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제조사 '깜깜이'될 판"..화장품법 개정안 '논란'

이승환 기자 2019. 12. 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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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포장에 '제조사 표기 의무' 삭제, 개정안 국회 발의
소비자들 "알 권리 침해..'막아주세요' 국민청원까지"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 직장인 김미나씨(가명·28·용산구 원효로)는 화장품 구매 때 꼭 확인하는 게 있다. '제조업체'다. 화장품 브랜드 업체들이 주문자상표 부착(OEM)·생산자 개발방식(ODM) 업체에 별도로 제품 제조를 의뢰해 생산하는 것은 최근 '대세'이기 때문이다. 브랜드 따로, 제조업체 따로인 셈이다.

김씨는 "화장품 브랜드만큼 중요한 것이 '제조업체'"라며 "신뢰할 만한 OEM·ODM 업체가 제조한 상품이라면 처음 본 브랜드라도 구입하곤 한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적인 화장품 OEM·ODM 업체로는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이 있다.

그러나 김씨는 앞으로 '제조업체'를 확인하지 못할 수 있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위원 등 보건복지위원회 12명 의원이 지난 10월 '화장품 제조업체 표기 삭제'를 골자로 하는 '화장품법 일부개정법률'(화장품 개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화장품 포장에 의무적으로 표기하는 제조업자 정보를 삭제하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보건복지위 의원들은 주요 제조업체의 독점화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개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식품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모두 제조업체 표기하는데 왜 화장품만?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화장품에 표기된 제조원 정보 삭제 요청(움직임)을 막아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현재 400여 명이 동의(참여)한 상태다.

청원인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앞으로 제조원이 표시되지 않은 화장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함을 떨칠 수 없다"며 "화장품뿐 아니라 가공식품을 살 때도, 약국에서 약을 살 때도 제조원을 확인하고 산다. 제조원과 성분 확인은 소비자들의 습관"이라고 강조했다.

'화장품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국민 청원 글.(해당 게시판 캡처) © 뉴스1

이어 "요즘처럼 제품도 다양해지고 신제품도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 한 회사가 모든 것을 담당하고 책임지지 못해 제조회사, 판매회사, 유통회사가 따로 있는 것이고 화장품도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조사가 믿을 만하면 작은 브랜드 제품라도 신뢰감을 갖고 구매한다"고 부연했다.

청원인과 김씨처럼 화장품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이들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강조한다. 언제·어디서·누가(어떤 회사가) 만든 화장품인지 알아야 제품을 신뢰하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장품 포장지에 새겨진 '브랜드'만 보고 구매하던 과거와는 다른 소비 형태다. 제조사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식품·건강기능식품·의약품의 경우 제조업체를 분명히 표기하는데도 화장품만 굳이 제조원 정보를 삭제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이른바 '짝퉁'(위조 제품)이 기승을 부려 소비자 혼란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 이전만 해도 제조업자 표기 의무 조항은 없었고 ODM 같은 전문 제조사도 없어 언제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확인 불가능한 '짝퉁'과 불량 화장품이 난립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개정안 확정 시) 국내 브랜드사는 비용절감을 위해 저렴한 제조업체에 생산을 의뢰하고 제조업체는 원가를 낮추기 위해 위생 안전 투자와 관리를 소홀히 하게 돼 소비자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요 제조사 독점 발생하거나 국내 수출기업에 타격" 발의 이유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이번 개정안 발의 이유로 '주요 제조업체의 독점화'와 '수출기업이 받을 타격'을 내세웠다.

이들 의원은 지난 10월 22일 발의한 화장품법 개정안에서 "현행법령은 화장품 제조업자 정보 표기를 의무화해 주요 제조사의 독점이 발생하거나 해외 업자들이 유사품 제조를 의뢰해 국내 수출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행법령상 화장품 유통·품질·안전 책임은 판매업자에게 있고 외국 업자와의 규제 조화를 위해서도 화장품 제조업자 정보를 의무적으로 표시할 필요가 없다"며 "책임 판매업자의 상호·주소만 화장품 포장에 기재할 수 있도록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16일 서울 명동거리에 위치한 로드숍 화장품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18.10.1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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