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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쌈질에..'로또 청약' 막을 방안도 물건너가나

김미영 입력 2019.12.03. 05:00 수정 2019.12.03.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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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저지" "전월세상한제 도입" 말로만..
청약업무 이관 지연에 시장혼란도 우려
"재산권 걸린 민생법안 처리 서둘러야"
국회가 파행을 이어가면서 주택부동산법안을 다루는 국회 국토교통위 법안 심사도 멈췄다. 야당 보이콧으로 여당만 참여했던 ‘반쪽’ 국토위 법안심사소위 모습.(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패스트트랙 법안(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선거제개편 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강대강 대치로 국회가 파행하면서 주택·부동산 관련 법안이 무더기로 발목 잡혔다. 정부가 내놓은 ‘핀셋규제’인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바꾸겠단 야당의 공언은 물론 전·월세 상한제 및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이란 여당의 대선 공약 등 주요법안들이 심의조차 못하고 있다. 20대 국회는 불과 5개월여 남은 상황으로 여야 입장차가 큰 법안들은 대부분 폐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분양가상한제 바꿔야” vs “상한제 뒷받침 시급”

2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국토교통부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국토교통위에서 잠자고 있는 법안은 모두 1302건이다. 20대 국회 들어 발의한 2166건 중 60%가 넘는다. 계류 법안 중 특히 관심을 모으는 건 분양가상한제와 관련한 법안들이다.

당장 국토교통부가 분양가상한제 후속 조치로 시급히 추진해야 할 ‘5년 거주의무’ 방안 처리에 제동이 걸렸다. 국토부는 안호영 민주당 의원 입법발의 형태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지역의 주택 구매자에 5년 동안 해당 주택에서 살아야 하는 의무기간을 두는 주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른바 ‘로또청약’ 후 매매를 통한 단기 시세차익 실현을 막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효력을 극대화하겠단 취지다. 5년이라는 거주의무기간 내에 부득이하게 주택을 팔아야 할 경우엔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주택을 팔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반대로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힘을 빼거나 무력화하기 위한 법안들을 잇따라 발의했지만 이 또한 수포로 돌아갈 처지다. 김현아 한국당 의원은 분양가상한제 지역 및 시점을 결정하는 국토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 견제법안을 냈다. 민간 전문인으로 구성된 위촉직 위원을 주정심 과반수로 두고, ‘밀실 심사’를 막기 위해 회의록을 공개토록 했다. 아울러 상한제 해제 요구시엔 신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법안도 후속 발의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및 조정대상지역 지정의 해제를 요청한 경우 40일 이내에 주정심에서 해제 여부를 결정해 지정 사유가 없어졌다고 인정될 때에는 곧장 지정 해제토록 했다. 같은 당 박성중 의원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원천봉쇄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상한제 적용지역에서 ‘공공택지 외의 지역’을 제외함으로써 민간택지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청약열풍 거센데 업무 차질 우려…안전법안도 밀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여당의 20대 국회 중점처리 법안인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법안은 야당 반대에 막혀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주택 전월세를 사는 임차인이 2년 임차 기간이 끝난 뒤 2년 연장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전월세 상승률 상한제는 계약 연장시 일정 인상률 이상으로 전월세를 올려 받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최근 다시 전셋값이 오르면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와 집주인 재산권 침해 및 초기 임대료 상승이란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형국이다.

법안 통과 지연시 부동산시장에 혼란을 몰고 올 법안도 국회에 붙들려 있다. 현재 민간기관인 금융결제원이 위탁처리하는 주택청약업무를 내년 2월 중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에 이관하는 법안이다. 당초 올 10월까지 청약업무 이관을 마무리하려던 국토부가 건설업계의 요구 등을 고려해 한 차례 미뤘음에도 법안이 처리 안돼 시간이 촉박해졌다. 가까스로 1월 중순 전에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감정원의 금융정보 취급 등에 테스트 기간이 짧아 청약업무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토위 여당 한 의원실은 “청약업무 이관법 등 일부 법안은 여·야간 이견을 해소해 국회만 정상화되면 통과시킬 수 있지만 국회가 시계 제로 상태”라면서 “계약갱신청구권 등 쟁점법안들도 처리해야 하는데 입장차도 크고 시간이 빠듯하다”고 전했다.

국민안전과 밀접한 법안들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7년 서울랜드 주차장 경사도로에서 굴러 내려온 차량에 치어 숨진 하준이의 이름을 딴 ‘하준이법’은 비슷한 사고를 막기 위해 주차장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최근 부모가 국회를 찾아와 법안 처리를 호소했지만 국토위 전체회의에 머물러 있다. 방화살인을 저지른 안인득 사건 등 빈번하게 이웃간 폭행사건의 빌미가 되는 층간소음을 막기 위한 법안들도 여러 건 계류상태다. 아파트 바닥 충격음 차단재의 품질관리를 평가하는 성능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 미달시엔 시공사에 영업정지를 내리는 법안, 이웃을 위협하거나 폭행한 공공임대주택 거주자를 강제퇴거시키는 법안 등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생법안이 정치법안에 우선해야 하는 게 아닌가”며 “특히 재산권 문제가 걸린 부동산정책 관련 법안들은 신속하고도 엄정한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미영 (bomna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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