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베낀 발표문도 무사통과..가짜스펙 공장 '가짜학회'

장슬기 입력 2019. 12. 3. 20:19 수정 2019. 12. 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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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고등학생이 쓴 논문 이렇게도 만들어진다, 그 추적 보도, 오늘은 실적에 목마른 몇몇 교수들이 참여하는 줄로 알던 해외 유령 학회에 고등학생이 참여하는 실태를 고발합니다.

한국의 학생과 해외 학회를 연결해 주는 건 대한민국 강남의 학원이었는데 암호같은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바로 '248'이라는 숫자인데 이메일 아이디에 '248'을 달아서 논문을 보내면 학회에 등재되는 겁니다.

장슬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학술 발표문 두 편입니다.

제목이 "교육 분야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똑같습니다.

같은 문장에 밑줄을 쳤더니 한 문장을 제외하곤 6페이지 전부가 똑같습니다.

그림도 똑같습니다.

저자만 양 모 씨와 이 모 씨로 다릅니다.

각각 2017년과 2018년, 터키의 한 학회에서 발표됐습니다.

베낀 발표문이 통과될 정도로 엉터리 학회인 겁니다.

이 학회 홈페이지에 나온 후원 대학을 찾아갔더니 로고를 도용당했다고 주장합니다.

[경기대학교] "우리학교 걸(로고) 도용한 거기 때문에 총장명의로 그 쪽(터키 대학) 총장에게 내리라고 강력하게 조치를 취해달라고…"

[한국뉴욕주립대] "한국뉴욕주립대는 이 학회를 후원한 적이 없습니다."

제출만 하면 논문을 실어준다는 게 이 학회에 참여한 교수의 증언입니다.

[윤OO/백석대 교수] "예전에는 이거를 보완했으면 좋겠다고 코멘트라도 왔었는데 2017년에는 거의 없어서 올해는 왜 이렇게 대충하지…그 이후에는 (논문을) 내지를 않았어요."

터키에 있다는 이 학회를 더 들여다봤더니 발표문에 김 모 씨, 이 모 씨, 박 모 씨 등 한국인으로 보이는 이름이 여럿 나옵니다.

모두 국내 자율형사립고등학교와 국제고, 또는 국내외 외국인학교에 다니는 고등학생들입니다.

이렇게 고등학생이 쓴 발표문은 2017년과 2018년, 모두 28편으로 확인됐습니다.

소속은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저자 이메일엔 하나같이 <248>이란 숫자가 들어가 있습니다.

248로 시작하거나, 248로 끝납니다.

연락이 닿은 <248> 이메일 주인은 강남 압구정동에 있는 한 학원을 통해 이 이메일을 만들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학원이 하라는대로 했다는 겁니다.

[이OO/248 메일 주인] "마침 학원에서 괜찮게 수정보완을 해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알려주셔서…저희가 쓰고 마무리는 선생님한테 확인받는 방향으로 갔죠." ("(248) 메일 본인이 만든거 아니에요?") "만들긴 만들었는데 대충 가이드 준 대로 만들어서…" ("그 논문 입시에 썼어요?") "입시에 쓰긴 했죠."

이렇게 발표문을 쓴 고등학생 중 6명은 카네기멜런, 보스턴대학, UC어바인 등 미국 명문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가짜학회에 논문을 제출한 고등학생들은 더 있습니다.

이번엔 미국의 대학생들과 함께 논문을 써 가짜학회에 제출하는 수법입니다.

이렇게 가짜학회에 논문을 쓴 고등학생은 모두 3명으로, 전부 경기도에 있는 한 자사고 해외대학 진학반인 국제반 출신입니다.

마찬가지로 학원에서 하라는대로 했다는 게 학생들 주장입니다.

[고등학교 관계자] "2-3페이지 정도를 아이가 써서 그쪽(학원)으로 보냈대요. 이게 (어떻게) 퍼블리시(출판)가 된 건지 어떻게 된 건지도 애는 몰라요."

학생들이 지목한 곳은 미국 수능인 SAT를 가르치는 강남의 한 학원.

학원 측은 학생 3명이 수강생은 맞지만 학원이 논문 대필을 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다만 학생들이 원하면 누군가를 연결해줄 수 있다면서도 이 학생들은 그런 적도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학원 대표] "연결시켜줄 수 있잖아요. 우리가 못하니까 누구한테 연결해줄 수 있죠."

돈만 내면 논문 실어주고 발표 기회도 주는 가짜학회에서 고등학생들이 반칙 먼저 배우고 있습니다.

MBC뉴스 장슬기입니다.

장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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