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휴대폰 압수영장 기각..'영장청구권 독점' 판 키운 경찰

탁지영 기자 2019. 12. 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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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경찰, 숨진 전 특감반원 전화 압수 영장 ‘재신청’ 방침

“직권 남용” 적극 반박하며

현재 시스템 문제점 부각

수사권 조정 옹호 카드로

“제 식구 감싸기 문제” 반격

서울중앙지검이 서울 서초경찰서가 지난 4일 신청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 ㄱ씨(47)의 휴대전화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영장을 재신청하기로 했다. 지난 1일 숨진 ㄱ씨는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ㄱ씨 휴대전화를 둘러싼 검경 갈등은 ㄱ씨 죽음 이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5일 오후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해당 휴대전화는 선거개입 등 혐의와 변사자 사망경위 규명을 위해 법원이 검찰에 발부한 영장에 기해 이미 적법하게 압수돼 검찰이 조사하고 있다”며 “변사자 부검 결과, 유서, 관련자 진술, 폐쇄회로(CC)TV 등 객관적인 자료와 정황에 의해 타살 혐의점을 인정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 2일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해 경찰이 변사사건의 유류품으로 조사 중이던 ㄱ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서초경찰서는 검찰 기각 이후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를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 법령에 따라 압수수색 영장을 재신청하는 등 필요한 절차를 모두 거칠 예정”이라고 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즉시 현장에 출동해 먼저 수사에 착수했으나 검찰에서 직권남용 등 별건 수사를 이유로 해당 휴대전화를 압수했고 자료를 경찰과 공유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어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찰은 검찰의 영장 불청구를 ‘직권남용’이라고 본다. 재신청 방침도 이런 시각에서 나왔다.

지난 4일 첫 영장을 신청할 때부터 경찰은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논의 국면에서 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을 부각하는 것을 ‘나쁘지 않은 카드’로 판단했다. 경찰은 이 문제를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문제와 연계하려 한다. 경찰청은 이날 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에 있는 고검 산하 영장심의위원회가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을 견제하는 장치”라고 말했다.

경찰은 검사 또는 검찰청 직원 범죄에 대한 특칙을 입법해 이들을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관계자는 “검찰 공무원 범죄에 대해 검사는 ‘제 식구 감싸기’로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다”며 “정부 합의문에 명시된 것처럼 검사 또는 검찰청 직원의 범죄 혐의에 대해 영장을 신청한 경우 검사는 ‘지체 없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라 지난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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