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뒷담화' 동영상에 '왕따' 된 트럼프, 회견 돌연 취소 후 귀국길

입력 2019.12.05. 11:41 수정 2019.12.05.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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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청문회 국내 악재 속 '외치' 다자회의 국제무대서도 체면 구겨
좌충우돌 돌출 행보 재연..방위비 무차별 압박에 정상들과 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19.12.4 (Photo by Nicholas Kamm / AFP)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한 채 귀국길에 올랐다.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 네덜란드 정상이 모인 자리에서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뒷담화'하는 내용의 동영상이 전날 밤 공개되는 등 유럽 동맹국 정상들 사이에서 '왕따'로 전락, 체면을 구기고 난 뒤의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이 관련 질문을 하자 트뤼도 총리를 향해 "두 얼굴을 가졌다"고 '분'을 참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메르켈 총리와 만나기 직전 나토 정상회의 참석 일정의 '대미'로 준비했던 기자회견 일정을 취소했다.

이미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하며 많은 질문에 대답했다는 이유였지만 동영상 공개 등에 따른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시선이 고개를 들었다.

언론들도 "화난 트럼프 기자회견 취소"라는 헤드라인으로 기자회견 취소 속보들을 타전했다.

이날 대서양 건너 워싱턴DC 의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 하원 법사위의 청문회가 열리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해외에서 중요한 정상 외교를 펼치고 있는 시점에 맞춰 탄핵 청문회가 진행되는 것은 수치"라며 분통을 터뜨린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동맹국들을 상대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성공적으로 압박하는 모습을 연출, 대선 국면에서 외교적 치적으로 내세우겠다는 구상을 갖고 지난 2일 런던 땅에 발을 디뎠지만 "타이밍은 완벽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민주당이 하원 법사위의 탄핵 청문회를 여는 와중에도 나토 창설 70주년 기념행사를 승리의 무대로 삼으며 '성공적 외치'를 통해 국내적 악재를 탈피하는 국면 전환의 모멘텀으로 삼으려 했지만, 정치력 발휘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NYT는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안팎으로 옴짝달싹 못 하게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CNN방송은 "부글부글 끓은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기자회견을 취소했다"며 "청문회와 지난 밤의 비디오 동영상이 '트럼프의 날'에 그림자를 드리운 것"이라고 보도했다.

즉흥적이고 충동적 스타일의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다자외교 무대에서 동맹국의 정상들과 얼굴을 붉힌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전 캐나다 퀘벡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공동성명을 둘러싼 갈등으로 깔끔하지 않은 '뒷맛'을 남긴 바 있다.

당시 G7 정상들은 행사 폐막 후 보호주의와 관세장벽을 배격한다는 공동성명을 채택했지만, 북미정상회담 참석차 먼저 행사장을 떠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공동성명을 승인한 적 없다는 '폭탄 트윗'을 올려 행사장은 발칵 뒤집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나토 정상회의가 트럼프 대통령이 트뤼도 총리를 '두 얼굴'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들과의 회담에서 화가 나서 예정된 시간보다 먼저 걸어 나간 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정상들과의 회합 때면 심통을 부리고 불안정하며 유치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고 덧붙였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모습이 자신이 경멸하는 동시에 인정받고 싶어하는 '엘리트 사회'로부터 비웃음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채 살아온 그의 삶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6월 파리 기후변화 협약 탈퇴를 선언했을 당시 "우리는 다른 나라와 그 정상들이 더는 우리를 비웃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언이 무색하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5일 유엔총회 연설 도중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에 대해 자화자찬을 늘어놓다가 총회장에서 '키득키득' 하는 웃음이 터져 나오는 등 '비웃음'의 대상이 됐었다고 WP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총회장에 있던 참석자들이 나를 비웃은 게 아니러 나와 함께 웃은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귀국길에 올린 트윗에서 "가짜 뉴스 언론이 나토를 위한 나의 성공적인 런던 방문을 깎아내리기 위해 별짓을 다 하고 있다"며 이번 나토 정상회의 기간 방위비 인상에 성공했다면서 미국이 매우 깊은 존경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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