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논두렁시계' 이인규 "세상 시끄러운데 나까지 나설 필요있나"

김민상 입력 2019.12.04. 05:01 수정 2019.12.04.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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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규 "세상이 시끄러운데 나설 필요 없어 조용히 들어왔다"
2009년 6월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검찰 브리핑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중수부장)을 지내며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61‧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가 귀국했다. 친노 진영은 문재인 정부 초기에 “이인규 변호사가 한국에 들어와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변호사가 입국함에 따라 향후 이 변호사를 둘러싼 여야 간 공방 및 검찰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3일 이인규 변호사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지난 8월 말 미국에서 한국으로 귀국해 서울에 머무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세상이 시끄러운데 나까지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조용히 들어왔다”고 말했다. 현재 이 변호사의 부인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변호사는 한국에 돌아와서 사법연수원과 고교(경동고)·대학(서울대 법대) 동기 극히 일부만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동고 출신 법조계 인사는 “부인이 예전부터 아파서 한국에 들어온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최근 만난 지인에게 한국에 돌아온 이유에 대해 “가족들이 오랜 외국 생활을 힘들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지인이 여권의 공격이 검찰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자 “내가 잘못한 것이 뭐가 있나. 그리고 혹 조사를 받으면 사실대로 말하면 될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고 한다.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한 로펌에 소속돼 있었던 이 변호사는 “한국에서 다시 변호사 활동을 하고 싶다”는 뜻도 비쳤다고 한다.

이날 이 변호사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도 “논두렁 시계 사건은 지난해 6월 미국에서 A4용지 5장 분량으로 해명한 것 이상 말하기 어렵다”며 “당시 입장문은 사실대로 자신있게 쓴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장문에 사건 관련 인물을 실명으로 등장시켰는데, 여권에서도 확인 작업을 거친 뒤 맞다고 판단되니 지금까지 조용히 있었던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사건 일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 변호사는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위 논두렁 시계 보도 관련’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법조기자단에 직접 보내면서 “검찰은 개입한 사실이 없고 배후에 국가정보원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권양숙 여사가 그와 같은 시계 세트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자신은 시계 수수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후에 비로소 그 사실을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 사망 당시 공소권 없음 처리를 둘러싸고 검찰총장과 이 당시 중수부장이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은 이 부장 밑에 일하던 우병우 중수1과장을 불러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마무리하자”고 지시했다. 이에 이 부장은 임 총장을 찾아가 “이제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우 과장에게 “임 총장의 지시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어떡하느냐”고 질책했다고 한다.

지난해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변호사가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식당에서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는 사진이 공개됐다. 이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인규 변호사를 즉각 소환시켜 수사하라”는 주장이 나왔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당시 “자수해서 광명 찾으세요, 국민이 우습습니까”라며 이 변호사를 공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부터 중앙일보 보도로 이 변호사 귀국 소식이 알려졌음에도 민주당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편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7월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이 고발한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 640만 달러 의혹’과 관련해 “사건을 재기해 수사하기 위해선 새로운 단서가 있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당은 지난 2017년 10월 노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와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 딸 정연씨, 조카사위 연철호씨와 이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박연차 회장 등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해당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에 배당된 상태다. 주광덕 의원은 “고발한 지 2년 2개월이 지나도록 고발인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인규 변호사가 귀국한 만큼 빠른 수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이라 사건 진행 상황을 확인해 주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이 변호사도 “이제 민간인이라 수사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상·이수정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 이인규 변호사가 2018년 6월 밝힌 입장문 전문

「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위 ‘논두렁 시계’ 보도 관련>>

지난해 11월 7일 저는 언론에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하여 검사로서 소임을 다하였을 뿐이고, 수사에 있어서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일은 없었으며, 만일 제가 잘못한 점이 있어 조사 요청이 오면 언제든지 귀국하여 조사를 받겠습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 저의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지난 번 노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사건 보도와 관련하여 사실을 정리하여 말씀드렸음에도 노컷뉴스 등 일부 언론에서 마치 제가 논두렁시계 보도를 기획한 것처럼 왜곡하여 허위 내용을 보도하고 있어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우선 노 전 대통령의 시계수수 범죄사실에 대한 검찰 수사 내용을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검찰 수사에서 ‘2006년 9월경 노 전 대통령의 회갑을 맞이하여 피아제 남녀 손목시계 한 세트를 2억원에 구입하여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를 통하여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하였으며, 그 후 2007년 봄경 청와대 관저에서 노 전 대통령 부부와 함께 만찬을 할 때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감사 인사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노 전 대통령은 2009. 4. 30. 변호인이 참여한 가운데 이루어진 검찰 조사에서 ‘권양숙 여사가 그와 같은 시계 세트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자신은 KBS에서 시계수수 사실이 보도된 후에 비로소 그 사실을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검사가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피아제 시계를 증거물로 제출해 달라고 요청하자 ‘언론에 시계 수수사실이 보도되고 난 후에 권양숙 여사가 밖에 내다 버렸다.’고 답변하면서 제출을 거부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조사 내용은 모두 녹화되었고, 조서로 작성되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작성된 조서를 열람한 후 서명 날인하였으며, 그 조서는 영구보존문서로 검찰에 남아 있습니다.

이와 같이 시가 1억원 이상의 고가 시계를 받는 행위는 뇌물수수죄로 기소되어 유죄로 인정될 경우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해 질 수 있는 중대한 범죄입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 내용은 재판에 증거로 제출되기 전에는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됩니다. 검찰은 수사 내용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증거 인멸 등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있어서도 검찰은 언론의 치열한 보도 경쟁 속에서 수사 보안을 유지하기 위하여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시계 수수 관련 수사 내용이 외부에 유출되어 보도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나 검찰이 의도한 바가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노 전 대통령의 시계 수수 보도와 관련하여 원세훈 원장 등 당시 국정원 관계자들은 ‘저에게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을 뿐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망신을 주자는 말은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번 말씀드린 바와 같이 노 전 대통령 수사 중인 2009. 4. 14. 퇴근 무렵 국정원 전 직원 강 모 국장 등 2명이 사무실로 저를 찾아와 원세훈 전 원장의 뜻이라며 ‘부정부패 척결이 좌파를 결집시키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하되,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노 전 대통령에게 도덕적 타격을 가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저는 이러한 내용을 업무일지에 메모해 놓았습니다.

저는 국정원이 노 전 대통령 시계 수수 관련 수사 내용을 어떻게 알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들의 언행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화가 난 제가 ‘원장님께서 검찰 수사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오전 기자 브리핑에서 이러한 사실을 알려 감사한 마음을 표시하겠습니다. 원장님께도 그리 전해 주십시오.’라고 정색하며 말했습니다. 이에 강 국장 등이 크게 놀라면서 ‘왜 이러시냐?’고 하기에 제가 화를 내면서 ‘국정원이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이냐?’고 강하게 질책하였습니다. 이에 강 국장 등 2명은 ‘자신들이 실수한 것 같다면서 오지 않은 것으로 해 달라’고 하고 사죄한 뒤 황급히 돌아갔으며 저는 이러한 사실을 위에 보고하였습니다.

여기까지는 지난 번 말씀드린 내용과 같으나 덧붙여 말씀드릴 것은 원세훈 원장은 저에게 직원을 보낸 것 이외에 임채진 검찰총장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노 전 대통령의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망신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하였다가 거절을 당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 후 일주일쯤 지난 2009. 4. 22. KBS는 저녁 9시 뉴스에서 ‘노 전 대통령의 시계수수 사실’을 보도하였습니다. 저는 그날 저녁 종로구 자하문 밖에 있는 중국집 하림각에서 과거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함께 근무하여 알게 된 정순영 국회 전문위원, 김영호 행정안전부 차관 그밖에 다른 부처 고위 공무원 등 5명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식사 도중 대검 관계자로부터 ‘KBS 9시 뉴스에서 노 전 대통령 시계 수수 사실을 보도하였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보고를 받는 순간 원세훈 국정원장의 소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동안 국정원의 행태가 생각 나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마침 그 자리에 있던 원세훈 원장의 고등학교 후배인 김영호 차관에게 ‘KBS에서 노 전 대통령 시계수수 사실을 보도하였는데 이는 원세훈 국정원장이 한 짓이다. 원세훈 국정원장이 저에게 사람을 보내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시가 2억원 상당의 피아제 남녀 손목시계 세트를 수수한 사실을 언론에 흘려 망신을 주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길래 제가 이를 거절하고 야단을 쳐서 돌려보냈는데도 결국 이런 파렴치한 짓을 꾸몄다. 정말 나쁜 X이다. 원세훈 원장은 차관님 고등학교 선배 아니냐. 원세훈 원장에게 내가 정말 X자식이라고 하더라고 전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김영호 차관은 ‘자기가 왜 그런 말을 전하느냐’고 말하면서 곤혹스러워 했습니다. 제가 계속하여 원세훈 원장의 욕을 하며 화를 누그러뜨리지 않자 김 차관도 참으라고 저를 말리고, 그 자리에 있던 정순영 국회 전문위원 등 다른 사람들도 원세훈 원장을 비난하는 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면서 저를 진정시켰습니다. 이에 제가 화를 추스린 다음 순간적으로 자제심을 잃고 아무런 관련이 없는 다른 부처 공무원들에게 결례를 한 것을 깨닫고 이에 대하여 사과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확인해 보면 진실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 후 2009. 5. 8. 조선일보에서 국정원장이 검찰총장에게 불구속의견을 개진했다는 내용을 보도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보도가 나오게 된 배경은 노 전 대통령의 시계수수 보도 개입 등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국정원에 대한 검찰 내부의 반발 기류로 생각됩니다. 조선일보 보도 직후 홍만표 기획관으로부터 ‘국정원 측에서 조선일보 보도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해 달라고 요청한다’는 보고를 받고 국정원의 요청이 너무 뻔뻔하고 어이가 없어 부인해 주지 말라고 지시하였습니다. 그러자 국정원 측에서 법무부에 요청하였는지 며칠 뒤 법무부장관으로부터 국가기관끼리 다투지 말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라는 주의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5. 13. SBS에서 ‘논두렁에 시계를 버렸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저는 국정원의 소행임을 의심하고 검찰이 더 이상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그 동안의 보도 경위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4. 22.자 KBS 9시 뉴스 보도는 국정원 대변인실이 개입하여 이루어 진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그 간 국정원의 행태와 SBS의 보도 내용, 원세훈 원장과 SBS와의 개인적 인연 등을 고려해 볼 때 SBS 보도의 배후에도 국정원이 있다는 심증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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