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과 '형·동생' 사이라던 송철호, 유재수.. 문재인정부 시한폭탄 되나

박태훈 입력 2019. 12. 5.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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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청와대 근무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유재수(오른쪽) 전 부산 부시장. 연합뉴스 
"공정은 거스릴 수 없는 대세며 국민이 변화를 확실히 체감할 때까지 일관성을 갖고 혁신·포용·공정·평화의 길을 흔들림 없이 달려가겠다"며 집권 후반기를 힘차게 출발했던 문재인 대통령 앞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문 대통령이 사석에서 ‘형’(兄)이라고 한 송철호 울산시장과 과거 문 대통령을 ‘재인이 형’으로 불렀다고 알려진 유재수 전 부산경제부시장이 연관된 의혹이다. ‘하명수사’, ‘감찰 무마’ 의혹을 둘러싼 청와대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검찰’의 칼끝이 권력 핵심부를 겨누는 모양새를 띠면서 해당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조기 레임덕(권력 누수)과 함께 정권 자체가 휘청거릴 공산이 크다. 자칫하다 문 대통령과 각별한 인사들이 문재인정부의 후반기 국정 발목을 잡는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 선거법, 검찰개혁법 밀어붙이기 탄력받는 순간 '하명수사' '감찰무마'가 툭

문 대통령은 지난 11월 11일 임기 후반 첫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난 2년 반은 넘어서야 할 과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전환의 시간이었다"며 "임기 전반기에 씨를 뿌리고 싹을 키웠다면 후반기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만 문재인 정부 성공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말한 꽃과 열매 중에는 여권이 추진한 ‘개혁법안’이 들어 있다. 보다 다양한 계층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선거제 개혁과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의 사법개혁이 그 것이다. 이들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운 것이 '씨 뿌리기'였다면 국회 본회의 통과는 '꽃과 열매'다.

문 대통령 의지를 본 여권은 패스트트랙 처리방법을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이러던 중 자유한국당이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 신청'이라는 기습작전을 펼쳤다. 여권은 놀라기는커녕 쾌재를 불렀다. 모든 법안속에는 필리버스터 법안 뿐 아니라 '민식이법' 등 민생법안이 여럿 들어 있었기에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이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며 여론전에 나섰다. 

당황한 한국당은 '거짓 선동이다'고 외쳤지만 선수를 뺏긴 뒤였다. 

민주당은 호기를 놓치지 않고 '4+1'(바른미래당, 민평당, 정의당, 대안신당+민주당)체제로 패스트트랙 처리에 탄력을 붙이려 했다. 이처럼 누가 봐도 한국당에 불리하게 흘러가던 정국이 '하명수사', '감찰무마'의혹이 확산하면서 역전됐다. 여권이 수세에 몰린 형국이다. 

◆ 울산시장 선거 '하명수사' 논란    

하명수사 논란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한국당)의 측근 비리첩보를 경찰에 넘겨 수사토록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울산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김 전 시장은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35년 지기 송철호 후보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려고 경찰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김 전 시장이 관련비리 의혹에 대해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받은 점을 볼 때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현 대전경찰청장)이 민주당의 21대 공천보장을 약속받고 의도적으로 흠집낸 것이라며 대대적 공세에 나섰다. 

여권 내부와 황운하 청장 등이 펄쩍 뛰면서 관련사실을 부인했지만 공교롭게도 청와대 특감반원이 선거 전 울산까지 내려간 사실이 부각됐고 관련 특감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특히 청와대의 해명은 불붙은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청와대는 지난 4일 "김기현 전 시장 측근 비리제보는 행정관이 캠프장에서 우연히 만난 외부인으로부터 제보받은 것으로 특검반원과 아무런 관련 없다. 특감반이 울산에 간 것은 고래고기를 놓고 빚어진 검찰과 경찰 갈등을 알아보려는 차원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곧이어 문제의 제보자가 송철호 시장 최측근인 송병기 울산 부시장으로 지목되고, 송 부시장이 직접 ‘정부 요청으로 그간 알려진 내용을 전해 준 것'이라고 청와대와 다른 얘기를 한 것이다. 

이에 송철호 시장은 5일 "경찰 수사는 선거와 전혀 관련 없었고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하고, 송 부시장도 "제보는 언론보도 등을 통해 울산 시민 대부분이 알고 있었던 내용이었다"며 논란 진화에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하필 그때 청와대 특감반이 울산에’, ‘왜 송 부시장과 청와대 설명이 틀리는지∼’ 등 쏟아지는 의심을 덮기엔 부족했다.

◆ 유병수 감찰무마 의혹…野는 조국, 백원우 등이 압력행사했다며 권력게이트화 

감찰무마 의혹은 유재수 전 부산경제부시장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재직시절 업체들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첩보에 따라 2017년 10월 감찰에 들어갔던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이 돌연 감찰을 중단한 일을 말한다. 

김태우 전 수사관이 감찰무마 의혹을 제기해 외부로 알려졌다. 김 수사관은 폭로에 이어 지난 2월  특감반의 감찰 중단과 관련해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며 조국 전 장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을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한국당은 조국 전 민정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민주연구원 부원장), 박형철 비서관 등이 압력을 행사했다며 공세를 취했다. 유 전 비서관이 지난달 27일 구속되자 한국당은 ‘문재인 정권 게이트’로 사건을 확대했다. 여기에 검찰이 지난 4일 청와대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단행하자 여권은 당혹감과 함께 검찰이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분노했다.  

2014년 7월 송철호 후보 지원에 나설 당시 문재인 대통령 모습. 연합뉴스
◆ 文 "내 가장 큰 소원은 송철호의 당선"· "형이 노무현을 도와달라"· "형 다시 이사가소"라고 할만큼 각별

이들 의혹은 송 시장, 유 전 부시장이 문 대통령과 맺은 인연 때문에 더욱 주목받는 양상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과 인간적 거리에서 송 시장보다 더 가까운 이를 찾기 힘들다는 말이 나돈다. 송 시장(1949년 5월생)은 노무현(1946년 9월생) 전 대통령, 문 대통령(1953년 1월생)과 더불어 1980년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인권변호사 3인방으로 유명했다. 문 대통령은 3살 위인 송 시장을 스스럼없이 "형"으로 불렀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 시절, 송 시장이 2014년 7·30 울산 보궐선거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해 박맹우 새누리당 후보(한국당 전 사무총장)와 맞붙었을 때 울산을 내려가 송 후보를 지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울산 롯데백화점 앞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소원)은 무엇인지'라는 질문에 "송철호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 "(199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내게 정치하자는 것을 거절하고 송 변호사에게 '형이 노무현을 도와주시면 어떻겠나'라고 권유해 송 후보가 받아들였다. 그동안 울산에서 6번 선거에 나와 모두 낙선한, 바보 노무현보다 더한 바보 송철호"라며 자신의 권유로 정치에 뛰어든 송 시장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드러냈다.

송 시장도 "2011년 정치에 대한 뜻을 접고 울산 지역구에서 타 지역으로 이사 가자 문 대통령이 '형, 이사했어? 다시 이사 가소. 그게 운명이다'고 해 정치판을 떠나지 못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는 등 두 사람의 각별한 인연을 내비쳤다. 그는 2014년 보궐선거에서 패하는 등 8전 9기 끝에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서 승리하자마자 "문 대통령에게 고맙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 문 대통령을 '재인이 형~'이라 불렀다는 유재수

유 전 부시장이 문 대통령을 '재인이 형~'이라고 불렀다는 것은 금융권, 관가를 중심으로 설득력있게 퍼진 소문이다.  실제 그만큼 가까웠는지 과시용인지는 알 수 없지만 상당한 인연임은 분명하다.

행정고시 출신인 유 전 부시장은 2004년초 재정경제부에서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으로 파견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했다. 노 대통령이 유 전 부시장을 각별히 아낀 것으로 전해졌으며 청와대 근무를 통해 문 대통령(2004년 사회시민수석, 2005년 민정수석), 친노 친문 핵심들과도 인연을 맺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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