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포럼] 자기파괴적 연동형 비례대표제
“50%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그 자기파괴적 위험 때문에 개정안에 담긴 형태로는 절대 도입해서는 안 된다.”
정준표 영남대 교수의 단언이다. 올여름에 이어 최근 정당학회에서도 비슷한 발표를 했다. ‘개정안’이란 건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에 50%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그와 통화했다.
Q : 자기파괴적 위험이라니.
A : “지금처럼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각각 1표씩 던지는 1인 2표 제도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면 나중에 불공정하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정치가 엄청난 불신을 가져올 거다. 그런데 지금은 특정 정당에 유불리만 얘기한다.”
A : “독일에선 득표를 더 했는데도 의석을 적게 받는 일이 벌어져 2012년 위헌 판정이 났다. 우리가 받아들였다 할 독일 모델이 없어진 거다. 선거제를 바꿨는데 엄청나게 의석이 늘었다. 2017년엔 100여석(정수 598석인데 최종 709석)이었다. 독일인들이 봐도 황당한 거다. 지금은 선거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한다.”
먼 나라의 얘기라고? “살아 돌아오라”는 말이 쩌렁쩌렁했던 18대 총선을 떠올려보라. 지금 방식을 적용하면 군소정당의 의석이 크게 늘면서 한나라당은 134석(실제 153석)이 되지만 친박연대의 덕을 본다(14석→28석).
또 다른 생각거리는 특정 인물 중심 정당의 부침이다. 안철수의 국민의당을 떠올려보라. 25석이 아닌 61석일 수 있었다. 정당학회장인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학회장 분위기에 대해 “비례대표를 늘리는 게 맞는데, 연동제보단 기존 방식으로 하는 게 낫겠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여의도는 딴 세상이다. 민주당은 당장의 국정운영을 위해 군소정당들의 도움이 절실하고, 군소정당들은 선거제 개혁을 내세워 자신들의 몫을 늘리는 데 관심 있을 뿐이다. 지역구 감소에 따른 의원들 반발을 줄이고 군소정당이 원내교섭단체(20석)까지 되지 않을 정도의 산법(算法)만 고심할 뿐이다. 이런 다당제가 원하는 바인가.
고정애 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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