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위정현 교수 "타다 막는 정부·여당 시대착오적.. 총선말고 국가 미래 봐야"

박원익 기자 2019. 12. 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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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관련 정책 작심 비판… "택시 규제 완화·보조금 지급도 고려해야"
"세계는 모빌리티 혁신 중… 美·中뿐 아니라 보수적인 일본도 바뀌는데"

"지난 7월 정부가 내놓은 안(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은 그냥 ‘택시 산업 발전안’입니다. 기존에 하던대로 택시 면허 총량(25만대) 안에서 사업하라는 거죠. 카카오, 현대차가 면허를 사서 사업을 해도 브랜드만 바뀔 뿐 총량 구조가 유지되기 때문에 기존 택시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세계는 모빌리티(이동 수단) 혁신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한국 정부·정치권은 모든 판단을 택시 업계 주장에 맞춰서 하고 있습니다."

3일 중앙대 서울캠퍼스에서 만난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작심한 듯 거침 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타다’ 불법 사태의 본질은 ‘구산업(택시업계)이 신산업(모빌리티 산업)의 출현을 막은 것’이고, 정부와 정치권은 오는 4월 총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이에 동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위 교수는 플랫폼 기업(platform·승강장. 사람이 많이 몰리는 플랫폼을 만들고 이를 통해 부가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카카오톡 등 전자상거래·소셜 미디어·인터넷 포털·모바일 메신저 업체가 대표적), 공유 경제 등 국내외 IT(정보기술) 산업 전반을 연구해온 전문가다. 현재 한국게임학회 회장,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을 맡고 있다.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는 현재 재판을 통해 위법 여부를 다투고 있다. 현행법에선 택시 면허가 없는 일반인이 돈을 받고 기사를 제공하는 것이 불법이지만, 타다는 ‘11~15인승 승합차를 렌트할 경우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다’는 운수사업법 예외 조항을 근거로 운전자를 제공하는 렌터카 형식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국회엔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운수법 개정안도 상정돼 있다. 이 개정안은 렌터카 사업자(자동차대여사업자)의 운전자 알선을 전면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 교수는 "정부나 정치권이 정말 혁신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택시 산업을 새롭게 바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할 수 있었을텐데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데이터 3법 등 다른 IT(정보기술) 부문을 봐도 대한민국은 과거의 ‘테스트베드(새로운 기술을 시험해보는 무대)' 지위를 잃고 있다. 타다는 이런 현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위 교수는 택시 업계와 타다의 충돌을 해결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쟁에 대비하려면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쪽에 서는 것이 아니라 멀리 보고 양측의 주장을 반영·조율·중재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택시 업계가 원하는대로 요금제를 비롯한 규제를 풀어주고 타다 등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하거나 중국처럼 신산업 출연 초기 택시 업계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법이 있다"며 "호주처럼 기금을 조성해 기존 택시 업계를 지원하거나 미국처럼 우버 등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TNC(교통네트워크회사, 차량 호출 서비스를 운수업 테두리 안에 두지 않고, 제3의 범주인 교통네트워크회사로 규정한 뒤 주마다 각자 규제를 만들어 적용하는 방식)’로 분류해 시장을 열어주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타다 사태의 본질은 무엇인가.

"차량 호출(ride hailing) 서비스는 유휴 자원을 활용하는 공유 경제 산업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공유 경제는 플랫폼 기업 주도로 나타났는데, 이 경우 일정 부분 구산업과 신산업의 갈등이 불가피한 면이 있다.

중요한 건 국민 70%가 차량 호출 서비스를 압도적으로 지지하는데, 이게 막혀 있다는 점이다. 이용자는 환영하지만, 구산업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더 아이러니한 점은 정치권과 국회가 구산업에 장단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구산업과 정치권이 같은 편에 서서 일반 이용자와 맞서는 반혁신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시대의 흐름, 변화에 기득권 세력이 저항하는 양상이다. 이게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타다를 혁신이라고 할 수 있나. 공유경제에 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나는 타다 편이 아니고, 타다가 혁신적이라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이 부분에 있어선 타다 측이 국민과 택시 업계를 충분히 설득시키지 못한 면도 있다.

다만 타다 같은 공유경제 서비스는 지금 과도기에 있다. 중요한 건 에어비앤비, 우버 등이 촉발한 공유 경제의 기본 발상, ‘유휴 자원 활용'은 앞으로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전 세계 자동차 중 지금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는 5~6%밖에 안 된다. 대부분 주차장에 서 있다. 이런 거대한 비효율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우버가 출발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데이터 확보다. 우버 등의 모빌리티 업체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도 이동 데이터 확보에 있다. 차량 공유를 넘어 이 업체들은 앞으로 데이터 기업으로 발전하게 될 거다. 그런데 우버, 중국 1위 승차 공유 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 동남아의 그랩 등과 비교하면 타다는 물론 카카오모빌리티도 정말 작은 수준이다. 과거엔 외국 IT 업계에서 한국에 관심이 많았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비극이다."

-타다가 카카오, 현대차처럼 법을 지키면서 택시 면허를 사서 사업할 수도 있지 않나.

"그게 국토부가 내놓은 안인데, 20년 후에 돌이켜 생각해보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알 수 있을 거다. 면허를 사라는 건 철저하게 택시 총량 안에서 사업을 하라는 얘기다. 기존의 택시 산업을 유지한다는 전제다. 모빌리티 혁신을 위해선 택시 산업 자체가 헤쳐모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이용자들이 택시 서비스에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존 택시 업계는 경쟁 체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타다가 대단한 서비스를 하는 것도 아닌데, 택시는 예를 들어 청결도, 친절함 등 기본적인 부분도 잘 안 바뀐다. 기존 택시 업계에 눌려 풀러스 등 카풀(동승) 서비스, 콜버스 같은 공유 버스 서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가 다 막혔다. 택시라는 범주 안에서만 하려고 하니까 모든 게 어렵고 잘 안 되는 거다."

-문제 해결 방안이 있다면.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택시 업계와 대화를 해보면 타다 측과 일맥 상통하는 의견이 있다. 택시 업계에선 규제를 철폐해 달라고 요구한다. 택시 업계의 불만은 자신들은 현행법에 맞춰 면허를 따고 법을 준수하고 있는데, 갑자기 법 적용을 받지 않는 경쟁자가 생겼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택시 요금을 자율적·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고, (면허를 따기 위해)택시 기사분들에게 부과되는 의무 교육 같은 부분은 필요하다면 카풀업체, 타다 등 신규 업체 드라이버에게도 적용하면 된다. 신원조회를 법적으로 의무화할 수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 양자가 같은 조건에서 같은 운동장에서 뛰게 해주면 된다.

택시 업계의 지형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에 규제도 변해야 한다. 1975년엔 택시의 여객운송부담률이 47%였으나 2016년엔 2.9%로 떨어졌다. 이젠 바뀌어야 할 때다."

-해외에선 어떻게 하고 있나.

"중국과 베트남의 사례를 보면 디디추싱 등 새로운 서비스가 출현할 때 기존 택시 업계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초기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했다. 뉴욕의 TNC처럼 플랫폼 산업 특성을 인정하는 제3의 허가 제도를 만들 수도 있다.

우리보다 보수적인 일본도 바뀌고 있다. 최근 기본 요금을 730엔에서 410엔으로 내린 새로운 단거리 전용 택시가 등장했다. 택시업계의 요구를 반영해준 것이다. 일본은 택시 요금이 비싸다 보니 단거리 수요가 없었는데, 탄력적 요금 적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졌다. 이용자들도 크게 호응했다. 소프트뱅크가 디디추싱과 손잡고 차량 호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플랫폼에서 노동이 상품처럼 거래되는 문제도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건 4대 보험 제공이라고 생각한다. 타다 등에서 드라이버로 일하는 분들 중엔 부업 개념으로 하시는 분들이 있고, 전업으로 하시는 분들이 있다. 전업으로 하는 분들에겐 사업자와 플랫폼 노동자가 함께 부담하는 형식으로 4대 보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국가 경쟁력 제고 방안을 조언한다면.

"2~3년 단기간이 아니라 향후 10년, 20년을 보고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과거 10년 동안 IT 강국 지위를 누릴 수 있었던 배경엔 DJ정부의 PC 보급 정책, 초고속인터넷망 구축 정책이 있었다.

지금 상태라면 10년 뒤 미래가 어둡다. 급격하게 추락할 수밖에 없다. 보수, 진보 등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경쟁 체제에서 한국이 기술 패권을 쥘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정치권도 이익 단체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국민투표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국민 의사를 묻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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