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있던 수사관, 안타깝다" 눈물 조문한 윤석열

장혜원 2019. 12. 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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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숨진 '백원우 별동대' 故 행정관, 빈소 2시간30분 머물며 유족, 조문객 위로 /A수사관 유서에서 가족 외에 유일하게 실명 언급 "윤 총장 죄송하다. 면목 없다. 가족 잘 부탁드린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빈소를 조문한 뒤 굳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 이 운영한 일명 ‘백원우 별동대’에서 근무한 검찰 수사관 A씨(48)의 빈소를 찾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능력 있는 수사관이었다. 안타깝다”고 밝히며 눈물을 흘렸다.

지난 2일 오후 6시30분쯤 대검찰청 간부들과 함께 검은 넥타이와 양복을 입은 채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빈소에 도착한 윤 총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를 향했다.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들에 대해 묵묵 부답으로 일관했다. A씨는 전날 검찰 조사를 앞두고 유서 형식의 메모를 남긴 후 숨진 채 발견됐다. 

윤 총장이 찾았을 때 빈소에는 A 씨의 부인과 두 자녀, 그의 형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윤 총장은 유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로 말을 건네며 위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수사관 동료는 “A씨 아들이 지난 주말에 대학 면접을 봤는데 형이 이럴 리가 없다”며 오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빈소를 조문한 뒤 굳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동아일보에 따르면 윤 총장은 조문을 마친 후 대검 간부들과 함께 빈소 테이블에 안장 약 2시간30여분간 머물었으며, 빈소를 찾은 수사관들에게 일일이 술을 부어주며 함께 마셨다.

윤 총장은 옆에 앉은 검사의 손을 붙잡으면서 “내가 아끼던 능력 있는 수사관이었다”, “안타깝다”는 말을 몇 번씩 했다고 한다. 중앙일보에 대검 관계자는 “빈소에 있는 사람들이랑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윤 총장이) 늦게 나왔다”라며 “평소에 유능하고 신뢰하던 분이라 속이 상한 것 같다”고 전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윤 총장이 머무는 가운데 일부 유가족은 그에게 ‘정신 차려라’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문객은 “A 형이 왜 죽었냐고”라며 빈소에서 소리쳤다. 윤 총장은 다소 불쾌해진 얼굴로 빈소에 도착한지 2시간30분만인 오후 9시쯤 간부들과 함께 별다른 말 없이 빈소를 떠났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빈소를 조문한 뒤 굳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1시 차쯤 차려진 빈소에 윤 총장 명의의 화환은 1시30분쯤 도착했다. 2시에 마련된 빈소 입구엔 ‘경건한 조문을 위해 통로에서의 촬영(취재) 및 대기를 삼가주십시오’라는 문구가 붙었다. 오후엔  문재인 대통령 명의의 화환과 법무장관 권한대행인 김오수 법무부 차관,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의 조화가 도착했다. 

윤 총장과 A씨의 인연은  2009년 대검찰청 범죄정보2담당관으로 재직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9급 공무원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A씨는 주로 범죄 정보 분야를 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수집 능력을 인정 받은 A씨는 이명박·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에 파견을 나갔다. 

대통령 비서실 직제에 따르면 민정수석 밑으로 민정비서관, 반부패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 법무비서관 등 4개의 비서관실이 존재한다. A씨가 속해 있던 민정비서관실에서 창성동 별관에 나와 있는 팀은 2개로 하나는 친인척 관리팀과 다른 하나가 일명 ‘백원우 별동대’로 불리는 두 명으로 구성된 팀이었다.

지난 2월 복귀해 서울동부지검 형사 6부(부장 이정섭)에서 근무해왔다. 형사6부는 유재수 전 부산시장 감찰 무마 의혹을 최근까지 수사해 왔다. A씨는 해당 수사에 직접 참여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빈소를 조문한 뒤 굳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사망하기 전 남긴 유서에서  “윤석열 검찰총장님께. 정말 죄송하다. 면목 없지만 저희 가족들 배려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부인, 자녀, 형제, 친구 등 수신인을 각기 달리해 9장의 메모를 남겼는데, 윤 총장은 가족 외에 실명으로 언급된 인사 중 한 명으로 전해졌다.

한편, A씨는 1일 오후 3시9분쯤 지인이 운영하는 서울 서초동의 한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에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3시간 전쯤이었다. 앞서 A시는 울산 지검에서도 한 차례 조사를 받았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휘하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검찰 수사관 A씨가 지난 1일 오후 숨진채 발견된 서울 서초구 한 사무실.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에 연루됐다고 알려진 A 수사관은 이날 오후 6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에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검찰은 A씨가 근무했던 ‘백원우 별동대’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원의 권한을 넘어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첩보를 위법하게 수지뱄단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 민정비서관실의 업무는 ‘국정 관련 여론 수렴 및 민심 동향 파악’, ’대통령 친인척 등 대통령 주변 인사에 대한 관리’에 한해서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백원우 별동대’의 존재 여부를 부인했는데,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당시 특수관계인 담당을 했던 두 분은 대통령 비서실 직제령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며 “확인 결과 울산시장 첩보 문건 수사 진행과는 일체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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