화' 의도 분석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이 새 번호로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얼굴 정보를 등록하도록 의무화해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또 중국에서 안면 인식 기술이 전방위로 도입되면서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는 ‘빅브라더’ 사회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블록체인 기술을 집중 육성하는 것도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의 통치력 강화 및 사회통제 시도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이동통신업체가 신규 이용자를 가입시킬 때 이용자의 안면 정보를 등록하도록 요구하는 새 규정을 전날부터 시행했다.

새 규정에 대해 차이나유니콤 측은 신규 이용자의 정면 모습은 물론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깜박이는 모습까지 촬영해 등록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에는 새 휴대전화 번호를 개통할 때 신분증 사본만 제공하면 됐지만 이제는 가입자의 얼굴까지 스캔해 등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새로운 조치가 통신 사기와 전화사기, 신분 도용 등 각종 범죄를 줄이고 개인 정보를 보호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휴대전화 실명제를 더욱 엄격히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지하철에 도입된 안면인식 시스템.글로벌타임스캡처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와 관련, 개인정보 보호 장치가 완벽하지 않을뿐아니라 중국 정부가 시민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라오둥옌 칭화대학 법학 교수는 최근 한 포럼에서 중국에 얼굴인식 기술을 규제하는 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는 대부분 우리의 정보가 수집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정보 보관과 사용도 법적 요건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개인정보의 수집은 이용자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대중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얼굴인식 기술이 폭넓게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동부 저장성의 한 법학 교수는 야생동물 사파리의 연간 회원권을 산 뒤 업체 측이 지문 인식 입장을 얼굴 인식으로 바꾸자 지난달 소송을 냈다. 중국에서 처음 제기된 얼굴인식 시스템 반대 소송이다.

중국 관영 CCTV는 중국에서 5000개 이상의 안면 정보 자료가 온라인에서 단돈 10위안(1700원)에 팔리는 등 수많은 앱이 이용자의 동의 없이 얼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지난주 폭로하기도 했다.

라오 교수는 합법적으로 수집한 정보라도 남용되면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형법에는 정보의 남용에 대한 규정도 없다”고 덧붙였다.

개인 정보가 정부의 손에 들어가면 사회 통제 수단으로 활용될 위험이 있다.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왕신루이 변호사는 “얼굴인식 기술이 대규모로 이용되면 우리는 숨을 곳이 없어진다”며 “이 기술은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베이징시는 최근 지하철에서 얼굴인식 기술을 이용한 보안 검색을 시범 도입하는 등 중국에서 안면 인식 기술은 전방위로 활용되고 있다.

베이징 당국은 신분증 정보와 안면 정보, 위치 정보 등을 미리 제공한 승객들은 간편하게 자동 안면 정보 확인 시스템으로 지하철 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선 “작은 편의를 위해 왜 내가 이렇게 많은 개인 정보를 제공해야 하느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블록체인 기술도 시진핑 주석이 사회 통제 강화에 활용할 수 있다고 SCMP는 전망했다.

시 주석은 지난 10월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집단학습을 주재하면서 “블록체인이 기술 혁신과 산업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가상화폐의 채굴과 거래를 단속하면서도 블록체인 기술은 오히려 적극 장려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블록체인 표준화를 위한 국가 위원회도 만들기로 했다.

무룽핑 중국과학원 혁신발전연구센터 주임은 “치안, 대중교통, 범죄조사, 반부패 운동 등에서 신기술의 적용 가능성이 크다”며 “블록체인은 통치와 기술의 통합에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도시 슝안 신구에서도 조림사업, 공공서비스센터 건설 등에 블록체인 기술이 이용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의 대니얼 카스트로는 “시 주석이 현대화된 통치방식을 통해 더 많은 통제권을 가질 것”이라며 “국가적인 블록체인 인프라시설 개발로 개별 정부 기관과 관리자들로부터 권력을 빼앗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공무원의 행위가 기록에 남게되면서 공무원의 재량과 부패가 사라지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정부에 대한 시 주석의 통제도 강화된다는 것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