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통령 지시 후 쓰레기山 60% 처리.. 아직 48만t 남았다

김효인 기자 입력 2019.12.04. 03:42 수정 2019.12.0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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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불법폐기물 처리 현장 가보니]
"당초 연내 100% 처리는 무리"
부여에 있는 높이 8m 폐기물山, 포클레인 2대 동원해도 진척 안돼
공무원들이 쓰레기를 타지역 보내.. 불법업체 처벌못하고 예산 낭비도
환경부 "추경 지연·주민 반대 한몫"

3일 충남 부여군 초촌면 폐공장 부지에는 축구 경기장(7500㎡)만 한 쓰레기산이 자리하고 있었다. 2017년 3월부터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폐비닐, 폐플라스틱 등 불법 폐기물 3만t이 켜켜이 쌓인 것이다. 높이는 8~9m에 달했다. 여기저기에 빈 페트병, 찢어진 천막, 주름관 따위가 어지러이 널브러져 있었다. 부여군 주민들이 "빨리 치워달라"고 2년째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부여군에선 지난달 29일에서야 폐기물 처리 업체와 계약해 처리 작업을 시작했다.

이곳에 쌓인 쓰레기는 전체 충남 지역 불법·방치 폐기물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곳에 불법 폐기물을 쌓아둔 김모씨는 현재 구속 상태로 폐기물 처리를 할 수 없어 지자체가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국비·도비·군비 등을 끌어모아 예산 62억8000만원을 마련했다. 김씨는 아직 과태료도 내지 않았다. 부여군 관계자는 "환경부가 연내 처리를 약속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불가능할 것 같다"며 "국비 지원도 늦고, 행정 절차 등도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고 했다.

3일 충남 부여군 초촌면의 한 폐기물 처리장에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다. 정부는 3일 당초 연말까지 전국에 이처럼 쌓여 있는 불법 방치 폐기물을 전량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바꿔 내년 상반기까지 전량 처리하겠다고 처리 시점을 미뤘다. /신현종 기자

환경부가 3일 연내 완료를 약속했던 불법·방치 폐기물 처리 시한을 내년 상반기로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연내 처리를 완료하라"고 특별 지시를 내린 이후 올해 말까지 불법 방치 폐기물 120만여t을 전량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지연된 것이다. 환경부는 이날 지난 1월 전국 조사에서 발견된 불법·방치 폐기물 120만여t 중 지난 11월 말까지 72만6000t(60.3%)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환경부 "처리 지연 원인은 국회·주민"

환경부는 가장 먼저 추가경정예산(추경) 통과가 지연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 4월 연내 처리를 계획했을 땐 5월이면 추경이 편성될 것으로 보고 5월부터 예산으로 폐기물을 처리할 것으로 봤는데, 추경이 8월에 통과되면서 계획보다 3개월쯤 늦어졌다는 것이다. 폐기물 소각장은 하루 가동 시간과 용량이 정해져 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지자체의 비협조를 꼽았다. 환경부는 "일부 지자체가 소극 행정으로 지방비 편성, 위탁 처리 계약 등 행정대집행 절차를 적기에 수행하지 않았다"며 "지역 주민들이 타 지역의 불법·방치 폐기물 처리를 반대한 것도 집행을 지연시켰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애초부터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대통령 지시 이행에만 급급했던 것도 문제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환경부가) 연말까지 전량 처리하라고 하면서 지자체들이 쓰레기 처리를 서로 미루는 등 원인 해결이 안 됐다"고 말했다.

불법 업체 처벌 못 하고, 예산 퍼부어

정부가 이처럼 불법·방치 폐기물 처리를 서두른 것은 지난 3월 미국 CNN방송이 경북 의성의 '쓰레기산' 문제를 보도하면서 "국제적 망신을 샀다"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두르다 보니 폐기물 처리를 위해 정부가 예산만 쏟아붓고 정작 불법을 저지른 폐기물 업체들은 손을 놓아버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지난 4개월간 전체 120만t 중 45만8000t에 대해서만 쓰레기를 방치한 폐기물 처리 업체 등 원인자가 처리를 맡았다. 나머진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들여 행정대집행(15만8000t)하거나 이행보증(11만t)을 섰다.

불법 방치 폐기물을 다른 지자체로 보내버리는 '돌려막기'를 저지른 사례도 있었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0월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경북 포항의 한 폐기물 위탁 처리 업체에 쌓여 있던 폐기물이 영천 폐기물 보관 업체에 옮겨진 뒤 처리되지 않고 있었다"고 했다. 환경부는 "경찰과 협조해 불법 폐기물이 근절될 때까지 단속과 수사를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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