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혐한은 일본의 뿌리 깊은 '외부의 적' 만들기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2019. 12. 7. 03:0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일본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혐한은 올해 시작된 우리 사회의 'NO 저팬'과 나란히 비교할 수 없다.

일본은 대형 서점에 혐한서적 코너가 버젓이 자리 잡고 있으며 지상파 아침 토크 프로그램들은 혐한 내용으로 높은 시청률을 누린다.

아베 정권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극우 '일본회의', 혐한 시위를 이끄는 '재특회' 등 혐한의 중심에 있는 조직들에 대한 분석도 일부는 이미 보도된 내용이지만 참고할 만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혐한의 계보/노윤선 지음/304쪽·1만5000원·글항아리
일본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혐한은 올해 시작된 우리 사회의 ‘NO 저팬’과 나란히 비교할 수 없다. 일본은 대형 서점에 혐한서적 코너가 버젓이 자리 잡고 있으며 지상파 아침 토크 프로그램들은 혐한 내용으로 높은 시청률을 누린다. 과거의 피침략국에 대한 미안함은커녕 혐오 현상과 감정이 만연한 일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그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일문학 박사인 저자는 일본 사회에서 소비되는 소설과 만화 등 혐한 콘텐츠를 연구해왔다. 이 책에서도 책의 후반부는 소설 만화 등 혐한 텍스트에 대한 분석이 차지한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이 같은 혐한 현상의 역사적 배경, 이를 이끄는 세력의 실체, 정계의 심층구조까지 전하고 있다.

일본은 1000년 동안 소수 부락민(部落民)을 경계 짓고 차별해 왔다. 사회적 스트레스의 희생양을 만들어내는 전통이다. 오늘날엔 차별의 대상을 한국과 한반도, 재일 한국인으로 바꾸게 된 것이다. 우경화 노선을 걸어온 아베 정권으로서는 ‘외부의 적’을 부각시켜 결속을 다지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아베 정권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극우 ‘일본회의’, 혐한 시위를 이끄는 ‘재특회’ 등 혐한의 중심에 있는 조직들에 대한 분석도 일부는 이미 보도된 내용이지만 참고할 만하다.

후반부의 텍스트 분석에서는 ‘론(論)’이란 제목으로 포장된 각종 혐한 서적과 그 작가들부터 야마노 사린의 ‘만화 혐한류’, 위안부 문제를 좌익 이데올로기로 몰아붙인 고바야시 요시노리의 만화 ‘고마니즘 선언’ 등을 분석한다. 이런 내용들이 읽히게 된 데는 1960년대 일본인을 전쟁 피해자로 부각시킨 ‘반딧불이의 무덤’부터 일관된 흐름이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햐쿠타 나오키의 2016년 소설 ‘개구리의 낙원’은 아예 가공의 개구리 사회를 빗대 평화헌법을 부정하고 노골적으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혐오를 드러낸다. 이 작가가 아베 총리와의 대담에서 한 얘기는 등골을 서늘하게 만든다. “반복 또 반복하고 같은 내용이라도 몇 번이고 계속 말하는 게 중요합니다.” 과거 나치의 선전상 괴벨스의 말과 같지 않은가.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