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경의행복줍기] 이해의 폭

황온중 2019. 12. 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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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친구 영이와 순이가 함께 외출을 한다.

반면 순이는 모처럼 친구를 만나서 즐겁고 행복하다.

특히 이해의 폭이 넓을수록 상대방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도 하지만 먼저 내가 편안하고 행복해진다.

하지만 욕심을 줄이고 이해의 폭을 조금씩 늘려 가면 행복을 느끼는 시간도 그만큼 늘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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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친구 영이와 순이가 함께 외출을 한다. 한눈에 봐도 값이 꽤 나갈 것 같은 유명메이커 유모차를 밀고 젊은 여자가 지나간다. 가만 보니 아기가 아닌 강아지가 타고 있다. 순간 영이는 화가 치민다. 경제력이 약해서 유모차를 대여해 쓰는 젊은 엄마도 많은데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가. 순이는 어떤가. 단순한 강아지가 아니라 한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살고 있구나 그런 생각으로 그냥 편하게 지나간다.

두 친구는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한 음식점으로 들어간다. 옆자리에 엄마와 아이가 앉아 있다. 젖먹이 아기는 울어대고 큰 아이는 테이블 사이를 뛰어다니며 외식에 대한 즐거움을 표시하고 있다. 영이는 공공장소에서 예의를 가르치지 않는 엄마의 뻔뻔함에 또 화가 치민다. 애를 둘씩이나 달고 왜 외식을 하러 나온 건가. 한심하기조차 하다. 순이는 안쓰럽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두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게 더 힘든데 외출을 했을까. 순이는 일어나 이제는 타잔처럼 소리까지 지르면 뛰어다니는 큰 아이의 손을 잡고 옆자리에 앉힌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맛있는 음식이 곧 나올 테니 기다리자” 하고 달랜다. 아이의 엄마가 감사하다고 연신 고개를 숙인다.

그때까지 영이는 노골적으로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다. 식사를 마친 두 친구는 커피숍으로 들어간다. 앉을 자리가 없다. 영이는 슬슬 기분이 나빠진다. 여기저기 혼자 앉아서 달랑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노트북 두드리며 일어날 생각을 안 하는 사람 때문이다. 순이는 그 모습이 일상화돼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개인의 취향이니 존중해줘야지 생각한다. 각자 집으로 돌아온 영이는 오늘의 외출이 피곤하고 짜증스러울 뿐이다. 반면 순이는 모처럼 친구를 만나서 즐겁고 행복하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뭘 가져야 하고 누가 있어 줘야 한다는 많은 양의 ‘소유’와 내 곁에 ‘존재’의 함정에 빠질 때가 많다. 그러나 그건 내 의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 행복하기 위해서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다정하고 따뜻하게 언어의 온도를 높이는 일과 이해의 폭을 넓히는 일이다. 특히 이해의 폭이 넓을수록 상대방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도 하지만 먼저 내가 편안하고 행복해진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인생의 본질은 남을 이해한다는 점에 있다’라며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실 남을 이해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세상을 자신이 바라는 대로 보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욕심을 줄이고 이해의 폭을 조금씩 늘려 가면 행복을 느끼는 시간도 그만큼 늘어 갈 것이다. 행복을 느끼고 늘려가는 일도 오롯이 내 몫이다. 이렇듯 행복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 노력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조연경 드라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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