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상의→KTH→민주硏..천경득 동생의 '찜찜한 취업'

김유신 2019. 12. 2. 17: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천경득 靑선임행정관, 동생 취업알선 의혹
천, 文캠프서 선거자금 관리
윤건영·김경수·유재수 등과
텔레그램서 인사 논의 의혹
국회경력 3년뿐인 천씨 동생
"대한상의 입사 이례적" 지적
당시 의혹제기에 조기 퇴사

◆ 親文실세 의혹 ◆

천경득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46·사진)의 동생 천 모씨(42)가 짧은 국회 경력에도 불구하고 대한상공회의소와 KT 자회사 등을 거쳐 민주연구원에 입사한 배경에 정치권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천 선임행정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과도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금융위원회 고위층 인사를 논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자체 파악 결과 그런 단체 텔레그램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천 선임행정관 동생의 일자리 알선 의혹에 대해 지난 6월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조사가 들어갔는데도 별도의 인사조치를 받지 않고 '문제없다'는 결론이 나온 배경에 천 선임행정관의 입지가 그만큼 단단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천 선임행정관은 두 차례나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선거 자금을 관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내부 한 관계자는 "천 선임행정관에 대해 청와대 내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 제기가 있었다"면서도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동생 취업과 관련해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적 하자 여부와 별개로 천씨의 대한상의 입사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간 7000만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 선임전문위원 자리에 국회 경력이 3년 정도밖에 안 되는 천씨가 발탁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천씨는 2005년 11월께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실 7급 비서로 채용돼 2년6개월간 일했다. 이후 한 출판사에서 5년간 일한 그는 2016년 5월께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5급 비서관으로 취직해 10개월간 일했다. 한 야당 보좌관은 "천씨가 채용된 대한상의 자리는 국회 4급 보좌관으로 수년간 경력을 쌓아야 갈 수 있다"며 "국회 네트워크를 이용해 국정감사 기간에 의원실을 방문하며 질의 내용을 파악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천씨 정도의 경력으로는 업무 수행이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천씨는 국회 대관 업무를 맡았음에도 이를 수행하기보다는 행정 업무를 주로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의가 천씨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그가 천 선임행정관의 동생임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도 부적절한 채용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다만 대한상의 관계자는 "천씨 형이 청와대에서 일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채용과 관련해 외압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민주당 여러 인사들에게 추천받아 선발했다. 천씨가 몸이 아파 동생 같은 마음에 동정심이 들기도 했다"며 "그해 국정감사에서도 천씨의 채용과 관련해 문제가 제기돼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스스로 그만뒀다"고 덧붙였다.

대한상의를 지난 2월 그만둔 천씨는 다음달인 3월 곧바로 KT 자회사 KTH의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경력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천 선임행정관은 변호사 시절인 2004년 '한림창투 소액주주모임 대표'라는 직함으로 KTH에 맞서 경영권 인수를 선언했던 적이 있다.

천씨의 채용과 관련해 KTH 관계자는 "정식 채용공고를 내고 서류 접수와 면접 등 정상적인 채용 절차를 거쳐 선발했다"며 "서류에 가족관계를 기재하지 않아 형이 청와대에 근무했는지를 면접관들이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지원자 수와 천씨의 입사 점수 등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대한상의에 이어 정부 영향권에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KT 자회사에 천씨가 취업한 것을 두고도 문제 제기가 흘러나왔다고 한다. 결국 천씨는 2개월간 짧게 근무한 뒤 KTH를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천씨는 현재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양정철 민주연구원 원장은 천 선임행정관과 오랫동안 친분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천 선임행정관이 모친상을 당했을 당시 양 원장은 장례식장을 오랜 시간 지킨 몇 안 되는 인사 중 하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매일경제는 천씨 측 해명을 듣기 위해 2일 민주연구원이 위치한 민주당 당사를 찾았지만 당사 출입은 거절됐다. 이곳 보안을 담당하는 경찰 관계자는 "천씨가 당사로 들어간 것은 맞지만 만나려면 직접 전화를 통해 약속을 잡고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이르면 이번주 중 천 선임행정관을 소환 조사해 제기된 의혹을 확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