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 연이은 악재, 주력 사업 대부분 휘청

김현주 2019. 12. 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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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소재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경
 
지난해 10월 신동빈 회장이 경영 일선에 다시 복귀한 뒤 대규모 투자계획과 함께 전열을 가다듬었던 롯데그룹이 내우외환의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그룹의 주축인 유통 부문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들의 강세와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에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거운 데다 공격적으로 투자해온 화학부문마저 실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탓이다. 

◆롯데쇼핑 3분기 '어닝쇼크'…흔들리는 '유통 명가(名家)'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올해 부진을 면치 못했다.

롯데쇼핑의 3분기 실적을 보면 유통 계열사 중 비중이 5% 내외인 홈쇼핑만 선전했을 뿐 나머지 계열사들은 어닝 쇼크 수준이었다.

롯데쇼핑은 3분기 순손실 233억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은 4조4047억원, 영업이익은 87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8%, 56% 감소했다.

영업이익 증권가 평균 전망치인 콘센서스(Consensus)로 볼 때 시장 기대치가 1850억원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크게 밑도는 실적이다.

영업이익의 이 같은 급감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직후였던 2017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폭이기도 하다. 당시 롯데쇼핑 영업익은 57.6% 줄어든 바 있는데, 이번의 56% 감소와 비슷한 규모다.

롯데쇼핑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롯데마트 영업이익도 반토막 수준이다.

3분기 들어 롯데마트는 일본 불매운동과 점포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6%와 61.5% 감소했다. 특히 국내점 영업이익은 90%나 급감해 그 심각성을 더했다.

그간 선전했던 백화점 역시 기존점 매출이 4.3% 줄면서 주춤했다.

백화점 전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줄어든 7320억원에 그쳤다.

다행히 지난 5월 롯데인천개발 지분 매입으로 인천터미널점의 영업이익 90억원이 추가돼 영업이익이 16.8% 늘었다.

하지만 이로 인한 ‘과점주주 간주 취득세’ 부과액(330억원)이 반영되면서 유통 비즈니스 유닛(BU)의 전체 영업이익은 대폭 줄었다.

‘유통 공룡’ 롯데쇼핑의 실적 전반이 이처럼 악화된 이유는 온라인 중심으로 쇼핑채널이 재편된 데다 경쟁 심화로 오프라인 매장의 부진이 깊어졌기 때문이란 게 중론이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도 롯데쇼핑의 실적 부진을 가중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는 일본에 본사를 둔 기업과 합작하거나 지분을 나눠 경영하는 사례가 많아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불매운동의 여파로 ‘롯데=일본 기업’이라는 국적 시비까지 거세지면서 롯데는 소비자들의 불매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실제 롯데는 일본과 합작기업을 설립하고 자사 유통망을 통해 일본 브랜드를 국내에 입점시켰다.

현재 불매운동의 주축인 유니클로를 예로 보면 국내 180여개 매장 영업은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이 각각 지분 51%, 49%를 보유한 합작법인 에프알엘코리아가 맡고 있다.

무인양품의 한국 합작법인 무인코리아도 일본 양품계획과 롯데상사가 지분을 각각 60%, 40% 보유하고 있다.

아사히맥주를 파는 롯데아사히주류도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와 롯데칠성음료이 50%씩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이밖에도 롯데캐논, 롯데JTB, 한국후지필름 등 합작 브랜드 대부분 롯데백화점이나 롯데몰 등 롯데 유통매장을 이용해 불매운동의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

증권가는 롯데쇼핑의 올 한해 실적도 작년 대비 소폭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투자는 “국내 백화점과 대형 마트, 슈퍼마켓 등의 성장률이 ‘마이너스’에 그쳐 감익의 주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불매운동 영향으로 경쟁사 대비 성장률이 저조하다”고 전망했다.

◆그룹 내 큰 축 롯데케미칼마저 '주춤'

롯데그룹의 다른 한 축인 롯데케미칼 역시 만족스럽지 못한 실적을 내놨다.

기초 유분의 공급 과잉으로 촉발된 글로벌 화학 업황의 부진 탓에 실적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3조9400억원, 영업이익은 3146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각각 7.2%, 37.5% 감소한 수치다.

롯데케미칼의 주력인 파라자일렌(PX) 신규 설비가 중국에서 가동된 데 따른 수급 악화로 아로마틱 부문의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한 여파다.

더 큰 문제는 향후 전망도 어둡다는 점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1월1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4분기 영업이익이 3분기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4분기 주요 공장의 정기 보수에 따른 비용 발생과 공급 과잉을 통한 스프레드(마진) 둔화로 수익성이 약보합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롯데케미칼의 설명이다.

롯데케미칼이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 총 사업비 3억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공장이 연이어 가동 중단되면서 현지 사업의 수익성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미 에탄크래커(ECC) 공장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오전 멈춰섰다. ECC는 셰일가스 부산물인 에탄을 투입해 화학산업의 기초원료가 되는 에틸렌을 생산하는 설비다.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롯데케미칼은 당분간 에틸렌 생산에 타격을 입게 됐다. 미국 ECC 공장의 연간 에틸렌 생산량은 100만t이다.

지난 6월에는 연산 70만t 규모의 미 모노에틸렌글리콜(MEG) 플랜트 가동이 중단됐다.

MEG 공장 이후 5개월 만에 ECC가 멈춘 만큼 잇단 셧다운도 롯데케미칼의 수익성 악화 우려에 한몫한다.

한편 롯데그룹은 내달 예정된 정기인사를 예상보다 큰 폭으로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부재 리스크를 털어낸 신동빈 회장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롯데쇼핑의 어닝쇼크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폭의 물갈이 인사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실적 부진의 중심에 선 유통 계열사를 중심으로 광폭의 물갈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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