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자체가 日 도쿄올림픽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

조성신 입력 2019. 12. 7. 13:48 수정 2019. 12. 1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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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위험 없는 전지훈련지로 한국 각광
시차 없고 국제 수준의 경기장·훈련장 갖춰 선호
1988 서울올림픽 때도 일본에 전지훈련지 뺏겨
[사진= 연합뉴스]
2020년 도쿄올림픽이 섭씨 30도 중반을 훌쩍넘는 무더운 날씨에 후쿠시마 원전 폭파로 인한 방사능 오염,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 허용 등 구설에 끊임없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이웃나라의 악재가 우리에겐 특수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과 비슷한 지리적 특성에 시차도 없는 한국이 도쿄올림픽 전지훈련 장소로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예천진호국제양궁장에서 도쿄올림픽 대비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간 중국 국가대표 양궁 선수단이 좋은 예다.

이는 32년 전인 1988년 서울올림픽을 개최한 우리와 일본의 상황이 역전된 것으로, 당시 36개국 1600여명 규모의 서울올림픽 출전 선수들 가운데 10%가 넘는 선수들이 일본에서 전지훈련을 마치고 서울로 들어왔다. 일본과의 경제 격차를 생각해 본다면 국내 훈련시설 미비가 원인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일본이 각국 선수단의 전지훈련지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일본은 전 세계 선수단에게 KAL기 폭파사건, 남북 분단 상황, 민주화 운동 등 한국 정세가 각국 선수단의 훈련에 적합하지 않다고 설득했다. 1988 올림픽 개최지 선정 당시 일본의 나고야가 서울에 밀려 개최 실패한 것에 대해 허위공작이라는 여론이 우세했다. 개최국으로서 올림픽 특수를 누려야 했지만, 상당수 선수들을 일본에 빼앗기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로부터 32년 지난 2020 도쿄올림픽은 서울올릭픽의 아픔을 씻을 수 있는 호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악재로 도쿄올림픽에 대한 세계 각국의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을 전지훈련지로 선택하는 국가가 늘고 있어서다.

특수가 예상되는 지역은 국군체육부대가 있는 경상북도 문경시다. 미국·캐나다 청소년 탁구국가대표팀과 33명과 프랑스·독일·러시아·이탈리아·중국 등 11개국 104명의 근대5종팀, 하키·럭비 등 총 24개국 273명(연인원 3800여명) 규모의 외국선수들은 지난 6~8월 국군체육부대 및 문경시 일원에서 도쿄올림픽 전지훈련을 실시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 트랜 덕 판 차관보외 5명이 문경시를 방문해 국군체육부대를 살펴보고 돌아갔다. 문경시는 도쿄올림픽 등 해외 전지훈련단 유치를 위해 문체부(한국관광공사), 국군체육부대, 종목단체와 협력해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를 통해 유치세일즈를 진행 중이다.

대한레슬링협회는 지난 7월 도쿄올림픽 연계 해외 전지훈련단(레슬링) 방한 유치도시로 양산시를 확정했다. 지난 9월 국제레슬링연맹이 대한레슬링협회에 도쿄올림픽 사전 훈련캠프를 한국에 설치하는 것을 제안하자 대한레슬링협회가 전국 지자체와 기업체 등으로부터 유치신청을 받아 심사를 거쳐 확정한 것이다.

해외 레슬링선수들의 양산 전지훈련은 내년 7월 9일부터 24일까지 15박 16일 일정으로 예정돼 있다. 도쿄올림픽 쿼터 획득국가(2016 리우올림픽 기준 67개국)의 선수단과 파트너선수 및 코칭스텝, 국제레슬링연맹 개도국 장학프로그램 선수단 등 최소한 500명 이상의 인원이 양산실내체육관에서 훈련과 친선경기 등에 참여할 예정이다. 양산시는 전지훈련장 운영과 관련한 각급 방문자까지 더하면 1000명 이상이 양산을 다녀갈 것으로 추산하고, 양산을 알리는 홍보 효과는 물론, 음식업와 숙박업 등 지역 소상공업소의 경기 활성화에 적잖이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교도=연합뉴스]
싱가포르 사격 국가대표팀은 도쿄올림픽 대비 현지적응을 위한 전지훈련지로 2014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인천시를 선택했다. 이들 대표팀은 지난 10월 24일부터 5일간 미니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갔다. 싱가포르 사격대표팀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또다시 인천시를 찾아서 훈련을 할 예정이며, 6개국의 태권도 전지훈련단도 인천을 찾아 현지 적응훈련에 돌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는 인천시체육회와 함께 도쿄올림픽을 대비한 해외 국가대표팀의 최적 전지훈련 장소로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과 박태환 수영장, 강화도 고인돌 체육관 등 지역의 대표적인 20개 안팎의 체육시설을 인천의 주요 관광지와 연계한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도는 스위스 철인3종(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팀이 2020 도쿄올림픽에 앞서 내년 7월 서귀포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제주도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현재 서귀포 지역에 조성한 스포츠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영, 축구, 육상, 철인3종 종목 국가대표팀 전지훈련 유치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부산시도 지난달 도쿄올림픽 참가국들의 전지훈련팀 유치를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부산은 도쿄와 가장 근접한 도시로서 직항노선 2시간 거리에 바다·강·산 등의 환경이나 평균기온이 비슷해 지리적이나 환경적으로 도쿄올림픽 훈련지로서 최고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부산시는 부산방문 전지훈련팀을 위한 수준별·종목별 훈련시설, 숙박시설, 훈련파트너, 의료기관 매칭 등 논스톱 패키지 서비스(Non-stop Package Service)를 구축했다. 전지훈련 유치 홍보 홈페이지를 한국어·영어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해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지난달 15일에는 부산대병원 등 13개 지역병원들과 전지훈련팀 유치 및 의료편의 향상을 위해 유기적으로 협조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식도 체결했다.

이와 함께 삼척(핸드볼)과 진주(배드민턴), 삼천포(농구) 등지도 지역별 특화된 종목의 각국 올림픽 대표팀 전지훈련지 유치를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전지훈련지 유치 자체가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부가가치사업은 아니지만, 전 세계에 지역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경기 침체의 골이 깊은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 넣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조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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