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발 직면한 '문희상 안', 강제징용 출구서 밀려나나

유신모·허진무 기자 2019. 12. 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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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문 의장 “피해 실질적 보상…한·일관계 풀 가장 현실적 방안”
ㆍ정부 원칙서 후퇴한 안…국회 입법화 땐 ‘수용 명분’ 삼을 수도
ㆍ시민단체 일제히 ‘폐기’ 요구…‘피해자 청산법’ 비판까지 나와

“왜 일본에 구걸하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강제동원 문제 해결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한 뒤 눈물을 닦고 있다. 권도현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내놓은 이른바 ‘문희상 제안’이 국내적 반발에 직면한 가운데 일본과 강제징용 문제 해법을 논의해야 하는 정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정부가 일본에 공식 제안한 ‘1+1(한·일 기업의 자발적 위로금 출연)’ 방식을 약간 변형한 이 방안이 국내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하면 정부가 일본과의 협의에서 이보다 높은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된다.

흔히 ‘1+1+α(알파)’로 알려진 문희상 안은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에게 자발적으로 모은 기부금으로 ‘기억·화해·미래 재단’을 설립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위자료와 위로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최광필 국회정책수석은 지난 5일 설명회에서 문희상 안의 3원칙을 소개했다. 강제징용 문제의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해소, 재단의 위자료 지급을 민사소송법상의 ‘화해’로 간주한 대위변제, 한일청구권협정 관련 피해자들의 배상 문제 시한을 설정해 일괄적으로 해결 등이다. 문 의장 측은 “강제징용 피해를 실질적으로 보상하고 최근의 한·일관계를 풀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방안”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을 다음주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법안은 그동안 정부가 제시해온 대법원 판결 존중, 피해자 실질적 구제, 양국관계라는 강제징용 해결 원칙에서 상당히 후퇴한 내용이다. 문희상 안은 일본기업에 배상 명령을 내린 대법원 판결의 이행과 무관하고, 피해자들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해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재단의 위로금을 거부하고 배상을 원하는 피해자들이 법적 절차를 강행할 경우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도 어렵다.

정부는 일단 ‘문희상 법안’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다. 정부와 사전 조율 없이 국회의장실이 독자적으로 모색한 해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안이 입법화될 경우 한·일 정부 간 강제징용 논의도 이 법안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강제징용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일본에 일정한 양보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정부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제시한 해법을 수용하는 모양새로 ‘후퇴 명분’을 찾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하지만 법안이 좌초될 경우 정부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6일 열린 ‘강제동원 문제 해결방안에 관한 정책 토론회’에는 정의기억연대, 민족문제연구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이 참석해 일제히 문희상 안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폐기를 요구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는 “제가 문 의장에게 ‘일본에 배상받아 달라’고 분명하게 얘기했다”며 “무엇을 어떻게 한다고 하더라도 저는 일본에 사죄를 받아 명예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 법안이 ‘피해자 청산법’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며 “여러 피해자의 요구를 청취해 종합적인 대안을 만들지 않으면 피해자의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쓰비시중공업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대리인인 이상갑 변호사는 “강제동원 자체를 부인하면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는 일본 주장을 대부분 반영한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유신모·허진무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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