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다이소에 밀렸나..삐에로쑈핑 명동점 1년만에 폐점 검토

방영덕 2019. 12. 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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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에로쑈핑 명동점 모습
재주는 삐에로쑈핑이 부리고 돈은 다이소가 벌었나.

다이소 명동 본점과 한지붕 속 어색한 동거로 시작한 삐에로쑈핑 명동점이 폐점 기로에 섰다. 쇼핑·관광의 메카인 명동에 야심차게 진출한 지 불과 1년여 만에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다.

5일 이마트는 명동예술극장 옆 신한은행 명동점 건물에 위치한 삐에로쑈핑 폐점 여부를 두고 현재 내부 검토 중에 있다. 억 단위의 임대료 부담 등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삐에로쑈핑을 운영하는 이마트 관계자는 "명동의 높은 임대료 부담이 크다"며 "전문점 수익성 강화 차원에서 삐에로쑈핑 명동점 폐점을 검토하고 있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지난해 6월 서울 코엑스몰에 삐에로쑈핑 1호점을 선보이며 8호점까지 빠르게 점포를 늘려왔다. 하지만 비효율 점포 정리 차원에서 삐에로쑈핑 논현점과 이마트 의왕점은 지난 7월부로 영업을 종료했다.

삐에로쑈핑 명동점 내부모습
폐점 기로에 선 삐에로쑈핑 명동점의 분위기는 현재 어수선하다. 진열대 곳곳은 며칠째 상품이 텅 빈채 놓여 있으며, '12월 15일 전 철수 예정'이란 안내문과 함께 쌓인 재고 박스가 매장 한 켠을 턱하니 차지하고 있다.

삐에로쑈핑 명동점은 개점 당시부터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같은 건물에 저가 균일가 편집숍인 다이소가 영업을 하고 있어서다. 현재 삐에로쑈핑 명동점은 지상 1~4층에서 388평 규모로, 다이소는 지하에 삐에로쑈핑의 절반 수준 규모로 영업을 하는 중이다.

한 지붕 아래 비슷한 콘셉트의 매장이 영업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삐에로쑈핑 명동점은 오픈 당시만해도 일평균 방문객이 8000~1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붐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삐에로쑈핑이 초반 볼거리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긴 했지만 (소비자들이) 구경만 하고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 같다"며 "(삐에로쑈핑)명동점의 경우 1층에 명품 가방 등을 뒀다가 팔리지 않자 접고 식품 위주로 구성을 다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삐에로쑈핑 명동점 내부모습
삐에로쑈핑 명동점의 화제몰이 덕분에 건물 지하에 위치한 다이소가 오히려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우선 다이소 명동 본점을 잘 알지 못했던 내·외국인 고객들에게 위치를 제대로 알렸다.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5000원 이하의 균일가로 책정돼 있는 다이소 제품들이 삐에로쑈핑 대비 경쟁력을 확보했다. 다이소 명동점 본점은 삐에로쑈핑 명동점 오픈 후에도 매출에서 타격을 거의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마트 입장에서 삐에로쑈핑은 헬스&뷰티(H&B) 스토어 '부츠'와 마찬가지로 '아픈 손가락'과 같다. 특히 삐에로쑈핑은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B급 감성'을 추구하며 적극적으로 도입한 매장이다. 매출 부진을 겪는 이마트의 돌파구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부츠와 마찬가지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분기 사상 처음으로 266억원 적자를 냈던 이마트는 전문점 부문에서 노브랜드(식품·생활용품 매장)·일렉트로마트(디지털·가전전문 매장)와 달리 부츠·삐에로쑈핑에서 적자가 확대돼 188억원이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이마트가 부츠 매장 중 절반을 순차적으로 문을 닫는 등 전문점 사업 정리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특히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의 강희석 대표가 이마트에 합류하면서 부츠 뿐 아니라 삐에로쑈핑처럼 비효율적인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은 더욱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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