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들 바보였던 기장..독도 바다에 영면한 헬기 희생자들 사연

남승렬 기자 입력 2019.12.03. 17:52 수정 2019.12.03. 17:55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독도 소방헬기 추락사고 피해자.(피해가족 제공)© 뉴스1
김종필 기장 페이스북 갈무리© 뉴스1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김종필(46) 기장, 이종후(39) 부기장, 서정용(45) 정비실장, 배혁(31) 구조대원, 박단비(29·여) 구급대원.

경북 울릉군 독도 해역에서 응급환자를 이송하다 숨진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소방대원 5명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고 39일째인 오는 8일 실종자 수색이 종료되는 가운데 3일 오후까지 시신은 물론 소지품 하나 발견되지 않고 있는 김종필 기장은 생전에 아들 사랑이 지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임무에 대한 자긍심이 남달랐던 그는 2017년 5월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중앙119구조본부에 몸 담은지 오늘로 2년이 됐습니다. 아직도 많은 것을 배워가고 있지만 1년 뒤, 2년 뒤에는 오늘보다 더 나은 조종사가 되어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주변의 많은 도움과 격려, 가르침 감사합니다."

산을 좋아한 그를 동료들은 '참 어진 사람'으로 기억한다.

고(故) 이종후 부기장은 강원 원주고를 졸업한 후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해 조종사의 꿈을 키운, 총망받은 조종사여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어머니의 기억 속에 이 부기장은 '언제나 장한 첫째 아들'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어머니의 휴대폰에는 이 부기장이 '장한 아들'로 저장돼 있다.

고 서정용 정비실장에 대해 동료들은 "책임감이 남달랐다"고 입을 모은다.

배혁 대원(가족 제공)© 뉴스1
배혁 대원(가족 제공)© 뉴스1
배혁 대원(가족 제공)© 뉴스1

아직도 독도 앞바다에 있을 배혁 구조대원은 지난 5월 헝가리의 수도 부다 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사고 당시 구조활동을 펼쳤다.

외삼촌 유모씨(51)는 "처음 바다에 추락했다고 해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혁이가 수영을 잘해서…"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배 대원의 가족은 3일 오후 대구 달성군 구지면 중앙119구조본부에서 유품을 챙기며 오열했다.

"총리님, 우리 딸은 대학 갈 때부터 소방대원을 하고 싶어했습니다. 딸 아이의 산소통이 무거워 (이걸 들고 다닌다고 생각하니) 너무 속상해 혼낸 적이 있어요. 누구보다 강했던 우리 딸에게 의지를 많이 했어요. 제가 할머니가 되고 우리 딸이 아줌마가 될 때까지 평생을 함께 하려고 한 딸이 이제 없습니다. 딸이 살아올 거라 믿고 예쁜 옷을 하나 샀는데 이제는 소용 없게 됐습니다. 제 딸을 꼭 찾아주세요."

지난달 9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실종자 가족을 찾았을 당시 박단비 구급대원의 어머니는 눈물로 호소했다. "제발 찾아만 달라"고.

지난해 10월 임용된 새내기 박 대원은 사고 발생 13일째인 지난달 12일에야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아버지·어머니가 기억하는 박 대원은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한 소방대원이었다.

시신 발견 소식을 전해들은 부모는 "정말 훌륭했던 우리 딸, 엄마가 사랑하는 거 알지"라며 마치 딸이 살아돌아온 듯 말해 실종자 가족 대기실이 울음바다로 변했다.

이들 다섯 소방대원들의 합동장례식은 오는 6~10일 닷새간 계명대 동산병원 백합원에서, 영결식은 오는 10일 계명대 체육대학 강당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응급환자 이송 임무를 수행하다 희생된 만큼 소방청장장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백합원에는 합동분향소와 희생자들의 개별분향소가 따로 차려질 것으로 전해졌다.

장례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면 피해 가족 일부는 독도 사고 해역을 찾아 소방대원들의 뜻을 기릴 예정이다.

지난 10월31일 오후 11시25분쯤 소방대원 5명과 응급환자, 보호자 등 7명이 탄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EC225 헬기가 독도에서 이륙 직후 바다로 떨어졌다. 응급환자를 이송하던 임무를 수행하던 중이었다.

현재까지 이종후(39) 부기장, 서정용(45) 정비실장, 박단비(29·여) 구급대원, 응급환자 윤영호씨(50) 등 4명의 시신은 수습했으나 김종필(46) 기장, 배혁(31) 구조대원, 보호자 박기동씨(47)는 여전히 실종 상태다.

독도 소방구조헬기 추락사고 탑승자 시신 1구가 12일 오후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에 도착하자 대기하던 소방관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범정부현장수습지원단은 이날 오전 11시56분쯤 사고해역을 수색하던 해경이 추락한 헬기 동체로부터 3㎞ 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소방관 기동복 차림의 실종자 1명을 발견해 낮 12시9분쯤 수습했다. 2019.11.12/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pdnamsy@news1.kr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