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배 파격조건' 中, 국내 배터리·반도체 인재 빼가기 심각

김성곤 2019. 12. 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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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회 보고서 통해 '중국의 한국 전문인재 빼가기' 우려
인재 유출 한국 주요기업 경쟁력 약화..장기 대책마련 시급
"한국, 임금 체계 유연성이 부족해 개선 필요" 제안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1.중국 배터리 업계 1위 업체인 CATL사는 올해 7월 대규모 채용을 진행했는데 한국 인재들을 대상으로 기존 연봉 3~4배의 파격 조선을 제시했다. 특히 부장급 이상 직원들에게는 세후 2억7000만∼3억원의 연봉을 제시했다.

2 삼성전자는 2018년 3분기 중국 반도체 업체로 이직한 D램 반도체 설계 담당 전직 임원에 대해 전직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임원은 반도체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산업부 장관의 표창을 받은 반도체 인재이다.

3.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9년 7월까지 8개의 한국 항공사에서 460명의 조종사가 외국 항공사로 이직했다. 약 80%에 해당하는 최소 367명이 중국 항공사로 이직했다.

배터리·반도체·항공업체 등 주요 산업분야에서 중국으로의 핵심인재 유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재 유출은 한국 주요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만큼 이를 차단하기 위한 장기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중국 상하이지부가 최근 발간한 ‘중국, 인재의 블랙홀 - 중국으로의 인재유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파격적인 복지혜택을 제시하면서 한국 인재를 유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질적으로 강한 제조업이 경제성장을 이끄는 산업고도화 추진전략인 이른바 ‘중국제조 2025’의 여파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제조업 국가지만 핵심기술과 첨단설비와 관련해 대외의존도가 높아서 ‘중국제조 2025’를 이끌어갈 고급 인재가 부족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박사급 해외연구자, 글로벌 기업과 금융기구의 임원급 인사 등 해외 고급인재에게 복수비자, 1인당 100만 위안의 보조금, 별도 퇴직금과 의료보험을 지원해주는 해외 우수인재 유치정책인 ‘천인계획’을 실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두뇌유출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 기준 10전 만점에 4.00점을 받아 63개 조사 대상국 중 43위에 그쳤다. 두뇌유출지수는 점수가 낮을수록 인재유출이 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서 인재유출 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은 △배터리 △반도체 △항공 분야다.

우선 배터리 분야의 경우 유럽에 이어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중국 업체들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 혼란을 틈타서 경쟁력이 높은 한국 전문인재를 노리고 있다. 구체적으로 중국 대표 전기차 기업인 비야디(BYD)에서 2017년 연봉 이외에 성과급, 연말 보너스, 관용차 및 자동차 구입 보조금, 1인용 숙소 지원 등 파격적인 조건으로 한국 배터리 인재 채용을 실시했다. 또 중국 최대 부동산 그룹 헝다는 올해 초 신에너지차 기업을 설립해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전기차 모든 분야에 걸쳐 8000여명 규모의 글로벌 인재채용을 실시했다. 주목할 점은 ‘채용조건에 국제 선두 배터리 혹은 자동차 기업에서 일정 기간 이상 근무 경력자 우대 조건’을 명시한 것은 물론 한국, 일본, 독일, 스웨덴 등 9개 국가를 지정하기도 했다.

반도체 분야 역시 상황은 심각하다. 중국 집적회로 산업 인재 백서(2017∼2018)에 따르면 2020년 전후로 중국 IC분야의 필요인력은 72만명에 달하지만 중국 자체 공급 인력은 40만명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중국에는 경력이 풍부하고 전문지식을 보유한 고급인재가 부족해 국내 인재들이 스카웃 표적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올해 4월 중국 반도체업체인 푸젠진화(JHICC)는 인력채용 공고문에서 경력요건으로 ‘10년 이상 삼성전자·하이닉스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력자 우대’를 명시하기도 했다. 더구나 중국 기업들이 동종업종 재취업 금지를 피하기 위해 투자 회사나 자회사에 취업시키는 형식으로 한국 반도체 인재들을 영입해 반도체 기술 인재의 유출은 통계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항공분야도 마찬가지다. 중국 항공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자국인 조종사만으로는 수요 충족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중국 항공사들은 이에 따라 2~3억원대의 연봉과 한국 항공사에 비해 낮은 업무량, 빠른 승진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하며 한국인 조종사들을 스카우트하고 있다. 국토부의 최근 5년간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150명 이상) 아시아나(68명) 에어부산(39명 이상) 진에어(37명 이상) 이스타항공(33명 이상) 제주항공(26명 이상) 티웨이항공(12명 이상) 에어서울(2명 이상) 등이다. 특히 중국 항공산업의 호황기였던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90명과 128명이 대거 중국 항공사로 이직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건국대학교의 ‘과학기술인력 두뇌유출에 관한 국가인재개발 정책방안 연구’ 결과를 인용해 “두뇌유출 방지를 위해 정부나 학계가 중점을 두어야 할 사항은 선진국 수준의 대우와 보수, 합리적인 조직문화 안정적인 일자리 및 연구비 확대 자녀 교육·주거비 등 복지 보장, 연구 기반 시설과 인프라 확충 등”이라면서 “외국의 경우 하이테크 산업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른 급여체계 탄력성과 처우조건이 보장되는 반면 한국은 임금 체계 유연성이 부족하여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성곤 (skz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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