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프형 샴푸·황금색 화장품 용기 다 바꾸라니..

강인선 입력 2019. 12. 2. 17:51 수정 2019. 12. 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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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자원재활용법' 논란
투명·갈색·녹색 이외 병이나
스프링·금속 섞어쓴 용기에
환경부담금 최대 30% 가산
화장품 中企 비용부담 급증
내수용·수출용 따로 만들판
와인수입 업계도 발등에 불
"한국만 병색깔 바꿔주겠나"
인기 상품이었던 초저가 와인, 펌프형 샴푸 또는 보디워시가 국내 매장에서 사라지거나 가격이 지금보다 훨씬 오를 전망이다.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에 기존 환경부담금의 최대 30%를 추가 부과하도록 하는 '자원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오는 25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불편은 물론이고 주류 업계와 화장품 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새로 시행되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제품의 포장재를 종이팩, 유리병, 금속 캔 등 9가지로 분류한다. 포장재별로 기준을 달리해 재활용이 어려운 정도에 따라 4개 등급으로 나눈다. 기존 1~3등급이었던 기준이 개정안에서는 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 등 4개로 나뉜다. 모든 제품은 재활용 등급 평가 결과를 제품 겉면에 표시하고 '어려움'으로 분류된 제품은 환경부담금을 최대 30% 추가 부담해야 한다. 기존에는 재활용 용이성에 따른 분류 기준만 있었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평가와 등급에 따른 조치가 의무화된 것이다.

이로 인해 중소 화장품 제조 업체가 가장 타격을 입을 곳으로 꼽힌다. 해당 업계가 자주 사용하는 유리·플라스틱 용기 중 상당수가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법안은 유리병의 재활용 용이성을 평가할 때 병의 색깔을 보는데, 무색·갈색·녹색을 제외하고는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구조로 구분된다. 패키지의 색이나 재질로도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치는 화장품 업계에서 제품 차별화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샴푸, 보디워시 등 세정 용품에서 자주 사용되는 펌프형 용기 역시 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 보관이 용이하고 위생 유지에 좋다는 점 때문에 많이 사용되는 펌프형 용기에는 스프링이 들어가는데, 개정안은 합성수지 유형의 제품 포장에서 합성수지 이외의 재질이 들어간 포장재를 재활용이 어렵다고 분류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제품력을 인정받는 중소기업들 수출이 어려워지거나 해외 명품 화장품들이 국내에 공급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유통되지 않는 상품은 이 법을 따르지 않는다"면서도 "수출할 패키지나 라벨을 따로 만들려면 생산 라인을 새로 만들어 운영해야 하는데, 규모가 작은 기업들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색·갈색·녹색이 아닌 유리병을 주로 사용하는 데다 대다수 상품이 수입품인 와인·위스키 업계에서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와인을 수입하는 한 주류 업체 관계자는 "한국에 들여오는 와인만 병 색을 바꿔 달라고 현지 거래처에 요청하면 '황당하다'는 답변만 돌아온다"고 답답해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초저가 와인은 이미 유통사들의 마진이 낮은 상황이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25일 법 시행 이후 포장재 평가에 9개월, 평가 결과 표시에 6개월, 공정 변경에 9개월을 합해 총 2년의 계도 기간을 뒀지만, 제품 생산의 각 단계가 전 세계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이들 업계는 기간이 짧다는 반응이다.

한 주류 업계 관계자는 "법 시행에 대비하기 위해 최근 제품이 초록색인지 갈색인지 판단하기가 어려워 평가를 내려 달라고 환경부에 요청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스프링이 들어간 펌프형 플라스틱 용기와 수입 와인병에 대한 완화책을 골자로 한 추가 행정예고를 6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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