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불매 탓에 일본인 한국 안온다?..핵심은 '환율'

강종구/김민성 2019. 12. 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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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질문 묻고 답하는 #팩트알고
불매 탓에 일본인 관광객 줄었다?
10년치 일본인 한국방문 데이터분석
▽ 매해 겨울, 일본인 방문 원래 줄었다
▽ 2019년 일본인 방문, 2018년 넘을 듯
▽ 한일문제 아닌 다른 이유? '엔화 환율'
2019년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9월 1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오가며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 수가 줄었다고 합니다. 2019년 11월 22일 다수 언론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가 증가한 가운데 일본 관광객은 감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팩트는 '한국관광통계' 통계자료에 있습니다. 2019년 10월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 동월 대비 8.4% 늘었지만, 일본인 관광객만 14.4% 줄어서라고 합니다.


2019년 11월 23일 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23일 일본 나고야관광호텔에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악수한 뒤 돌아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구심이 드는 대목은 그 이유에 있습니다. 일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분쟁 이후 불거진 일본 불매운동 등 2019년 더 나빠진 한일 관계 영향 때문이란 분석이 뒤따른 탓입니다. 일본 불매 운동 등에 화난 일본 내 혐한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는 이야기도 나오죠. 

2019년 12월 1일 오후 '일본의 권리를 지키는 시민 모임' 등 일본 극우 단체 회원들이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벌인 반한(反韓) 시위 현장에서 '한국정벌' 펼침막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인 등 한국을 찾는 전체 관광객 수가 증가한 상황에서 일본 관광객만 감소한 만큼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는 있습니다. 방한 관광객 증감에는 다양한 변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뉴스래빗은 이 통계의 원천인 '한국관광통계'를 좀 더 길게 확인했습니다. 2009년 11월부터 2019년 10월 최신자까지 10년치를 수집했죠. 여러 국적 관광객 중 일본인 관광객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도 알아봅니다. 

그랬더니 한일관계 악화 영향으로 일본 관광객이 줄었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팩트체크 됐습니다. 뉴스래빗 #팩트알고가 데이터로 보여드립니다 !.!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한국관광공사는 매월 '한국관광통계' 월보를 발표한다. 한 달간 입·출국한 관광객 수를 성별, 연령별, 목적별로 조사해 제공한다. 최신 자료는 2019년 10월분이다. 2019년 11월 22일에 공개됐다. 보통 한 달치 관광객 수를 다음달 22~23일경 발표하기 때문이다.

뉴스래빗은 2009년 11월부터 2019년 10월까지의 월보를 모두 취합했다. 총 10년, 120개월치다. 그 중에서도 입국자 통계에 주목했다. 관광, 공용, 상용, 유학연수 등 다양한 목적으로 한국에 들어온 여행객들을 파악한 수치다. 한 달동안 외국인이 얼마나 한국에 들어왔는지 국적별로 알 수 있다.
 
매해 10~1월, 일본인 관광객 원래 줄었다
2019년 10월 감소한 방한 일본인 관광객은 '전년 동월' 대비입니다. 최신 자료가 2019년 10월이니 2018년 10월보다 적은 일본인이 방한했단 뜻이죠. 2018년 10월(29만468명)에 비해 2019년 10월(24만8541명) 4만1927명 줄어든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통계자료를 10년치 모아보니 다른 팩트가 보입니다.

일본인에게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4개월은 한국 여행 '비수기'
입니다.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드는 시기란 뜻입니다. 칼바람이 매서운 한국의 겨울은 매력적인 여행철이 아니기 때문이죠.

2011년(10월 34만172명→2012년 1월 24만4370명), 2012년(10월 26만9732명→2013년 1월 20만6474명), 2013년(10월 24만5021명→2014년 1월 17만2077명), 2014년(10월 19만335명→2015년 1월 13만9632명) 등 10년간 대체로 이어져온 패턴입니다. 일본 불매 운동이 전혀 없었던 시기죠.

최근 들어서는 일본인 관광객 수 하락세가 전보다 빠르게 시작되는 추세입니다. 2016년부터는 매년 8월에 정점을 찍고 서서히 줄어드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죠. 11월쯤 소폭 반등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지만, 8월과 이듬해 1월을 비교했을 때 관광객 수가 하락하는 추세란 점은 여전합니다.

전년 동월 대비 2019년 10월 감소한 것만으로 '한일 관계 악화'의 영향이라고 속단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일본 불매운동 등과는 무관한 2019년 7월 이전에도 겨울은 일본인 방문 비수기였으니까요.
2019년 일본인 방문, 2018년 넘을 듯
연도별로 하나하나 살펴볼까요.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 수는 2015년 이후 매년 늘고 있습니다.


 
최근 10년 중 일본인 관광객이 가장 많았던 시기는 2012년입니다. 연간 일본인 351만8792명이 한국에 방문해 10년 중 최대 규모였죠.

이후 2015년 183만7782명으로 3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16년부터 꾸준히 올라 2018년엔 2013년 수준인 300만명대를 회복했습니다.

아직 두 달이 남은 2019년은 10월까지의 일본인 관광객 수가 275만7828명인데요. 전년 대비 줄어든 월 관광객 수를 감안해도, 2018년 1년치 일본인 관광객 수를 상회할 전망입니다.
2019년 9월 4일 인천국제공항 탑승 수속 카운터. 일본행 항공기 수속 시간임에도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일관계' 아닌 다른 이유는? '환율'


 
최근 10년 중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 수가 가장 많았던 해는 2012년 입니다. 35만18792명, 한달에 약 30만명 일본인이 한국에 온 셈이죠. 그러다 3년 뒤인 2015년까지 줄곧 내리막이었습니다. 급기야 3년만에 반토막이 났습니다. 183만7782명까지 줄어든 거죠.

이유가 뭘까요. 2014년엔 세월호 침몰 사태, 2015년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한국을 강타한 원인도 있겠죠. 일본인도 여러 보도를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진 않았을 겁니다. 

그보다 중요한 원인으로 뉴스래빗은 환율을 지목합니다. 2013년부터 100엔당 원화 환율이 점차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기획재정부 과거 환율 통계를 보니, 한국에서 엔화 가치가 곤두박질치던 시기와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든 시기가 맞아 떨어집니다. 월별 관광객 수 등락엔 매우 많은 변수가 있지만 환율 변동, 즉 엔을 한국 원으로 바꿔야하는 관광객 입장에선 매력이 한창 없던 시기입니다. 
 
2019년 엔화 환율과 방한 일본인 관광객 수를 비교해볼까요.

불매운동이 한창이던 최근 3개월, 엔화 환율은 지속 하락했습니다. 일본인이 한국에 여행 오기에 좋지 않은 환경이었단 뜻입니다.

전통적인 비수기에다, 엔화 가치까지 떨어져 일본 사람들이 한국에 여행을 올만한 매력적 요인이 더 줄어든 상황인 셈이죠. 


 
이를 반대로 설명하면, 엔화가 싸져 한국인에겐 일본 여행 가기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단 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일본 여행은 줄었습니다. 뉴스래빗이 2019년 8월 분석했을 당시보다도 더 감소했죠.


2019년 8월 11일 서울 명동 한 환전소의 관광객들. 휴가철이었던 2019년 7월 엔화 환전 규모는 일본 여행, 상품 불매운동 영향으로 전월보다 7.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여행 가기 좋은 조건임에도 일본행 관광객이 줄어든 한국의 상황은, 일본 불매운동 영향이라 해석하는덴 타당성이 있습니다.

원래부터 한국이 가장 많이 찾던 여행지였던데다가 '환율 가성비'까지 좋은데 굳이 안 갔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 원인이 7월부터 한국을 강타한 '노(NO) 재팬', 이른바 사지 않는다, 가지 않는다는 일본 보이콧인 것이죠.

2019년 10월 17일 도쿄 주요 일간지에 2019년 9월 방일 외국인 여행객 통계 관련 소식이 실려있다. 신문들은 일제히 한국인 여행객이 전년 동월 대비 58% 감소했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한국에 여행 오는 일본인 여행객 수가 감소한 현상은 그렇게 설명할 수는 없다는게 뉴스래빗 #팩트체크 결과입니다. 일본 관광객은 한일 정치상황보다는 한국의 날씨와 환율 같은 여행 요소에 더 관심이 많아 보입니다 !.!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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