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코리아] '흑석 선생'의 재테크는 진짜 끝난 것일까

장상진 사회부 기동취재팀장 입력 2019. 12. 7. 03:15 수정 2019. 12. 1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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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前 대변인의 8.8억 수익, 인맥·지위·정보 총력전의 승리
기부 약속 지켜봐야 하겠지만 혹시 꼭지라서 판 건 아닐까
장상진 사회부 기동취재팀장

역시 그는 승부사(?)였다. 모든 것을 다 걸었고, 그 결과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자'라는 워런 버핏의 연평균 수익률 20%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자기 자본 10억원으로 1년 5개월 만에 올린 수익이 중개업소 말로는 12억3000만원, 본인 말로는 8억8000만원이다. 연(年) 환산 수익률은 70~98%. '흑석 선생'이라 불렸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이야기다.

영혼까지 끌어모았다는 김 전 대변인의 이른바 '영끌 투자'는 기존 재테크 서적을 훌쩍 뛰어넘는 역발상의 연속이었고, 범인(凡人)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전략과 전술의 극한을 보여줬다.

흑석 선생의 전략·전술은 '총력전'(Totaler Krieg)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쉽게 말해, 그는 승리를 위해 사소한 인맥, 지위, 정보까지도 모두 동원했던 것이다.

핵심은 인맥이었다. 한강 이남 흑석동에 있는 상가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데, 자동차길로 11㎞ 떨어진 강북 성산동 은행을 이용했다. 이 은행은 주변에 널린 감정평가업체를 놔두고 다시 북서쪽으로 20㎞ 떨어진 경기 고양시 소재 업체를 찾아 의뢰했고, 결국 '10억2000만원' 대출이 나왔다. 어떻게든 거래를 성사시켜야 하는 입장의 중개업소조차 '대출 가능액 6억여원'으로 광고했던 상가주택이었다. 그 중심에 있는 은행 지점장이 흑석 선생 고교 동문이었다. 관사(官舍) 재테크를 통해 기존 전세보증금을 빼서 집값에 보탠 배경에는 그의 지위가 있었다. 그의 상가주택이 포함된 흑석9구역이 이후 흑석동 일대에서 가장 빨리 관청 인허가 절차를 마친 배경에는 정보력이 있었다고 사람들은 믿는다.

인간 승리였다. 조국 전 법무장관처럼 물려받은 재산과 사학재단도, 유재수 전 부산 부시장처럼 화려한 금융권 인맥도 없었던 흙수저 흑석 선생은 주변 풀 한 포기까지 동원하는 총력전을 펼친 끝에 기어이 대박의 꿈을 이룬 것이다.

혹자는 '그 정도 인맥·지위가 있다면 나도 하겠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 평범한 월급쟁이는 '채무 14억원'이 주는 압박감을 견디지 못한다. 실제로 내야 할 한 달 이자만 400만원(은행 286만원, 지인 130만원)이 넘었다. 김 전 대변인은 실직, 그 아내는 퇴직 상태였다. 자칫 패가망신의 위기 상태로 8개월을 견뎠고, 소위 '시세 분출'의 한복판에 도달한 지금, 드디어 집을 판다.

어지간한 사람에게 이런 방법을 알려줬더라도 이렇게 물었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그 물음에 흑석 선생은 결과로 대답했다. '이래서 그렇게까지 해야 했다'라고.

남은 의문은, 왜 지금 파느냐는 것이다. 강남 아파트 시장에서 시작된 아파트값 상승의 불길은 강북 뉴타운까지 옮겨붙었고 쉽사리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를 두고 실로 오랜만에 최근 다시 언론에 등장한 그가 답했다. "아내와 차를 마시다가 찻잔에 적힌 '사람이 먼저다' 문구를 봤다"라고. '사람이 먼저다'는 3년 전 선거 때부터 지금까지 쓰고 있는 캐치프레이즈인데, 갑자기 안 보이던 눈이 보이기 시작했거나 안 들리던 귀가 들리기 시작한 건지 모를 노릇이다.

그러면서 그는 "차익(差益)을 전액 기부하겠다"고 했다. 그가 진짜 기부할지, 기부처가 친여(親與) 재단은 아닌지 등은 알 수 없다. 약속이 실현된다는 것을 전제로 나오는 전망이 '총선 출마설'이다. 실제로 그는 최근 고향인 전북 군산에 두어 차례 출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이 대명천지에 국회의원 배지의 가치가 10억원의 이익을 포기할 정도의 것이냐'는 지점에 도달하면,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재테크 내공에 비춰 마침내 이런 추론도 해보게 된다. '혹시 집값 폭등의 시대가 끝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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