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의 시시각각] 징벌적 종부세 박수칠 때 아니다

김동호 2019. 12. 4.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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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전셋값 연쇄 상승 부작용
소비 위축시켜 경기 침체 부채질
정책이 수요·공급 원리 못 꺾어
김동호 논설위원
국민 97%가 손뼉 치는 정부 정책이 있다. 전체 2000만 가구 중 60만 가구에 부과된 종합부동산세다. 전체 가구 대비로는 3%에 그친다. 이와 관련한 언론 댓글을 보면 “집값이 급등했으니 세금도 더 내야 한다”부터 “세금 낼 돈 없으면 팔고 이사가라”같은 반응이 대부분이다. 서울 강남에 평당 1억 원짜리 아파트가 나오고, 2~3년 만에 강남 집값이 배로 뛴 곳이 수두룩하니 충분히 나올 법한 반응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원리를 얘기해봐야 들을 사람이 없다는 걸 안다. 그래도 분명히 해두고 싶다. 이 정책의 부메랑이 결국 97%에게도 돌아간다는 현실 말이다. 첫째 당장 전셋값이 급등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집값이 뛰면 전셋값이 뛸 수밖에 없다. 집주인은 일차적으로 전세금을 올려받을 수 있으면 받고, 그래도 여의치 않으면 최대한 버틸 가능성이 크다. 미실현 소득이지만 집값 상승액이 세금보다는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4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여기서 부작용이 전셋값 떠넘기기로 끝나면 다행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부작용은 소비 위축이라는 현실이다. 세금 많이 내고 전셋값 오르면 집주인과 세입자는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셋째 부작용은 공시가격 9억원이 초과하면 집 한 채 있어도 종부세를 내는 1주택자 문제다. 특히 은퇴자가 그렇다. 설령 강남에 아파트 한 채 있어도 이 사람에게 꼭 현금이 많은 것은 아니다. 현역 시절 탈탈 털어서 집 한 채 마련하고 담보대출을 다 갚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런 사람이 예컨대 재산세·종부세 합쳐 300만원이던 보유세가 600만원으로 늘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더러 집을 처분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 쉽지 않다. 양도소득세가 가로막고 있어서다. 한국의 양도세는 대단히 과한 편이다.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중은 평균이 1.10%인데 반해 우리는 0.80%로 나온다. 보유세 부담이 적다는 얘기다. 하지만 거래세를 포함한 재산 과세의 경우 평균이 1.92%인데 반해, 우리는 3.04%에 이른다. 출구에 해당하는 양도세가 높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3주택자 양도세는 차익의 65%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보유세까지 올리면 어떻게 될까. 쥐 몰듯 세금폭탄을 투하하면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효과는 없다.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그랬듯 시장을 꺾은 정책은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전두환 정부의 주택 500만호에 이어 노태우 정부의 주택 200만호는 집을 급격히 공급했는데도 집값을 잡지 못했다. 아무리 주택을 공급해도 소비자는 끝없이 더 좋은 주택을 원하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에는 빈집이 100만채를 돌파했다. 그래도 집값이 오르는 것은 집이 부족해서가 아니란 방증이다. 문재인 정부가 규제 대책을 17차례나 내놓고 집은 남아돌지만, 시장이 원하는 집은 계속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집값이 오른다. 전 세계가 다 그렇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주택시장이 침체해 있지만, 대도시 인기 지역은 매물이 나오기 무섭게 비싼 값에 팔려나간다.

문제는 올해가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내년부터는 2022년까지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현행 85%에서 100%까지 오른다. 세금 부담이 훨씬 무거워진다. 더구나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공시가격 현실화가 강화된다. 공시가격은 종부세 외에 건강보험 등 60개 항목의 과세기준이다. 경제 전반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래서는 부작용의 골만 깊어진다. 그 부메랑은 결국 서민에게 돌아가고 시장이 왜곡되면서 경제에 주름살을 지운다. 그래도 좋다면 계속 박수쳐도 좋다. 하지만 오른 집값에 벌주듯 종부세를 투하해도 살아 움직이는 수요를 꺾을 수는 없다. 그게 시장의 법칙이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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