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국공립 오케스트라 프로그램 어떻게

문학수 선임기자 2019. 12. 2.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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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화려한 역동성” “베토벤 중심” “다양성 추구”

내년부터 3년 임기의 음악감독으로 서울시향을 이끄는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는 자신이 지휘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던 레퍼토리들을 중심으로 한국 음악팬들을 만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향 제공

국내 대표적인 국공립 오케스트라로 손꼽히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KBS교향악단,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내년도 연주 프로그램을 각각 내놨다.

오스모 벤스케가 이끄는 서울시향

널리 사랑받는 레퍼토리 선보여

서울시향은 새 음악감독으로 영입된 핀란드 출신 명지휘자 오스모 벤스케의 등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KBS교향악단은 올해로 음악감독 임기가 만료되는 요엘 레비를 대신해 다양한 객원지휘자를 포디엄에 세울 예정이다. 코리안 심포니는 2018년부터 예술감독으로 재임하고 있는 지휘자 정치용이 말러의 교향곡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놨다.

2020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국내에서도 ‘베토벤 집중’ 현상을 예견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주요 오케스트라들이 내놓은 프로그램들은 꼭 그렇지 않다. 서울시향이 발표한 총 38회의 관현악과 실내악 프로그램 중 베토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남짓이다. 돌이켜보면 다른 해에 서울시향이 베토벤을 연주했던 횟수와 별반 다르지 않다.

KBS교향악단 12회중 5회 편성

레비 떠난 자리 객원 지휘자들로

다만 KBS교향악단은 베토벤 곡으로 꾸려지는 연주회가 다른 오케스트라에 비해 많다. 매월 1회의 정기연주회(총 12회) 중에서 5회를 베토벤으로 채웠다. 반면 코리안 심포니는 완전히 다른 노선을 택했다. 정기연주회에서 베토벤 곡을 연주하는 프로그램은 9월 딱 한 번이다. 오히려 코리안 심포니는 내년에도 올해 시작한 ‘말러 시리즈’에 집중한다.

정치용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코리안 심포니 제공

코리안 심포니 정치용 예술감독

말러에 중심 두면서도 풍성하게

모든 오케스트라가 베토벤에만 집중하는 것보다는 ‘음악적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리안 심포니의 정치용 예술감독은 “우리 오케스트라가 내년에 선보이는 프로그램은 후기 낭만주의를 비롯해 20세기 현대음악으로 진입하는 길목에 놓인 작품들이 많다”면서 2020년 벌어질 수도 있는 ‘베토벤 쏠림 현상’을 오히려 우려했다. 정 감독은 “우리의 행보는 한국 오케스트라 생태계를 풍부하게 하려는 것, 음악적 다양성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베토벤 쏠림 크지않아

가장 화려하고 역동적인 프로그램을 내놓은 오케스트라는 역시 서울시향이다. 내년 1월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첫 연주회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의 거침없는 테크닉을 만날 수 있다. 숭고미 넘치는 베토벤의 협주곡으로 새해 문을 연다. 수석객원지휘자 티에리 피셔가 지휘하는 무대다.

내년부터 음악감독으로 서울시향을 이끌어갈 오스모 벤스케는 지금껏 자신이 지휘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던 레퍼토리들을 중심으로 한국 음악팬들을 만난다는 계획이다. 그는 “내년에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들인 말러 교향곡 2번(2월14~15일), 베토벤 교향곡 9번(12월19~20일),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5월29일), 시벨리우스 교향곡 5번(8월20~21일)을 연주하겠다”고 밝혔다.

2017년부터 수석객원지휘자로 서울시향에 합류한 마르쿠스 슈텐츠는 내년 7월 베토벤의 교향곡으로 한국팬들을 만난다. 7월3~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운명’이라는 별칭을 지닌 교향곡 5번, 같은 달 9~10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교향곡 6번 ‘전원’을 지휘한다. 서울시향이 3년째 시행하는 ‘올해의 음악가’로는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2018),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2019)에 이어 내년 스웨덴 출신의 트럼펫 연주자 호칸 하르덴베리에르가 무대에 오른다. 8월27일 예술의전당에서 본인이 트럼펫을 연주하는 것뿐 아니라 지휘까지 겸할 예정이다. 현재 세계 최고의 트럼페터로 평가받는 그가 3월15일 세종체임버홀에서 서울시향 단원들과 선보일 실내악 연주회도 기대를 모은다.

베토벤을 중심으로 연주할 KBS교향악단은 5월2일 예술의전당에서 미국 디트로이트 심포니 음악감독인 레너드 슬래트킨의 지휘로 교향곡 7번을 연주하고 피아니스트 파질 세이의 협연으로 협주곡 3번을 선보인다.

7월에는 브램웰 토비가 교향곡 3번을 지휘하면서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와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8월에는 지휘자 정명훈과 조지아 출신의 주목받는 피아니스트 하티아 부니아티슈빌리가 무대에 오를 예정이어서 관심을 끈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교향곡 6번 ‘전원’을 연주한다.

내년에 KBS교향악단을 모두 세 차례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의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은 브람스 교향곡 전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KBS교향악단 제공

KBS교향악단의 ‘베토벤 집중’은 하반기에도 계속된다. 9월 한스 그라프의 지휘로 교향곡 5번, 피아니스트 에마누엘 엑스의 협연으로 협주곡 5번을 연주한다. 12월에는 과거의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였던 드미트리 기타옌코가 15년 만에 지휘봉을 들고 교향곡 9번을 선보인다. 내년에 가장 빈번히 KBS교향악단과 만날 지휘자는 현재 뉴욕필하모닉 음악감독인 얍 판 츠베덴이다. 그는 모두 3회에 걸쳐 지휘봉을 드는데, 브람스의 교향곡 전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코리안 심포니는 무게중심을 ‘말러’에 뒀다. 7월17일 예술의전당에서 교향곡 4번(소프라노 캐슬린 킴 협연), 11월13일 같은 장소에서 교향곡 3번(메조소프라노 안나 라슨 협연)을 선보인다. 특히 10월14일 연주회에는 현재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는 에스토니아 출신 여성지휘자 안누 탈리가 객원으로 포디엄에 선다. 피아니스트 윤홍천이 협연한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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